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신계륜 열린우리당 전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신계륜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개인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1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토요일(2일) 팬클럽 창립식의 발언 한 가지만 확인하겠다. "다음 선거는 지역주의와의 일대 싸움이어야한다"고 했는데, 범여권의 통합이 범호남세력의 재결집으로 비쳐지는 구도에서 지역주의와의 싸움이 가능하겠는가?
"지역주의가 우리 정치의 큰 걸림돌이고,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병폐라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지역주의 앞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과 인물도 통하지 않는다. 물론 지역주의 정치의 최대 수혜자는 한나라당이지만, 지방선거에서 노골적으로 호남사람은 민주당 찍으라고 말한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통합을 보여주지 않으면 민주당과의 통합은 의미가 없다. 내년 선거에서 민주세력이 한번 더 집권하면 지역주의가 무너지고 지금의 정당도 분화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 내년 대선은 어떤 구도로 치러질까?
"그 동안의 대선 경험과 유권자 성향을 보면 한나라당 후보와 비(非)한나라당 후보의 맞대결이 되지 않을까? 2002년 대선 당시 전혀 공통점이 없었던 노무현·정몽준 두 사람이 후보 단일화를 이룬 것은 비한나라당 지지층의 바람이 작용한 것이다. 나는 그런 구도가 내년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 지금의 여당이 개혁적이지 않아서 내년에는 차라리 민노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층도 만만치 않은데, 그런 구도가 내년에도 유효할까?
"일부 식자층이나 정치권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예를 들면, 우리당과 민노당은 많이 다르다는 게 진실이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두 정당이 비슷하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당과 민노당 지지율이 연동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 그다지 개혁적인 이미지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단‘비한나라당'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면 개혁성향 유권자들이 온전히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보나?
"어떤 사람이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단결력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건 그때그때 조성되는 정세에 따라 다를 것이다."

- 내년 대선에서는 사회 전반의 보수화도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지금은 이념 대결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보지만, 그런 경향이 우세하지 않을까?"

- 임종석 의원이 2월 전당대회에서 '정권재창출이 최고의 개혁'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인식을 둘러싼 여당 내부의 고민이 여전한 것 같다.
"중요한 건 통합이든 분열이든 당원 90% 이상이 동의하는 노선을 만들어야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이 대선에서 사력을 다해 이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기는 기회를 놓치고 당을 정비하자, 져도 괜찮다는 인식은 문제가 있다. 정권을 잡지 못하면 정당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 지금의 노무현 정권만 봐도 느끼는 게 정권만 잡아서 능사가 아니라는 것인데.
"그거야 지금의 정부가 잘못해서 그러는 것이고…. 앞으로는 정권만 잡은 뒤 그냥 '잘해보세요' 하고 놔둬서는 안 된다."

- 범여권 통합의 흐름에 이른바 '건전 산업화 세력', 즉 한나라당 일부도 포함되나?
"그걸 마다할 이유는 없다. (지지층을) 가장 광범하게 만들도록 유연하게 사고하는 세력이 선거에서 이기게 되어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때 두 차례 브라질에 찾아간 적이 있다. 룰라는 일관되게 '내가 집권해야 기업이 산다'는 메시지를 던져서 지지를 얻었다. ('노 대통령과 룰라의 집권전략은 달랐죠?'라고 묻자) 브라질과 한국은 큰 차이가 있다. 역경을 딛고 당선됐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 '건전 산업화 세력'이라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특정인이 특정세력을 대표한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이명박씨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든 안되든 상관없이 한나라당이 어떤 식으로 후보를 결정하는지를 지켜보면서 흔들리는 유권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 답지 않으면서도 한나라당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당이 죽도록 싫고 한나라당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한나라당에 어쩔 수 없이 줄 서있는 의원들이 있잖은가? 이들이 우리 진영으로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염동연 의원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제3지대에서 새 집을 짓자'는, 이른바 '제3지대론'을 설파하고 있다. '헤쳐 모여'식 정계개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정권재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니 무슨 방안이든 강구할 수 있다. 그러나 당을 추슬러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시기적으로 좀 빠르다는 느낌이다."

▲ 신계륜 열린우리당 전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정계개편을 하게 되면 노무현 대통령의 거취가 중요한 변수가 될 텐데, 여당 내에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흐름도 있다.
"정부·여당은 공동 책임을 느끼고 난국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탈당이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처리하면 되는 것이지, 지금은 탈당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 시기가 무르익으면 대통령이 (탈당을) 수용할 수도 있다고 보는가?
"만약 1년 정도 지나서 누가 봐도 대통령의 탈당이 정당하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 탈당하라는 요구는 정당하지 않다. 뭐든지 감정을 내세우면 안 된다."

- 고건 전 총리가 차기 대선주자로서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 정치가 굉장히 불안하고 방향을 상실한 분위기에서 고 전 총리가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 같다. 그러나 (내년이 되면) 또 다시 지역주의 구도에서 선거를 치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 지역 구도가 만들어지면 고 전 총리가 '호남 후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게 돼서는 안 되지만 그렇게 몰려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 호남 출신의 고 전 총리가 대선에 출마하면 지역과 상관없이 보수층 상당수도 그를 지지할 테니까 그가 대통령이 되면 지역주의를 극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작년까지만 해도 고 전 총리 지지율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전국적인 지지였다. 서울과 호남에 국한되지 않고 경남·북과 충청권을 통틀어서 1위 아니면 2위였다. 그러나 지금은 특정지역(호남) 지지율이 올라가고 특정지역(영남)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 대선도 인물이 아니라 지역별 득실에 따라 후보를 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 고 전 총리의 움직임이 답답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 전 총리가) 만약 국민들에게 답답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면 고쳐야한다. 본인 스스로 답답함의 근거를 잘 파악해서 발언하고 행동도 해야 한다. 그렇게 못하는 것은 본인의 책임이다."

- 여당의 한 중진의원이 "고 전 총리는 여권 지지층이 대선으로 가는 '정거장'일 뿐"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본다."

- 고 전 총리가 상황을 지켜보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범여권 통합을 위해 스스로를 던질 수 있다고 보나?
"비한나라당 진영에 속한 대선주자들이라면 전체적인 세력 범위를 잘 유지해야 한다.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된 뒤 욕심 부리지 말고 후보를 아름답게 선출해야 한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과정을 거쳐 후보를 정한다면 누가 후보가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 고 전 총리가 지금은 범여권 후보 중에서 지지율 0순위인데 후보 선출 과정에서 희생타만 친 후 2선으로 물러날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고 전 총리가 자신의 문제점을 과감하게 극복한다면 지지율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다른 사람이 부상할 수도 있는 것이다. 표심의 변화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 고 전 총리가 반드시 범여권의 후보가 될 필요는 없겠네요?
"고 전 총리가 후보로 결정되면 (본인에게) 영광스럽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고 전 총리가 따라야 한다. 고 전 총리도 자신이 (후보가) 안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본인이 그렇게 (후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분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고 전 총리는 반드시 자기가 돼야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름다운 희생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범여권이) 이길 수 있다."

-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으로 갈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분이 한나라당으로 못 가는 것은, DJ정부의 서울시장·노무현정부의 초대 총리를 할 때부터 정해진 길이었다."

- 여당이 추진하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발상은 환영할 만하지만, 여당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 정부와 여당이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극복할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분석을 하지 못했다. 다만, 경제적 요인이 다른 외양을 쓰고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 '대통령 정무특보'로 발탁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신문보고 알았지만, (청와대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게 없다. 국정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겠지만, 내가 지금 그 자리에 적합할지 의문이다. 당에서 정면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싶다."

▲ 신계륜 열린우리당 전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