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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 ⓒ 바다출판사
'뇌'의 신비는 과연 밝혀질 수 있을까? 인간의 과학이 닿지 못할 곳이 없고 보면 '뇌' 역시도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뇌'의 신비가 밝혀지면, 어쩌면 우리는 그간 우리가 믿고 있던 지식들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러한 충격의 일단을 예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는 총 5부로 짜여져 있다. 1부는 뇌 손상에 의한 주요 증후군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2부는 인간의 시각과 인지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고(해당 부위가 손상되었을 때의 증상과 함께) 3부는 뇌와 미의 상관성을 추적한다. 4부는 우리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공감각을 진화적인 차원에서 살펴보고 있고 5부는 뇌과학이 가져올 철학적 파장을 암시한다. 읽으면서 가장 관심을 둔 부분은 3부 '뇌는 어떻게 아름다움을 판단할까'이다.

우선 저자는 예술의 10가지 보편원리를 제시한다. ▲피크 이동 ▲그룹 짓기 ▲대조 ▲격리 ▲지각문제해결 ▲대칭 ▲우연적이고 일반적인 관점에 대한 혐오 ▲반복, 리듬, 질서 ▲균형 ▲은유 등이 그것들이다. 이 가운데 저자는 '피크 이동', '그룹 짓기', '지각문제해결', '격리'에 대해서 설명해 놓고 있다.

'피크 이동(peak shift)'은 특징적인 부분의 과장과 왜곡에 의해 일어나는 미적 반응이다. 쥐의 심리와 행동을 가설적 예로 들고 있다. 쥐에게 직사각형을 학습시키면(음식을 준다든가 해서) 같은 직사각형이라도 좀더 길고 얇은, 다시 말해 더욱 직사각형에 가까운 것을 쥐가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를 인간에게 바로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를 성싶지만 골자만을 받아들이자면 좀더 특징적인 것에 뇌가 반응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풍자만화에서 어떤 인물의 특징적인 부분(코라든가 눈이라든가 하는)을 과장할 때 오히려 그러한 과장이 해당 인물을 더 잘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듯이, 또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촐라 왕조 시대의 파르바티 동상이 특징적인 부분의 부각과 과장적인 자세로 어떤 아름다움을 더 잘 전달하듯이 말이다.

재갈매기 실험은 부분을 전체로 인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재갈매기 새끼들은 어미를 인식할 때 어미를 전체적으로 보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어미 부리의 붉은 점을 보고 어미로 인식한다. 따라서 재갈매기 새끼들은 “어미에게 붙어 있지 않은 따로 떼어낸 부리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저자는 이를 진화의 차원에서 수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부리조차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즉 틴베르헨에 의하면 “부리와는 닮아 보이지 않는, 3개의 붉은 줄무늬가 있는 기다란 막대기를 가져와서 보여주자 새끼 재갈매기들은 실제 부리보다 더 많이 그 막대기를 쪼아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새끼 재갈매기의 뇌의 시각 경로 속에는 부화하자마자 부리를 인식하도록 특화된 신경회로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 신경회로는 그 부리를 보면 반응한다. (중략) 만약 재갈매기에게 미술관이 있다면 벽에 3개의 붉은색 줄무늬가 있는 긴 막대기를 걸어두고, 그 막대기를 숭배하며, 수십억에 구입하고 그것을 피카소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그 막대기가 어느 것과도 닮지 않았음에도 그것에 매료되는 이유를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중략) 다시 말해 예술가들은 시행착오와 통찰력, 천재성을 통해 우리의 지각문법의 형상적인 원시성을 발견해왔다. 그들은 그와 같은 원시성을 자극하며, 뇌에 3개의 줄무늬가 있는 긴 막대기와 같은 것을 창조하고 있다.

'그룹 짓기(grouping)'는 그레고리의 달마시안 그림을 예로 들면서 "시각은 주로 사물들을 발견하고 위장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가령 유인원들은 풀숲에 숨어 있는 사자를 판단하기 위해서(정확히 사자인지 아닌지 분간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뇌는 그 조각조각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각성과 집중은 가장자리계통을 기분 좋게 자극할 때 최고조에 다다른다. 나는 우리의 관심과 주의를 끄는 어떤 물체의 일부가 조금씩 보일 때마다 시각적 계층구조 가운데 각 단계마다 그와 같은 '아하 신호'(일종의 '미적 반응'이나 '미적 감동' 같은-서평자 주)가 생성된다고 주장한다.

'지각문제해결(perceptual problem solving)'은 '해답을 찾아가는 단계 또는 과정상의 즐거움'으로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이어 '격리(isolation)'는 '뇌 자원의 주의 할당'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자폐증을 앓는 아이가 뛰어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바로 이러한 격리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디아(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경우 많은 부분, 심지어는 대부분의 뇌가 자폐증으로 손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측 마루엽에 있는 겉질 조직의 일부는 손상을 입지 않았다. 따라서 나디아의 뇌는 동시에 그녀의 모든 주의 자원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우측 마루엽에 할당한다. 우측 마루엽은 예술적인 비례 감각과 관련이 있는 뇌 영역이다.

4부 '공감각, 진화하는 우리 마음의 메타포'는 3부의 연장선상에 있다. 말하자면 '은유'와 관련이 있다. 저자는 공감각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숫자를 색깔로 인지하는 공감각자를 소개한 후 이들의 뇌에서 교차활성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왜 이런 혼선이나 교차활성이 일어날까? (중략) 한 가지 가능성은 우리가 태어날 때는 뇌가 과도한 접속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태아 시기에는 과도한 접속 상태이다가 가지가 쳐져 나가면서 규격화된 성인의 뇌가 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들 공감각자의 뇌에는 일명 '가지치기' 유전자가 결여되어 뇌의 영역간 교차활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또는 일부 화학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해 정상적으로는 느슨하게 연결된 뇌의 인접 지역 간에 교차활성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저자는 이를 가정적으로 발전시켜 인간 뇌의 전 영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경우를 상상해 보기도 한다.

뇌의 전역에서 그 유전자가 발현된다면 뇌 전역에 훨씬 더 과도한 연결성을 지니게 되고, 결국 그 사람은 겉보기에 아무 관련성이 없는 것을 연결시키는 능력인 은유적 경향을 더욱 더 띠게 될 것이다.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는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아마 뇌의 각 부위를 가리키는 명칭에서부터 막히고 설령 그 명칭을 안다고 해도 그 부위에서 일어나는 어떤 특성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요지는 지극히 단순해 보인다. 다만 그러한 지적 전달 과정이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따름이다.

생소한 명칭이 나오면 그림(뇌의 부위들을 지시해 놓은)을 찾아보는 것이 이해를 돕는 길일 것이다. 그나마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몇몇 그림들이 답답함을 해소시켜준다. 참고로 1부와 2부가 무난하게 읽힌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 옮긴이: 이충 / 펴낸날: 2006년 9월 1일 / 펴낸곳: 바다출판사 / 책값: 1만2000원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지음, 이충 옮김, 바다출판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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