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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목화가 자라고 있다.
화분에 목화가 자라고 있다. ⓒ 양동정
결국은 처음 시작한 목화농사(?)는 실패나 다름없는 쓰라림을 맛보게 되었고 살아남은 100여개의 목화 화분을 당초 계획대로 송파구 관내에 있는 초등학교에 보내려 했더니 숫자도 모자라거니와 발육 상태가 온전하지 못해 잘못하면 보내 주고도 욕먹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처리계획을 궁리하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내가 근무하는 송파구 관내 동사무소에 목화화분을 보내서 동사무소를 방문하는 어린이나 주민들이 목화 나무를 구경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싶어 송파구청 사내게시판에 목화 화분을 무료로 분양한다는 공지사항을 올렸더니 금세 전화벨이 요란을 떤다.

그리하여 초등학교로 보내기로 한 목화 화분 50여 개는 송파구 일부 동사무소로 분양되었고, 나머지는 내가 근무하는 동의 동민들에게 분양되었다. 목화화분을 분양받은 동사무소를 방문한 주민들로부터 목화 화분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이 귀한 목화를 어디서 구했느냐?" "신기하다" 등등 화젯거리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목화만큼 애환이 많은 농작물도 없을 것이다. 목화는 원산지가 인도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고려 공민왕 때 문익점 선생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목화를 처음 보고 종자를 가지고 오려 했으나 나라에서 외부유출을 막고 있어 붓 뚜껑 속에 숨겨 들어와 경남 산청에서 재배를 시작해 전국에 퍼지도록 했으며, 삼(대마), 모시와 함께 우리가 살기 힘들었던 1970년대 이전에 남부 지방에서 많이 재배했던 섬유작물로 농촌가계에 많은 보탬이 되었던 소득원의 하나이기도 했다.

동사무소로 분양되기 전 화분과 명찰
동사무소로 분양되기 전 화분과 명찰 ⓒ 양동정
산업화 물결을 따라 질기고 실용적인 나이론 섬유 등 화학섬유가 도입되면서 설 자리를 잃게 되더니, 지금은 거의 멸종위기의 식물이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들어 면섬유가 건강에 좋다 하여 다시 인기를 찾아가고 있기는 하나 중국이나 인도산의 값싼 면섬유 때문에 재배농가가 생겨나기는 어려울 것이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상용으로 재배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목화에 더욱 애착이 가는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면화가 피기 전의 부드러운 목화열매는 하굣길의 허기를 채워주는 유일한 간식거리가 되기도 했고, 면화를 수확하고 난 이후에 마른 목화나뭇가지에 남은 이삭(솜털)을 주워 모아 저울로 무게를 달아 팔면 짭짤한 용돈 수입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마운 목화가 이제 먹고 살만하고, 재배하는데 일손이 많이 간다고 하여 우리나라에서 구경하기 힘든 식물이 되어 가고 있으니 목화에 대해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내년에는 금년의 실패를 거울삼아 더욱 잘 재배하여 목화나무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목화나무를 구경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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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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