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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는 마음이 아니라 실천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뿐 실천은 전혀 하질 못했죠. 항상 어머니 걱정만 끼쳐 드리고 마음만 아프게 한 것이 제가 어머님께 해드린 전부 입니다.
군 복무 시절, 휴가 나올 때마다 어머니의 점점 늘어가는 주름살을 보았습니다. 매일 보던 어머니를 3~4 개월마다 한 번씩 보니 전엔 보이지 않던 세월의 그늘이 보였습니다.
그때 전 "엄마 왜 이렇게 늙었어?"란 농담 섞인 말을 했지만, 마음만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주름살 하나하나에 우리 엄마도 늙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제대 후에 꼭 효도해야겠단 생각은 했지만 제 앞가림 하느라 바빠 제대로 대화조차 나누지 못했죠. 그 튼튼하시던 어머니의 다리가 고장났을 때, 따뜻한 말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한 무뚝뚝한 아들이었습니다.
이런 불효자 아들이 어머니 덕에 '효자'란 이름으로 TV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저는 어머님께 해드린 게 없는데, 그저 어머니께 못해 드린 게 죄송해 <오마이뉴스>에 저의 죄송스런 마음을 기사로 옮겼고, 생각지도 않게 그 기사는 포털 사이트에 옮겨져 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게 되었습니다.
지인들의 격려전화가 오면서 어머니는 기사가 올라간 사실을 알게 되셨고 저에게 무척 고마워하셨습니다.
"아들아, 네 덕에 엄마가 인터넷에도 뜨고, 정말 고맙다."
그 말씀에 오히려 제가 더 어머니께 고마웠습니다. 그간 하지 못한 효도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기사가 계기가 되어 KBS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희대의 불효자인 제가 어머님 덕에 '효자'라는 이름으로 '효'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입니다.
어머니는 다리가 불편하신데도 열심히 촬영에 임하셨죠. '효자' 라는 타이틀에 맞추려고 평소 집에서 별 말이 없던 제가 어머니의 대화 상대도 되어 드리고, 김밥을 싸서 어머니의 직장에도 찾아 갔습니다. 정말 많이 어색했습니다. 비록 촬영을 위해 한 것이지만, 이젠 촬영이 아니더라도 꼭 어머니께 이렇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효'를 마음이 아닌 실천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어머니께서 인터뷰 할 때, PD 선생님이 저에게 자리를 좀 비켜달라 양해를 구하더군요. 저는 멀찌감치 떨어져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1분도 안 되어서 어머니께서 눈물 훔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목이 메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며 눈물 흘리시는지 몰라도 저는 어머니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흘릴 눈물들, 대신 흘려 주시는 어머니. 못난 자식 이렇게 사람 구실은 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머니, 못난 저를 TV 프로그램에 효자로 출연 시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머니 50년 인생의 첫 TV 출연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