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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 주자의 후보 단일화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과반을 넘었다.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 주자의 후보 단일화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과반을 넘었다.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남다르다. 일반 국민에겐 최대의 명절이지만 정치인에겐 최대의 시장이다. 특히 선거에 출마하려는 예비 후보들에겐 신발 밑창이 닳도록 뛰어 한몫 잡아야 하는 최대의 여론시장이다. 무려 3500만명이 이동한다. 이들이 엮어낼 풀뿌리 정치평론의 위력은 크고 넓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어제(1일) 나란히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독일에서 귀국했다. 이들의 행보에 한가위 여론 시장을 잡아보려는 소망이 담겨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 신문이 오늘자에서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실었다. 한가위 여론 시장을 타려는 상술이 깔려있지만 폄하할 필요는 없다. 한가위 여론시장에 쏟아질 풀뿌리 정치평론이 대선 지형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재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상당수 언론이 오늘 보도한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는 그런 역할을 한다.

눈길을 끄는 보도가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29일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7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박근혜-이명박 후보 단일화 '불투명'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근혜-이명박'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 눈길을 끄는 결과가 나왔다. '이루어질 것' 32%,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 51%였다.

열린우리당 지지자의 73%가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기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나라당 지지자의 경우 '이루어질 것'과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 각각 46%와 44%로 나왔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의 응답은 큰 의미가 없다. 상대 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채로운 건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응답이다. 후보 단일화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절반에 그쳤다는 점, 부정적 전망이 절반에 육박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박근혜-이명박 두 사람이 경선 승복을 공언했는데도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이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럴 수도 있다. 정치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국민 정서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언론은 대선과 관련한 각종 시나리오를 쏟아낸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 게 한나라당 분열 시나리오다.

상황이 이러니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 후보 단일화에 확고한 믿음을 갖지 못한다. 이건 자연스런 결과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게 있다. 후보 단일화 실패 이후다. <중앙일보>가 '단일화가 실패해 두 사람이 모두 출마할 경우 누구를 찍겠느냐'고 물었다. 응답자의 33%가 이명박 전 시장을, 32%가 박근혜 전 대표를 꼽았다. 두 사람 이외의 다른 후보를 선택한 응답은 20%였다.

해석하기 전에 확인할 게 있다. 언론이 쏟아내는 한나라당 분열 시나리오엔 공통점이 있다. 분열의 발원지가 이명박 전 시장일 것이란 예측이다. 박근혜 전 대표를 축으로 해서 DJ 또는 민주당과의 연합을 전망하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이는 '박근혜 개인'이 아니라 '박근혜 후보의 한나라당'을 주체로 설정한 것이다. 반면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엔 '이명박 개인'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전 시장이 오차범위(±3.6%) 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한나라당, '이인제 학습효과'는 없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분열 시나리오가 나올 때마다 상당수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반론으로 꺼내든 게 있다. 이른바 '이인제 학습효과'다. 97년 대선 때 이인제 후보가 보인 행태가 DJ의 집권을 도운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들이 판을 깨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공감대가 후보 단일화를 강제할 것이란 분석이었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분석을 부정하고 있다. 판을 깨고 나와도 지지세는 여전할 것이란 전망을 던지고 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디딤돌 삼아 하나만 더 관측하자. 후보 단일화가 실패로 귀착된다면 그 계기는 뭐가 될까?

경선 결과 불복은 성립하지 않는다. 경선에 끝까지 참여했다가 낙선한 사람은 본선에 나오지 못한다. 선거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후보 단일화 실패는 경선 이전에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경선 이전에 후보 단일화 여부가 결정 난다면 그 이정표는 역시 경선 룰이다. 물밑에서야 각종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꼼꼼히 챙기겠지만 이게 명분이 될 수는 없다. 후보 단일화 실패가 경선 불참을 뜻한다면 명분은 역시 경선 룰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가 어제 한 말이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수개월 동안 공정·적법하게 당원들의 합의로 만든 현재 대선후보 경선 규칙을 한번 써보지도 않고 개개인의 유불리에 따라 쉽게 바꾼다면 앞으로도 수십번은 고쳐야 할 것이다."

오픈 프라이머리에 반대한다는 얘기다. 현행 당헌·당규대로 당원 대 일반국민 비율이 50대50인 경선규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갈등의 불씨 '오픈 프라이머리'

이게 첫번째 지뢰가 될 수 있다. 강재섭 대표에 이어 박근혜 전 대표도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내 소장파 등은 여전히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시사저널> 조사 결과, 오픈 프라이머리에 찬성하는 응답이 82.5%가 나왔다.

또 <중앙일보>는 이렇게 내다봤다. "박근혜 전 대표는… 현 경선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이명박 전 시장은… 오픈 프라이머리제가 유리(하다)."

이명박 전 시장이 소장파의 주장과 국민여론을 뒷바람 삼아 오픈 프라이머리를 향해 내달릴지 지켜볼 일이나, 결론이 빨리 내려질 것 같지는 않다.

시간은 아직 남아있다. 열린우리당이 오픈 프라미머리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려도 된다. 이 도정에 한가위 여론시장이 열린다. 이 시장에서 후보 단일화와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여론도 조정될 것이다. 이 걸 보고 자세를 잡아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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