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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축기> 1권과 2권.
<천축기> 1권과 2권. ⓒ 두리미디어
서유기를 각색한 <천축기>는 읽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단숨에 읽어도 좋다. 청소년들을 주된 독자층으로 겨냥한 듯하나 서유기를 부담 없이 읽고자 하는 이라면 이 책이 편할지도 모르겠다.

사이사이에 세밀한 펜화를 집어넣어 사실감을 더하고 있는 것은 이 책의 독특한 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또 펜화를 보면서 서로 대응시켜 가며 읽으며 보고 또 보고 읽으며 하는 것도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손오공과 나타태자가 겨루는 장면을 그린 펜화.
손오공과 나타태자가 겨루는 장면을 그린 펜화. ⓒ 두리미디어
가령 손오공과 나타태자가 맞부딪쳐 싸우는 장면을 그림으로 만날 수 있다. "(나타태자는) 그 여섯 개의 손마다 보랏빛 상서로운 안개를 뿜어대는 여섯 병장기들이 들려 있었는데, 바람에도 머리가 잘려 나간다는 참요검, 강철도 꿰뚫는 감요도, 마귀를 결박하는 박요색, 태산도 무너뜨리는 항요저 방망이, 둥글게 생긴 철퇴 모양의 수구아, 둥근 수레바퀴 모양에 불꽃을 뿜어대는 칼날 달린 화륜아였다"라는 글줄을 펜화로 꼼꼼히 구체화해 주는 시원스러움이 있다.

1권은 돌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그 안으로부터 태어난 돌원숭이가 화과산의 미후왕이 되고 다시 수보리조사의 제자로 들어가 손오공이란 이름을 얻고 도술을 터득한다. 이후 용궁에 들어가 소란을 피우면서 '여의금고봉(如意金箍棒)'을 가져와서는 하늘에 온갖 말썽을 일으키다가 결국 붙잡혀 형벌을 받기에 이른다.

2권은 석가여래에 의해 오행산에 깔려 있던 손오공이 천축으로 향하는 현장에 의해 풀려난다. 그러나 현장의 꾸짖음을 참지 못하고 떠났다가 주문을 걸면 죄이는 고통을 받게 되는 쇠테 두건이 씌워진다. 관음선원에서 금란가사를 도둑맞았다가 흑풍대왕 요괴로부터 찾아온다.

이렇게 1, 2권의 줄거리를 정리하고 보면 <천축기>의 갈 길은 한참 멀다. 아직 '저팔계'(이 책에서는 '저오능')도 합세하지 않았고 '사오정'도 만나지 않은 상태이다.

손오공은 마치 '악동'같고 현장(삼장법사)은 '겁쟁이'같다. 손오공은 너무 강하고 현장은 너무 약하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손오공에게 한없이 부족한 것은 '자비심'이고 현장에게 한없이 넘쳐나는 것 역시 '자비심'이다. '강(强)'과 '유(柔)'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타고난 본성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수행이 따르고 도를 터득해야 본성을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손오공은 돌에서 태어난 말하자면 '돌' 품성을 본성으로 하여 태어난 존재이다. 또 인간이 아닌 짐승으로 태어난 존재이기도 하다.

다만 배움이 모자라고 무지가 자리잡고 있어서 피나는 노력 끝에 도술은 익혔으나 아직 '자비심'에 도달하지는 못한 그런 존재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참으로 위험한 상태라고 할 것이다. 그 엄청난 힘이 세상에 무지막지하게 사용된다면 세상이 어찌될 것인가? 관음보살이 손오공을 꾸짖는 대목을 들어보자.

“네 이놈,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 하지 않더냐! 너는 한낱 짐승이지만 도를 통하여 욕심을 버리고 신선이 되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자비로움이 부족하여 요망 난 짓이나 일삼기에 내 현장의 제자로 삼아 그것을 가르치려 하건만 어째서 본성을 버리지 못하느냐?” (225쪽)

편집자적 논평이 간간이 들어가 읽는 맛을 돋우는 것도 이 책의 또 한 가지 특징인데 그렇다면 바로 위의 대목에 대한 지은이의 목소리를 들어두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손오공은 눈만 말똥거릴 뿐 관음보살의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를 못하였으니, 그것은 본래 원숭이 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손오공은 사람이나 가지고 태어나는 자비로운 마음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배우면 기억하고 기억한 것은 실천하는 것이 어리석은 인간들보다 나은 손오공이었기 때문에 부처와 같은 대각은 이루지 못했어도 작게나마 신선의 도를 터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225~228쪽)

손오공의 호기가 작용하여 사단을 일으키는 대목도 읽을 만하다. 훈계조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현장의 경계를 들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제2권 제11화 '도둑맞은 금란가사'의 발단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부분은 복선이 되기도 한다.

“모르는 소리! 옛 조상들 말씀에 ‘귀한 물건은 함부로 남에게 보여주어 탐욕스런 마음을 일게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니 눈에 들면 마음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이면 반드시 무슨 계책을 꾸미게 될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네가 재앙을 꺼린다면 잘 살펴서 대책을 구해야 한다. 몸이 상하고 목숨을 잃는 일이 모두 이런 일들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야.” (162~163쪽)

현장과 손오공의 본격적인 천축행은 이제 겨우 시작된 셈인지라 1권과 2권만으로는 아쉽다. 가다가 길이 끊긴 형국이다. 모쪼록 완질이 되어 청소년들을 서유기의 세계로 쉽고 재미있게 안내하는 의미 있는 길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 책이름: <천축기> 1권, 2권 / 지은이: 장용호ㆍ이상호 / 펴낸날: 2006년 8월 1일 / 펴낸곳: 두리미디어 / 책값: 각권 9000원


천축기 2

장용호.이상호 지음, 두리미디어(2006)


천축기 1

장용호.이상호 지음, 두리미디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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