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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솔수북
딸아이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한가위를 맞아 민속놀이 행사를 마련했다. 널뛰기, 투호놀이에 떡메치기까지 오랜만에 우리 놀이를 즐겼는데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아이들이 마당을 뛰어 다니는 모습만으로도 명절 분위기가 넘쳐났다.

딱지치기나 제기차기에선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린 아빠들이 열을 올리며 달려들어 승부 근성을 불태웠다. 아빠들이 딱지를 척척 접어대고 갖가지 고난도 제기 차기를 선보이자 아이들은 눈빛을 반짝였다. 소파에 누워만 있던 아빠가 오늘은 날아다녀요!

요즘은 골목도 없어지고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도 사라졌다. 아이들은 학원 다니기 바쁘다. 논다고 해도 문방구 앞 오락기가 더 가깝고 여러 명이 어울려서 노는 모습을 보긴 더더욱 힘들다. 하물며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우리 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본 건 언제였더라.

탄력 받은 아빠들이 의기투합해서 오징어도 그려가면서 번외경기도 마련했다. 아빠들 나고 자란 동네마다 규칙이 달라서 옥신각신도 있었지만 아이들과 부대껴가며 신나게 놀았다.

박사님들이 방송에 나와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 제발 학원 뺑뺑이 시키지 말고 그냥 놀리라고들 하지만 보통 엄마 아빠들이 실천하기라 쉽지 않다. 우리 아이만 놀리다가 뒤쳐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강적이요, 막상 놀게 놔두면 컴퓨터에만 매달리고 만화책만 붙들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놀지 못하는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명절 때면 누워서 TV만 보면서 작년에 했던 것 또 한다고 구시렁대거나 고스톱에 목숨 걸며 타짜 흉내내는 거야 집집마다 다를 바 없다.

<사시사철 우리 놀이 우리 문화>는 이름대로 세시풍속을 따라 우리 놀이, 우리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친근한 닥종이 인형으로 상황을 표현했고 학습물 감각으로 다양한 정보도 함께 싣고 있다. 이야기 흐름을 따르는 책은 아니지만 담고 있는 정보가 많은 편이어서 순서 관계없이 그때그때 펴 보면서 즐길 수 있다.

아이들 책은 스스로 글자를 읽는 아이라 해도 어른이 함께 읽으며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하물며 놀이와 문화를 다루는 책이니 그냥 책만 던져주고 말 것이 아니라 하다못해 명절에 일가친척들 모였을 때 윷이라도 같이 놀고 가까운 고궁이나 박물관 나들이를 한다면 아이도 즐겁고 어른도 즐거운 일이다. '책씻이'같은 것은 책 읽을 때마다 스티커를 붙여 나가다가 목표에 이르면 맛난 것 함께 만들어 먹으며 격려해주는 식으로 응용해보자.

우리 놀이, 우리 문화를 옛날에 있었던 일로만 책 속에 가둬 둘 것인가, 아니면 오늘 우리 가족을 즐겁게 해주는 현재형으로 함께 놀 것인가? 사실 엄마 아빠들은 딱지치기, 공기놀이, 연날리기, 제기차기에 있어서는 인간문화재들일 텐데 여기서 대가 끊겨서야 아깝지 않나!

ⓒ 한솔수북

덧붙이는 글 | 장익준 기자는 국어능력인증시험(TOKL)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시사철 우리 놀이 우리 문화

백희나 인형 제작, 이선영 지음, 최지경 그림, 한솔수북(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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