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가을 개편을 앞두고 유일한 독립영화 프로그램인 KBS <독립영화관>(매주 금요일 새벽 1시 10분∼2시 10분)의 폐지 여부를 검토해 폐지를 결정을 내린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현재 최종 결재만 남은 상태다.
국내 유일의 독립영화 소개 프로그램인 KBS <독립영화관>은 지난 2001년 5월 4일
이라는 제목으로 편성되어 방송을 시작하였고, 지난 15일까지 450여 편의 국내외 독립영화를 방송해 왔다.
<독립영화관>은 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전용관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독립영화, 단편영화, 독립애니메이션, 저예산영화들을 방영해온 소중한 프로그램이다. 또 다양한 영상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주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앞서 한국독립영화협회(대표: 황철민)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문화연대, 영화인회의,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21개 영화 관련 단체들은 지난 14일 'KBS, <독립영화관>은 계속 방영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KBS <독립영화관>이 계속 존속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단체들은 성명서에서 "<독립영화관>은 단순한 영화 프로그램 그 이상"이라며 "(그동안 방송사는) 개봉 독립영화를 소개하지도 않았고,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광고가 붙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립영화를 편성 방영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단체들은 "방송사들의 이런 논리는 문화적 논리가 아닌 상업적 논리"라며 "주류 영화는 일정수준의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어 광고가 붙기 때문에 재방, 삼방으로 편성되지만, 독립영화는 물론이고 저예산영화는 편성되어 방영될 기회를 가지지 못해, 지상파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편향성은 관객들에게 그대로 이어져 영화 선택의 편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 단체들은 "이는 흥행의 편향성으로, 그리고 지상파 영화 프로그램의 방영 편향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낳고 있다"며 유일한 독립영화프로그램의 폐지는 부적절함을 밝혔다.
특히 이 단체들은 "(<독립영화관>을 통해) 독립장편영화, 독립다큐멘터리 작품들을 특집 편성해 방영했으며, 다른 영화 프로그램에서 방영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국내의 저예산예술영화들, 해외 독립장편영화들, 애니메이션영화들까지 적극적으로 방영했다"며 "낮은 시청률로 인해 매 개편 시기마다 폐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음에도 5년 이상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시청자의 사랑과 제작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독립영화관>의 폐지는 영상 문화의 다양성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독립영화관>은 존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 단체들은 <독립영화관>의 폐지에 대한 검토를 즉각 중단하고, 안정적 편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등 다양한 영화, 영상물의 편성, 방영을 위한 정책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립하라고 요구하였다.
KBS 편성기획팀은 <독립영화관>의 폐지 결정에 대해 "충분한 기간 방영해 왔다"면서 "폐지라기보다는 잠시 중단하는 것이며, 제한된 방송 시간 때문에 내려야 하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BS는 <독립영화관>을 방영하던 시간에 한국 내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의 영상물이 방송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해 기획한 <아시아의 창>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