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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를 맞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리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앞마당.
6회를 맞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리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앞마당. ⓒ 김기

소리는 살아있는 것의 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도구이며, 생명을 갖지 않은 것에 있어서는 교류의 현상이다. 단순한 소리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모음과 자음이 만나야 비로서 가능한 일이 되기에 사회적 존재인 인간에게 소리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축제는 교류와 소통의 다른 이름일 따름이다. 축제는 소리이고, 소리는 다시 축제인 것이다.

대개의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의 고장임을 내세우는 것이 보통이지만, 전주만큼 인지도를 쌓은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전주가 맛과 멋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일조한 것이 올해로 여섯 번째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일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부산국제영화제, 광주국제비엔날레, 서울서 열리는 국제규모 축제 등에 비해 아직은 성과에 열세인 숙제도 안고 있다.

올해는 워매드(WORLD OF MUSIC, ART AND DANCE)에 집중하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으나 그 성과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워낙 워매드 자체가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기에 첫해부터 기대치를 높여서는 곤란할 것이다.

워매드에는 외국 12개팀과 국내 7개팀으로 구성되었다. 국내팀 중에서도 '강은일과 해금플러스'는 큰 인기를 끌었다. 밤 9시에 시작된 공연임에도 객석은 가득 찼으며 앵콜에 기립박수까지 나오는 등 전주 음악팬들을 매료시켰다
워매드에는 외국 12개팀과 국내 7개팀으로 구성되었다. 국내팀 중에서도 '강은일과 해금플러스'는 큰 인기를 끌었다. 밤 9시에 시작된 공연임에도 객석은 가득 찼으며 앵콜에 기립박수까지 나오는 등 전주 음악팬들을 매료시켰다 ⓒ 김기


워매드 기대에 미달 그러나 판소리 프로그램은 성공적

또한 워매드와 함께 도입한 유료관람제는 애초의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방에서의 유료관람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고, 양질의 공연에 돈을 지불하는 당연한 인식을 심는 것은 비단 전주의 문제가 아닌 모든 지역에서 풀어야 할 숙제임이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올해로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을 3회째를 맡은 안숙선 위원장은 소리축제에서 큰 역할을 담당해왔다. 무엇보다 소리축제의 주인 격인 판소리에 대한 무게중심을 높인 점은 초기 축제의 정체성을 가늠하는데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내년에는 새로운 조직위원장 체제로 7회째를 맞게 되겠으나, 이미 정착된 판소리에 대한 무게는 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매드의 성패를 떠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판소리에 대한 집중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음악적 프로그램들이 많기도 하지만, 판소리에 대한 것들만 따로 모아도 충분히 하나의 축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판소리에 대한 집중력은 돋보였다.

판소리 집중 프로그램 '판소리 젊은시선' 중 김수미가 이끄는 서울대 국악과의 판소리 칸타타 '유관순가' 공연장면
판소리 집중 프로그램 '판소리 젊은시선' 중 김수미가 이끄는 서울대 국악과의 판소리 칸타타 '유관순가' 공연장면 ⓒ 김기

<작고명인열전>을 통해 현대사의 최고 여류명창인 만정 김소희 선생을 회고한 점은 그 중에서도 큰 환영을 받았다. 그 외에도 <판소리젊은시선>, <대학창극축제>, <판소리 다섯바탕전>, <바디별 명창명가-흥보가> 등이 축제기간 내에 판소리 애호가들의 발길을 이끌었으며 폐막작으로 초대된 국립창극단의 현대적 창극인 ‘청’은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전주소리축제가 판소리에 대한 발전적 자리매김을 거두고 올해로 조직위원장 직무를 마치는 안숙선 위원장을 폐막 전날인 23일 만나 차 한 잔을 나누었다.

올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여느때보다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160명을 뽑는 자원봉사자 지원경쟁율이 5대1을 넘어설 정도로 젊은이들의 참여도가 크게 높아졌다. 안숙선 조직위원장과 함께 한 자봉단들
올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여느때보다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160명을 뽑는 자원봉사자 지원경쟁율이 5대1을 넘어설 정도로 젊은이들의 참여도가 크게 높아졌다. 안숙선 조직위원장과 함께 한 자봉단들 ⓒ 김기

오늘의 숙제는 내일의 도전과제

-거의 20일 동안 진행되는 축제일정에 많이 피곤하실 듯 하는데,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먼저 올해 가장 인상 깊은 것을 몇 가지 드신다면?
"축제를 준비하기 전에는 힘든 점도 있었지만 축제가 열리는 동안은 조직위원장보다는 축제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자리에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노래와 공연을 접할 수 있어 공연예술가의 입장에서는 많은 공부도 했던 시간들이었죠. 개인적으로는 예년에 비해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돋보인 점과 작고명인열전을 통해 잊혀져 가는 판소리 역사에 대해 진지하고 다양하게 돌아볼 수 있었던 점이 의미 있었다고 봅니다."


-올해로 3회째 조직위원장을 맡고 계십니다. 하루가 더 남긴 했지만 올해 축제를 평가한다면?
"올해로 6회를 맞은 소리축제는 이제 큰 방향에서는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역적 문제, 소재적 문제는 여전히 소리축제가 풀어야 할 숙제겠지요. 다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작년에 남겨진 숙제가 올해 우리들의 도전과제였듯이 완성이 좀 더디더라도 전주소리축제만의 특성과 장점을 후임 위원장과 더불어 많은 스태프들이 만들어갈 것으로 믿습니다."

3년간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이끈 안숙선 조직위원장
3년간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이끈 안숙선 조직위원장 ⓒ 김기

-전주세계소리축제로 인해 전통적으로 이어오는 전주의 판소리 대표성이 더욱 짙어지게 된 인상을 갖게 됩니다. 판소리 프로그램들에 대한 생각은?
"앞서도 말했지만 작고명인열전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오늘의 판소리는 현재 활동하는 명창들을 길러낸 작고 명인들의 피와 눈물로 이어져 왔잖아요? 오늘과 내일의 우리를 위해 과거를 돌아보는 필요성은 새삼스럽게 강조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합니다. 또한 어린 소리꾼들의 진지하고 열심인 자세들을 볼 수 있는 것이 더해져서 소리축제가 판소리 온고지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봅니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가진 중요한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세계에는 월드뮤직이란 것이 있죠. 우리는 5천년 단일역사 속에서 풍부한 음악자원을 자연스럽게 물려받았잖아요. 소리축제가 그 모든 음악을 모두 담당할 수는 없지만, 판소리는 한국을 대표하면서 동시에 전라도의 중심음악인데, 소리축제는 판소리가 세계인류가 즐기는 월드뮤직이 되는데 결코 작지 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를 갖죠."

전주소리축제, 한국 뛰어넘어 세계축제로 나아가야

안숙선 조직위원장.
안숙선 조직위원장. ⓒ 김기
-창극은 소리축제에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되었습니다. 또한 위원장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창극인데, 창극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자동차, 휴대폰 등 공산품은 외국에 내다 팔아야 하는 것이지만, 문화는 물류비가 들지 않는 수출품이 될 수 있어요.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앤드는 그 대표적 사례죠. 우리도 창극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갈 길이 아주 멀다고 생각합니다. 창극 주변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리축제가 지원할 수 있는 규모가 더 커져야겠고,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공연예술로 성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리축제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그 동안 판소리와 세계음악과의 다양한 만남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축제에 참여하는 관객층을 폭넓게 확보하지 못하고 있죠.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데, 소리와 소리 아닌 예술과의 결합, 인근 지역 축제들과의 발전적 교류 등의 방법들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에게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판소리가 있기에 조직과 규모에 대해 더 투자한다면 에딘버러, 아비뇽 등 세계적인 축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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