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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강 석벽 위의 미확인지뢰지대. 농사를 짓고 있는데도 추후에 '미확인지뢰지대'로 설정해 놓았다.
ⓒ 박신용철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일대의 사유지가 '미확인 지뢰지대'로 묶여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군 당국이 이를 자의적으로 관리하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군 당국이 사전협의나 사후협의 없이 사유지를 미확인 지뢰지대로 설정해 놓고도 '군사작전상 필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확인 지뢰지대로 설정된 곳은 사유지일지라도 군 당국과 사전협의 절차를 밟은 뒤에야 개간 또는 영농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전협의 절차가 까다롭거나 일관성이 없어, 주민들이 사전협의 없이 개간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연천, 파주지역 피해 주민들은 민통선지역 내 미확인지뢰지대의 70%가량이 사유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 3월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관리중인 지뢰지대는 3800여만 평이며 전방지역인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지역이 대부분이다. 이중 미확인 지뢰지대는 3200여만 평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 당국은 1969년 닉슨 독트린으로 미7사단이 철수 이후 미군이 민통선에 지뢰를 집중 매설한 지역을 '미확인 지뢰지대'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사유재산 침해하는 '미확인 지뢰지대'

▲ 조씨가 '불법개간행위'를 이유로 군당국에 고발당한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용산리 현장. 왼쪽은 개간 전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개간 직후의 모습이다. 이 지역은 밭농사를 짓다가 한 두해 휴지기를 거친 곳이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미확인지뢰지대'로 설정해 놓았다.
ⓒ 박신용철
조 아무개(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씨는 지난해 육군 25사단에 미확인 지뢰지대 개간문제로 고발당했다. 조씨는 지난 8월 중순경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해 벌금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 사실은 "지난해 7월 13일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용산리에 있는 미확인지뢰지대 약 5미터를 임의로 무단 훼손했고 같은 해 7월 31일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에 설치된 미확인지뢰 철조망을 약 10미터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육군 25사단 측은 "조씨를 '지뢰등 특정재래식무기 사용및이전의 규제에 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사전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개간'이 주요한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사건 현장인 두 곳(파주시 진동면 용산리, 연천국 장남면 고랑포리) 모두 사유지(지목상 '전답')로 군 당국이 미확인 지뢰지대로 설정해 놓은 곳이었다. 그러나 파주시 진동면 용산리 현장은 몇 해 전부터 밭으로 경작돼 왔다.

기자가 25사단 관할지역 미확인 지뢰지대에 대한 취재결과, 미확인 지뢰지대로 설정된 땅에서 농사를 짓는 곳도 있었고, 군 당국과 협의해 개간을 한 사유지라도 한해 가량 농사를 짓지 않으면 다시 미확인지뢰지대로 설정된 경우도 있었다.

또한, 매년 농사를 짓다가 한해 농사를 쉬게 되면 다시 군 당국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허가가 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조씨는 지난 9월 6일 "국방부는 '기준이 불명확한 지뢰지대 관리지침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농사를 짓는 것은 안되고 개간해서 매각하겠다는 땅은 '조건부 동의'를 내주는 등 자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조건부 동의는 일체 할 수 없다"

▲ 육군 25사단은 조건부동의는 합참지침에 따라 "일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서류가 이를 반박하고 있다.
ⓒ 박신용철
이 지역의 관할 부대인 25사단은 '조건부 동의'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육군 25사단 관계자는 11일 "상급부대 지침(2003년 2월 15일, 2004년 2월 9일)에 따라 조건부동의는 일체 할 수 없다"며 군 당국의 조건부 동의 자체를 부정했다. 합참 지침인 '개발협의업무지침'에 따라 민간인의 조건부 동의로 지뢰를 제거할 수 없다는 것.

이 관계자는 "군은 국민의 재산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생명도 중요하다"며 "예산, 인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민간인은 경험으로 지뢰를 제거하지만 군은 각종 조사, 사고, 지형여건 등 군 내부기준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5사단은 합참 지침에 따라 2005년부터 민통선 지뢰를 제거하고 있다"며 "주민 안전 차원에서 민통선 이남지역, 민가 인접지역이 우선 대상이며 민통선 이북지역은 실질적으로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지뢰 제거 작업이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군 당국의 설명과 달리 '조건부 동의'는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4일 파주시에 사는 장아무개씨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조건부동의 이행각서를 25사단에 제출했다.

장씨의 이행각서에는 ▲작업간 지뢰, 폭발물 발견시 군부대로 신고하고 군에서 후속조치 완료시까지 작업을 중단할 것 ▲사업시행전 상기 조건부내용에 대한 이행각서를 인감증명서 첨부하여 법정관서를 경유, 부대에 제출할 것 ▲사업시행간 조건부동의 불 이행시 '부동의' 조치됨과 동시에 원인자 부담의 원상복구와 불법고발 조치 등을 명시했다.

"실태조사·지뢰제거로 주민 불만 해소해야"

▲ 미확인지뢰지대 뒷편으로 들깨가 한창 자라고 있다. 몇년전부터 농사를 짓고 있는데도 여전히 미확인지뢰지대다.
ⓒ 박신용철
주민들은 "민통선 일대 미확인 지뢰지대에 대한 국방부 차원의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벌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오히려 지뢰매설지역을 군부대에 알려주며 경고하는 등 지뢰매설지역에 대한 정보를 주민들이 알려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김아무개씨(경기도 파주시 파평명)씨는 "군 작전상의 필요로 미확인 지뢰를 설정해 관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제대로 된 실태조사 없이 막연하게 미확인 지뢰지대로 설정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한국전쟁과 쿠바 미사일사태 때 집중 매설된 미확인 지뢰지대는 현시점에서 군 작전상 필요성이 떨어지는 곳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실태조사와 불필요한 지뢰제거를 통해 농민들의 불만을 해소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12일 "군 전체적으로 미확인 지뢰에 대해 연중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사항이며 합참, 국방부 차원에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주민들이 미확인 지뢰지대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관할 작전부대에 문의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북부미군기지문제해결을위한범시민대책위원회·스토리사격장주민대책위원장·문화유산연대 등은 지난해 10월경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경기도 파주시, 연천군 일대 미확인 지뢰지대 실태조사와 불명확한 지뢰지대 관리지침을 명확히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같은 해 12월 5일 이에 대한 답변서에서 "매년 지뢰지대 관리지침을 하달하여 지뢰지대 표지 등 안전시설을 정비 및 보수하고, 지뢰 유실방지 및 유실지뢰 탐지, 수거작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민간인에 의한 불법적인 지뢰제거를 절대 금지하고 있으며, 기준이 불명확한 지뢰지대 관리지침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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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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