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그루지아와 주변 카프카즈 지역 지도
그루지아와 주변 카프카즈 지역 지도 ⓒ CIA 월드팩트 북
그루지아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그루지아의 '친서방 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긴 러시아와의 갈등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그루지아가 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들의 영토인 압하지아와 남오세티아에서 러시아 군대를 철수시키는 것이다.

벨벳 혁명 이후 반러시아 정책과 2004년 그루지아 대통령에 당선된 미하일 사카시빌이 EU(유럽연합)와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정식 회원국을 목표로 줄곧 취해왔던 친서방 정책이 결국 러시아의 카프카즈 지역 정책과 갈등을 빚은 것이다.

하지만 군대 철수로만 끝날 간단한 문제만도 아니다.

우선, 남오세티아에 주둔해 있는 러시아 군대는 명목상으로는 1992년 남오세티아와 그루지아간 내전 이후 잔류한 OSCE(Th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소속 평화유지군이다.

러시아 측에 따르면 이곳에 주둔해 있는 것은 독립을 원하는 남오세티아와 자국 영토 내에서의 '이탈'을 용납할 수 없는 그루지아간에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루지아는 자국 영토 내에 타국 군대가 들어와 있는 것은 주권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곳 군대는 모두 명목상 OSCE군이고 실질적으로는 모두가 러시아군 소속이다.

러시아로서는 남오세티아가 독립을 쟁취할 시 세르비아 영토 내의 코소보 등 내전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동유럽 국가들이 영향을 받아 도미노처럼 같은 권리를 요구하는 혼란이 일어날까 섣불리 독립에 손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루지아가 지금처럼 친서방을 고집하고 군대 철수를 요구하면 남오세티아를 독립시키고, 그곳에 러시아군을 주둔시키는 것이 러시아로서는 명목적, 실질적으로 수월한 일일지 모른다.

두 번째는 이곳이 지정학적 위치가 원유국인 아제르바이잔과 전시 중인 체첸과 가까워 러시아군 철수 시 자칫 지역통제권을 상실할 수 있고, 이라크, 이란 등 중동과 가까이 있어 러시아의 중동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문제는 그루지아 정부를 지원하고 이 모든 사태를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미국이다. 러시아 언론이나 카프카즈 지역(체첸, 그루지아, 아제르바이잔 등) 언론 모두 그루지아 문제에 대한 '제3의 권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이 '영역을 침범'하고 친미정부를 지원하며, 동유럽 일대 혼란을 야기하며 러시아의 지역영향력을 줄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전 당시 러시아의 이라크군 무기 지원을 공개 비난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근거 없는 소리', '러시아는 중동 문제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을 만큼 중동지역에 대한 양국의 소리없는 힘겨루기는 계속되어 왔다.

러시아는 이렇듯 미국의 개입으로 부담이 가기 시작했던 그루지아 문제를 이제 북한을 내줌으로써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미국 또한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고 성공을 계속 주장하면서 세계 언론으로부터 미국의 경고가 완전히 무시되고, 부시 정권이 대북 억지력을 완전히 잃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던 중 UN을 통해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겨우 '까불면 이렇게 된다'는 체면치레라도 하게 되었다.

21세기의 신제국주의 시대를 알리는 강대국들간의 소리없는 총성이 제3국에서 조금씩 울리기 시작한다.

덧붙이는 글 | 북한-그루지아의 맞교환 관련 러시아 인터넷 언론 기사: http://www.mideast.ru/base_rus_art_5440.html

대북 문제 관련 이타르타스 통신의 기사: http://www.itar-tass.com/level2.html?NewsID=10882970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