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왼쪽)는 8일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다. 중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것은 5년만의 일이다.
ⓒ AP 연합뉴스

중국과 일본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총리 재임기간 중 냉각됐던 양국간 정치적 관계를 복원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한국에 앞서 8일 중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와 잇달아 회담을 갖고 양국간 현안들을 폭넓게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후 주석에게 양국이 국제적 과제를 포함 정치·경제 각 분야에서 공통의 이익을 쌓아나가는 '전략적 호혜관계' 구축을 제안했고, 후 주석도 이에 동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러시아 등과의 관계에서만 '전략적'이란 용어를 사용해왔다. 이번에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만큼 대일관계를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으로서도 체제를 달리하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전략'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98년 당시 중·일 정상간 공동선언을 통해 발표된 '우호협력 파트너십'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킨 의미도 있다.

양국은 정상회담 뒤 내놓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역사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향해 정치와 경제의 두 바퀴를 힘있게 작동시켜, 중·일 관계를 더욱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5년만의 방문 정상회담

중·일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해서 회담을 가진 것은 꼭 5년만이다.

2001년 10월 당시 고이즈미 총리의 중국 방문 이후 계속되는 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인해 정상간 상호 방문이 중단됐다. 국제회의 참석 기회를 이용한 제3국에서의 정상회담은 간헐적으로 이어졌으나, 그것도 지난해 4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마지막이었다.

후 주석은 아베 총리와의 만남에 대해 '새로운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번 방문이 양국관계의 개선과 발전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아베 총리도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중국을 선택한 것은 중국과의 갈등 해소가 극히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화답했다.

원 총리도 이날 회담에서 "양국이 최근 노력으로 정치적 장해를 극복하고 우호관계를 발전시킨다는 데 공감함으로써 아베 총리의 방중이 가능하게 됐다"면서 "우호관계의 발전은 양국 인민의 이익에 합치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날 천안문 광장에 양국 국기를 내걸고, 21발의 예포를 쏘아 올려 아베 총리를 환영했다. 8일은 중국 제16기 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가 개막되는 날로 아베 총리의 일정에 맞춰 이날 외빈을 맞았다는 것 자체가 예외적인 일이다. 중국 지도부로서 외국 정상에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예우로 볼 수 있다.

야스쿠니 문제는 '모호성' 남겨

그 동안 양국간 정치적 관계의 단절을 가져온 직접적 원인이었던 야스쿠니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모호성'을 남겨두는 형태로 일단 정리한 인상이다.

후 주석은 이날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서 중국, 아시아인의 감정에 상처를 입혔다"며 "정치적 장해를 제거해주기 바란다"고 말해 새 총리의 참배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결코 군국주의를 미화하거나 A급 전범을 찬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하면서 "갈지 안 갈지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라는 취임 전후의 지론을 반복했다. 아베 총리는 그러면서도 "쌍방이 정치적 곤란을 극복하고,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는 관점에서 적절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아베 총리는 "우리 나라가 일찍이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기고, 상처를 남겼던 것에 대해서 깊이 반성한 위에서 전후 60년이 있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95년 '무라야마 담화' 수준의 역사인식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후 주석과 원 총리의 일본 방문을 초청했고, 두 사람도 이에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로써 지난 5년간 파행상태였던 중·일간 정치적 관계는 일단 복원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실험에 대해 공동의 우려 표명

중·일 정상은 북한의 핵실험 선언에 대해서도 "이를 단념시켜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

양국 정상은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핵실험을 포함한 최근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6자회담 재개 추진 ▲대화와 협의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노력을 다짐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고, 미사일 문제를 처리하는데 일·중이 협력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중용하다"고 말해 이 문제를 중·일간 '전략적 호혜관계' 구축의 첫 번째 과제로 삼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후 주석도 회담에서 "중국으로서도 강하게 항의하고,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억제하도록 중국으로서도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