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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밭에서 쉬는 잠자리와 눈마주치다
메밀꽃밭에서 쉬는 잠자리와 눈마주치다 ⓒ 박준규
해가 거듭될수록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더 활성화되고 있다. 또한 항공사 간 항공료 인하도 해외여행객들에게 부담을 덜어 주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해외여행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들은 다음과 같이 대략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저렴해진 항공료. 두 번째로 국내와 비교했을 때도 큰 차이 없는 해외여행지 숙박비용. 세 번째로 국내보다 많은 볼거리 등. 즉, '같은 값이면 해외로 간다'라는 우리네 사고방식이 해외여행의 가장 큰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그럼 국내여행은 정말 실속 없을까? 세계여행이니 국내여행이니 가리기에 앞서 진정한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알고 떠나야 바람직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세계여행보다 즐거운 동네여행

메밀꽃밭 전경
메밀꽃밭 전경 ⓒ 박준규
위에서도 말했지만 여행의 목적은 중요하다. 물론 때로는 아무 목적도 계획도 없이 떠난 여행이 정말 기억에 남고 소중하게 간직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번 여행으로 내가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을 하자. 그런 뒤 목적지를 정한다면 굳이 해외로 나갈 이유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어학연수나 교육을 위해 떠나는 것을 제외하고 단 며칠을 쉬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면 굳이 외화 낭비하며 출국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다.

해외여행도 중독성과 전염성이 강하다. 남들 가면 나도 가야한다는 전염성과 한 번 다녀오면 또 가려는 중독성. 이러한 추세로 국내여행 할 기회는 적어지고 너나 할 것 없이 해외로, 해외로 발을 돌리기 쉽다. 물론 해외여행에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얻어야 하는 그 무엇인가를 한 번 정도 생각한다면 굳이 해외로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일 뿐이다.

메밀꽃밭 전경
메밀꽃밭 전경 ⓒ 박준규
메밀꽃밭에서 쉬는 잠자리
메밀꽃밭에서 쉬는 잠자리 ⓒ 박준규
며칠 전 나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아 그로 인해 약해진 몸을 이끌고 일요일 오후 조용한 곳을 찾았다. 최근 우리 동네에서 무슨 음악축제가 열린다고 한창 준비중인 곳을 찾아가 보니 행사장 한쪽으로 메밀꽃밭으로 만들어 놓고 각종 야생화들도 전시해 놓아 가을을 맡는 길목이 더욱 화려해졌다.

아직 행사기간이 아니라서 사람도 없고 그곳엔 펼쳐진 자연과 나만의 공간이 되어 마음을 가다듬기에 충분한 작은 여행지가 되었다. 메밀꽃으로 펼쳐진 밭에서 잠자리들은 한가롭게 줄에 앉아 졸고 있고 저녁놀에 빛나는 강아지풀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 어느 나라 화려한 볼거리보다 아름답고 평화롭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시원스레 떨어져 나갔다.

저녁노을을 등진 강아지풀
저녁노을을 등진 강아지풀 ⓒ 박준규
이렇듯 마음을 비우기 또는 기분전환을 목적으로 할 여행이라면 세계여행이 아닌 동네여행(?)이라도 충분하지 않을는지? 꼭 동네에 좋은 공간이 있어서가 아니라 저녁 먹고 조용히 산책할 수만 있어도, 거기에 좋은 사람 손잡고 함께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자기만의 여행이 되는 게 아닐까.

가뜩이나 경제도 어렵고 빈부의 차가 심해져 가는 이 시점에서 너무 흔한 해외여행과 씀씀이가 큰 여행들을 자제하고 동네 한 바퀴 돌며 마음의 여유 찾을 수 있는 나만의 동네여행 하는 내공을 쌓아보길 추천한다.

진정한 여행은 화려하고 좋은 곳을 가야만 되는 것이 아니다. 동네 어귀를 산책하다가 하찮은 식물이라도 보며 시간의 흐름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미디어다음>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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