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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갑
①인물이 활동하는 공간이 현실 층위에 한정되어 실감이 나는군.
②'꿈속 꿈'의 공간이 꿈 이전의 현실과 연결된다는 점이 묘미가 있군.
③꿈과 '꿈속 꿈'을 통하여 모든 현실적 욕망에 대해 반성하게 하는군.
④'꿈속 꿈'의 공간은 양소유와 여덟 여인이 만나게 되는 배경이 되는군.
⑤꿈과 '꿈속 꿈'의 공간이 닫혀 있어서 안정감 있는 공간 의식을 갖게 하는군.

아이들은 문제에서 묻는 것은 제쳐두고 <구운몽>에 대한 지식으로 이 문제를 대하여 답을 ③으로 하였다. 아이들은 구운몽의 주제를 꿈을 통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에서 묻고 있는 것은 <보기>을 참조하여 답을 하라는 것이다. <보기>에서 말하고 있는 알맹이는 '꿈 속 꿈의 구조'이다. 그런데 도표에서 보면 공간 배경으로 남악 형산은 두 번 나온 것에 눈길을 주어야 한다. 남악 형산은 현실 공간인 동시에 꿈 속 꿈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소설 문학 지문 문제를 풀어보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한 2007학년도 6월 모의 수능고사에 나온 소설 지문을 가지고 어떻게 소설 문학 지문에 다가서야 하는지 더듬어 보자.

[52~5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그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이미 가끔씩 노환으로 자리보전을 하던 석담 선생은 그날도 병석에서 일어나기 바쁘게 종이와 붓을 찾았다. 그것도 그 무렵에는 거의 쓰지 않던 대필(大筆)과 전지(全紙)였다. 벌써 몇 달째 종이와 붓을 가까이 않던 고죽은 그런 스승의 집착에 까닭 모를 심화를 느끼며 ㉠먹을 갈기 바쁘게 스승 곁을 물러나고 말았다. 어딘가 모르게 스승의 과장된 집착에는 제자의 방황을 비웃는 듯한 느낌이 드는 데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동안 뜰을 서성이는 사이에 그는 문득 늙은 스승의 하는 양이 궁금해졌다.

방에 돌아오니 석담 선생은 붓을 연적에 기대 놓고 눈을 감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바닥에는 방금 쓰다가 그만둔 것인 듯 '萬毫齊力(만호제력)' 넉 자 중에서 앞의 석 자만이 씌어져 있었다.

"소재(蘇齋)*는 일흔여덟에 참깨 위에 '天下泰平(천하태평)' 넉 자를 썼다고 한다. 나는 아직 일흔도 차지 않았는데 이 넉 자 ‘萬毫齊力’을 단숨에 쓸 힘도 남지 않았으니……."

그렇게 탄식하는 석담 선생의 얼굴에는 자못 처연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러나 고죽은 그 말을 듣자 억눌렀던 심화가 다시 솟아올랐다. 스승의 그 같은 표정은 그에게는 처연함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만만함으로 비쳤다.

"설령 이 글을 단숨에 쓰시고, 여기서 금시조(金翅鳥)*가 솟아오르며 향상(香象)*이 노닌들, 그게 선생님을 위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고죽은 자신도 모르게 심술궂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채 기진해 있던 석담 선생은 처음 그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내 그 말의 참뜻을 알아들은 듯 매서운 눈길로 그를 노려보았다.

"무슨 소리냐? 그와 같이 드높은 경지는 글씨를 쓰는 이면 누구든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이르러 보고 싶은 경지다."
"거기에 이르러 본들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입니까?"

고죽도 지지 않았다.

"㉡태산에 올라 보지도 않고, 거기에 오르면 그보다 더 높은 산이 없을까를 근심하는구나. 그럼 너는 일찍이 그들이 성취한 드높은 경지로 후세에까지 큰 이름을 드리운 선인들이 모두 쓸모없는 일을 하였단 말이냐?"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 것입니다. 도대체 종이에 먹물을 적시는 일에 도가 있은들 무엇이며, 현묘(玄妙)함이 있은들 그게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도로 이름하면 백정이나 도둑에게도 도가 있고, 뜻을 어렵게 꾸미면 장인이나 야공(冶工)의 일에도 현묘함이 있습니다. ⓒ천고에 드리우는 이름이 있다 하나 이 나[我]가 없는데 문자로 된 나의 껍데기가 낯모르는 후인들 사이를 떠돈들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서화가 남겨진다 하나 단단한 비석도 비바람에 깎이는데 하물며 종이와 먹이겠습니까? 거기다가 ⓓ그것은 살아 그들의 몸을 편안하게 해 주지도 못했고 헐벗고 굶주리는 이웃을 도울 수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 허망함과 쓰라림을 감추기 위해 이를 수도 없고 증명할 수도 없는 어떤 경지를 설정하여 자기를 위로하고 이웃과 뒷사람을 홀렸던 것입니다……."

그때였다. 고죽은 불의의 통증으로 이마를 감싸 안으며 엎드렸다. 노한 석담 선생이 앞에 놓인 벼루 뚜껑을 집어던진 것이다. 샘솟듯 솟는 피를 훔치고 있는 고죽의 귀에 늙은 스승의 광기 어린 고함 소리가 들려 왔다.

"내 일찍이 네놈의 천골(賤骨)을 알아보았더니라. 가거라. 너는 진작부터 저잣거리에 나앉아야 할 놈이었다. 용케 천골을 숨기고 오늘날에 이르렀으니 ㉢이제 나가면 글씨 한 자에 쌀 됫박은 후히 받을 게다……."

결국 그 자리가 그들의 마지막 자리였다. 그 길로 석담 선생의 집을 나선 고죽이 다시 돌아온 것은 이미 스승의 시신이 입관된 뒤였다.

벌써 삼십여 년 전의 일이건만 ㉣고죽은 아직도 희미한 아픔을 느끼며 이제는 주름살이 덮여 흉터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 왼쪽 이마 어름을 만져 보았다. 그러나 그와 함께 떠오르는 스승의 얼굴은 미움도 두려움도 아닌, 그리움 그것이었다.

"아버님, 김 군이 왔습니다."

다시 추수의 목소리가 그를 끝 모를 회상에서 깨나게 하였다. 이어 방문이 열리며 초헌(草軒)의 둥글넓적한 얼굴이 나타났다. 대할 때마다 만득자(晩得子)를 대하는 것과 같이 유별난 애정을 느끼게 하는 제자였다. 사람이 무던하다거나 이렇다할 요구 없이 일 년 가까이나 그가 없는 서실을 꾸려 가고 있는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글씨 때문이었다. 붓 쥐는 법도 익히기 전에 행서(行書)를 휘갈기고, 점획 결구(點劃結構)도 모르면서 초서(草書)며 전서(篆書)까지 그려 대는 요즈음 젊은이들답지 않게 초헌은 스스로 정서(正書)로만 삼 년을 채웠다. 또 서력(書歷) 칠 년이라고는 하지만 칠 년을 하루같이 서실에만 붙어 산 그에게는 결코 짧은 것이 아닌데도 그 봄의 고죽 문하생 합동전에는 정서 두어 폭을 수줍게 내놓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글은 서투른 것 같으면서도 이상한 힘으로 충만돼 있어, 고죽에게는 남모를 감동을 주곤 했다. 젊었을 때는 그토록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윽하게 느껴지는 스승 석담의 서법을 연상케 하는 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이문열, <금시조(金翅鳥)> -

* 소재: 청나라 학자 옹방강의 호.
* 금시조: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큰 새.
* 향상: 상상의 큰 코끼리.


먼저 지문에 등장하는 인물을 살펴보자. 석담과 고죽이다. 석담과 고죽은 스승과 제자 관계이다. 이 두 사람이 대립하는 것은 서예에서 도와 물질이다. 이 대립이 격화되어 석담은 벼루 뚜껑을 집어 던지고 고죽은 이로 인해 이마에 상처를 입는다. 그로 인해 고죽은 석담 곁을 떠난다. 이 일은 30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오늘 그 때 다친 이마를 짚으며 스승에 대한 그리움을 느낀다. 특히 제자 초헌에서 유별난 애정을 느끼는 것은 스승 석담의 서법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52.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중심인물들이 상대를 공박하며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② 대화를 통해 인물들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③ 시간의 흐름을 비약시킴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연계하고 있다.
④사건을 병렬적으로 구성하여 이야기의 입체감을 높이고 있다.
⑤갈등의 양상을 첨예하게 그림으로써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 석담과 고죽이 대화를 통해 서로 자기주장을 펼치고 그로 인한 대립으로 석담은 벼루 뚜껑을 고죽에게 집어 던진다. 이것은 30년 전의 일이다.

5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석담'의 집착을 못마땅해 하는 '고죽'의 심리가 나타나 있다.
②㉡: 예술의 드높은 경지에 대해 회의하는 '고죽'을 '석담'이 나무라고 있다.
③㉢: 재주는 많으나 자신의 뜻에 어긋난 '고죽'을 '석담'이 질책하고 있다.
④㉣: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어버렸던 '석담'에 대한 '고죽'의 원망이 되살아나고 있다.
⑤㉤: '초헌'이 훗날 대가로 성장하리라는 '고죽'의 예감이 담겨 있다.
☞ ㉠ 바로 앞에 고죽이 심화를 느낀다는 말이 있다. ㉡은 도에 다가서려고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도에 대해 회의를 갖는 고죽의 태도를 석담이 꾸짖는 말이다. ㉢에서 '글씨 한자에 쌀 됫박은 후히 받을 게다'라는 말에서 고죽의 재주는 인정하지만, '천골'이라는 말에서 고죽이 석담의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바로 뒤에 그리움이라는 말이 나온다. ㉤ '이상한 힘으로 충만돼' 있고, 그 글에서 '감동'을 받는다는 점에서 대가로 성장할 조짐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54.ⓐ~ⓔ 중, <보기>를 근거로 비판할 수 있는 것은?

< 보 기 >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현대 한국 독자들에게까지 소개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남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① ⓐ ② ⓑ ③ ⓒ ④ ⓓ ⑤ ⓔ
☞ <보기>의 내용은 훌륭한 작품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느냐에 대한 것을 찾으면 된다.

55.위 글을 읽은 학생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예술이 갖는 효용성 문제에 대해 논란이 있군.
②예술의 경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이 험난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군.
③예술가로서 스승과 제자의 만남과 헤어짐을 작가는 극적으로 그려 내었군.
④예술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태도에 대해 작가는 잘못되었다고 말하는군.
⑤예술을 창조하는 이들이 겪는 정신적 고뇌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군.
☞ ① 석담과 고죽이 다투고 있는 주제는 예술의 효용성(도와 물질)이다. ②와 ③은 고죽이 처음에는 스승의 도를 깨닫지 못하고 벼루 뚜껑에 맞아 이마까지 다쳤으나 30년이 지난 오늘에는 제자에게서 스승을 느끼고 있다. ④ 이 작품에서 석담을 통해 예술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려놓았지 이러한 태도에 대해 잘못되었다는 말은 없다. 하지만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고뇌가 뒤따르고 있음을 고죽을 통해 보여 준다.

56.'요즈음 젊은이들'을 두고 할 수 있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
②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③ 기지도 못하면서 뛰려고 한다.
④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 읊는다.
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 붓 쥐는 법도 익히기 전에 행서를 휘갈기고 점획결구를 모르면서 초서 전서까지 그려내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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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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