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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왼쪽)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하루 간격으로 잇달아 한국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북한을 향한 유연한 자세와 함께 새로운 메시지를 꺼내 보였다.(자료사진)
지난 15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이후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던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미국 정부당국자들 입을 통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하루 간격으로 잇달아 가진 한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종전과 다른 유연한 자세와 함께 북한을 향해 새로운 메시지를 꺼내 보인 것이다.

힐, 버시바우의 유연한 대북 메시지

버시바우 대사는 지난 21일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대북 제제와 관련 "미국은 추가적인 제재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려 중이고 굉장히 심사숙고하고 있으며, 결정을 서두를 의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재무부에 의한 방코델타아시아(BDA) 조사문제에 대해서는 "가능한 신속하게 이 사건을 종결시키고 싶다"면서 "6자 회담이 재개되면 양국간 열린 채널을 통해 BDA 문제에 대해 북한과 논의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추가제재와 BDA 조사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유연해진 입장은 22일 뉴욕에서 일부 한국 언론들과 인터뷰를 가진 힐 차관보를 통해서도 거듭 확인됐다.

그는 "북한이 6자 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다면 기꺼이 북한과 금융제재 문제의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이미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제제 문제의 정상화란 '대북 경제제재 종결'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미국측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개념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한·미 사이에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됨으로써 더 이상 '실체 논란'은 의미가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와 버시바우 대사가 밝힌 대북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입장은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접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에게 '미국은 유연성을 발휘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금융제재 문제, 달라진 접근법

힐 차관보는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 참석했을 때만 해도 6자 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접촉을 한사코 피했다. 그는 당시 "6자 회담을 보이콧하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면서 북한이 회담 복귀 날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양자대화가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그런 힐 차관보의 입장이 이제 "북한이 6자 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다면 기꺼이 북한과 금융제재 문제의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다"로 바뀐 것이다. 일단 '6자회담 틀 내에서의 양자회담'이라는 기존 입장을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적극성, 유연성을 강조해 북한을 6자 회담으로 끌어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BDA 문제는 북한이 6자 회담 체제를 이탈한 원인이었다. 따라서 힐 차관보와 버시바우 대사가 이 문제에 대해 이 시점에서 나란히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해 보인다. 힐 차관보는 "금융제재 문제의 정상화는 대북 경제제재 종결을 의미한다"고 했고, 버시바우 대사도 "(BDA 조사를) 불필요하게 지연시키는 게 전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미국 내 누구보다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두 사람이 일단 북한측에 공을 쳐 보낸 것으로 보인다.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은 많은 궁금증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정확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미간 상당한 교감 속에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그 해법은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간 추가 협의와 이르면 금주 내 열릴 예정인 한·미·일 3자협의와 중국, 러시아와의 협의를 거치며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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