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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은 신자유주의의 산물이다. 성과급은 듣기 좋게 포장되어 있지만 경쟁이라는 ‘가장 비인간적인 모습’을 감추고 있다. 경쟁이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 “선의의 경쟁도 있다”고 말을 한다. 그렇지만 선의의 경쟁도 이긴 사람의 입장에서는 ‘선의’가 되지만 패배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경쟁이라는 딱지가 붙어있기 때문에 ‘좌절감’과 ‘실망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학생도 교사도 마찬가지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경쟁의 불가피한 측면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필요한 분야도 있지만 경쟁이 더 많은 부작용을 나타내는 곳도 있다. 교육이라는 분야는 경쟁보다는 사랑과 배려와 섬김이 필요한 곳이다.

물론 인간이 살아가면서 패배도 하고 실수도 하고 좌절도 할 수 있다. 경쟁에서 지면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더 발전해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면서 그 패배를 자랑스럽게 말할 수도 있다. 이런 ‘아름다운 추억’이 가능하려면 그 사회에 ‘패자부활전’도 있어야 하고, ‘페어플레이’도 있어야 하고, ‘인간적인 경쟁’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떤가? 양극화가 심화해 빈부의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리고 ‘부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공정한 경쟁이 일상화되어 있다. 부에 의한 교육의 양극화는 이미 치료의 단계를 넘어버린 ‘암 말기환자’의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모든 것이 무엇을 말해주는가? 경쟁이 아름다울 수 없고 패배가 가치 있는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일전에 전교조에 대한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렸더니 시골출신으로 명문대학을 나왔다는 어떤 분이 댓글을 올려주었다. 그분은 나를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네가 이런 사회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은 우리 50-60대가 오로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덕분이야? 그거 알아… 우리는 무조건 노력했어. 우리나라의 자원은 오직 인적 자원뿐이야. 공부도 못한 전교조 교사들이 우리 사회에 공헌한 것이 무어야? 네 자식은 공부 안 시키냐? 옛날에는(평준화 전) 정말로 개천에서 용 난 경우가 많았어. 나도 소위 일류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모두 부자집 아들이 아니었어. 난 과외도 학원도 안 다녔지만 정말 실력 있는 스승 덕분에 소위 일류대학을 나와 지금 떳떳한 사회인이 되었어…”라고 과거 학교에 대한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다. 그리고

“우리 때는 정말 스승들의 실력이 탁월했고, 소위 일류대학 출신 스승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소위 3류 대학 출신 교사가 많다 보니 학생들의 평준화만 바라지…”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와 같은 시각이 일반적인 사람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많은 분들이 이런 사고를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잠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의 사고 속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와 세계화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솔직히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신자유주의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60년대나 70년대와 지금의 교육현장은 전혀 다르다. 사회도 마찬가지지만 부의 대물림이나 양극화의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대도 아니고 가난한 집안의 자식이 열심히 공부하여 출세하던 시대도 아니다. 지금 소위 말하는 일류대는 상류계층 자녀들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되었다.

신자유주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극찬한 토마스 L. 프리드먼이라는 기자는 그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Lexus and the Olive Tree)>에서 신자유주의는 바로 세계화(globalization)라면서 올리브나무는 뿌리 깊은 오래된 전통을 의미하고, 렉서스는 세계로 가는 글로벌시장과 컴퓨터 기술을 의미하는데 렉서스가 올리브나무를 압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결론을 내린다.

"건전한 글로벌 사회는 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오늘날의 지구상에서 미국만큼 모범적인 모델이 없다. 세계화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언제나 항상 최상의 여건에 있어야만 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의 횃불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이 같은 소중한 유산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적 자본주의고 이것이 바로 세계화다. 그리고 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맥도널드 햄버거가 잘 팔리는 나라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을 한다. 이 말은 맞는 말이다. 맥도널드 햄버거가 잘 팔리는데 미국이 공격할 이유가 없으니까. 역설적으로 말하면 미국제품이 잘 팔리지 않는 나라는 언제든지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이고 세계화다.

세계화를 주장하거나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은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일독하기를 권하고 싶다. 소름끼치는 이야기들이 정말 많다. 세계화의 주역은 미국이고 미국만이 세계화의 수혜자라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확산시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분명한데 우리가 어떻게 성과급을 반납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솔직히 전교조는 성과급을 요구한 적도 없고 월급을 올려달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 정부가 신자유주의적인 시장원리를 교직에 도입하기 위해 임금의 일부를 떼어내 성과급으로 주는 것이다.

얼마 전에 전교조 장희옥 위원장의 <오마이뉴스>와의 기자회견에서 “온 사회에 경쟁이 내면화된 결과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졌나. 과연 경쟁을 통해 교직의 생산력이 나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쟁이 심화되면 더 많은 아이들을 버려야 한다” 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결국 경쟁이냐 상생이냐를 선택하는 기로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들의 삶의 가치의 문제이다. 학생과 교육이 어떤 삶의 가치를 추구하느냐라는 문제다.

지금의 노동시장의 침체나 청년실업자들을 고려한다면 성과급을 폐지하여 그 돈으로 청년실업자들을 교사로 채용하여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쟁이 교육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공교육을 살릴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배가 아픈 환자에게 물파스만 등에 발라주는 격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경쟁에 의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포용과 사랑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성과급은 이미 사회 여러 분야에서 일반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회적 합의나 동의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확산과 세계화라는 흐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성과급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비인간적인 임금체제인 것이다. 기업체나 공무원들도 성과급이 시행되고 있고 유일하게 교원들만 기형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교사들의 성과급 반납이 전 국민의 성과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과급의 마지노선이 된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전교조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의 올바른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문제인 것이다. 모든 국민이 경쟁이라는 구도에 놓이도록 만들려는 정부의 의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이 행복해지려면 경쟁보다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성과급을 반납할 수밖에 없다. 성과급 반납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막아내려는 교사들의 커다란 움직임이다. 사회 모든 분야의 구성원들이 이와 같은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 성과급 반납을 교사의 ‘철밥통 지키기’로 매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성과급은 사회의 옳고 그름의 문제이지 교사들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성과급을 폐지하여 청년 실업자를 구제하는 기금으로 사용해야 한다. 성과급이 없어도 교사들이 생활하는 데 경제적인 어려움이 전혀 없다. 원하지 않는 성과급 대신에 교사에 대한 자긍심과 자존심을 높여주려고 교육인적자원부나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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