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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가 지방대 재직 교수 최초로 차기 한국언론학회 회장에 당선됐다.
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가 지방대 재직 교수 최초로 차기 한국언론학회 회장에 당선됐다. ⓒ 한국언론학회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갈 것"

그 때문인지 권 교수의 당선 소감은 실로 무거워 보인다. "학문적 다양성이 보장되는 학회가 될 수 있도록 닫힌 학회에서 열린 학회로 이끌어 갈 것"이라는 권 교수는 "서울과 지방의 원활한 소통채널 역할을 해나갈 것"을 일성으로 강조했다.

전국 각 대학의 언론 관련학과 교수 및 현직 언론인 등 모두 925명의 회원(선거인)들의 온라인 및 직접투표로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이번 선거는 3개월 동안 학회 홈페이지를 뜨겁게 달궜다.

제34대 한국언론학회를 이끌 회장선거는 지난 8월 후보추천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공고가 개시되면서 시작됐다. 두 후보는 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4차례의 홍보자료를 이용한 온라인 선거운동을 펼쳐왔다.

새 회장에 당선된 권 교수는 그동안 국내 언론계를 이끌어온 언론학회가 중앙 중심적으로 운영돼 왔음을 누누이 지적해 왔다는 점에서 지역 언론계와 학계에선 매우 이례적이고 고무적인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선거운동 과정에서 권 교수는 평소 회원으로서 또는 현직 지방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서 간직해 왔던 언론학회의 개선・발전과제와 소신 있는 공약사항 등을 밝혀왔다.

언론계뿐 아니라 언론학계의 양극화 현상을 경계해 온 권 교수는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비전임 선진학자들과 원로교수, 지역 언론학자들을 위한 연구활동 지원과 보조 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혁남 차기 회장은 언론계에 팽배한 양극화 해소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혁남 차기 회장은 언론계에 팽배한 양극화 해소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언론학회
"비판적 기능, 학문적 다양성 보장되는 학회 만들 터"

권 교수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서울과 지역, 좌파와 우파 등 우리 사회에는 여러 가지 양극화 현상이 있다"며 "특히 언론학회에도 이러한 양극화가 존재하고 있는 만큼 누군가는 이를 좁혀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과 지역, 전임과 비전임, 원로와 신진, 소위 잘나가는 전공과 소외된 전공영역 등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는 부분들은 그동안 드러내 놓고 말하기 어려웠지만 무언으로 공유돼 온 뿌리 깊은 문제점들이었다"고 권 교수는 진단했다.

그러나 "50년 가까운 역사에서 지역 언론학자의 수가 중앙에 비해 훨씬 많았음에도, 지역에서 출마를 한 적은 있었지만 언론학회회장이 나온 적이 없었다"며 권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거대한 장벽이 가로놓여 있음을 실감케 한 대목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뿐 아니라 지역의 군소대학에서도 학회를 이끌 회장이 나와 다양하고 소외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주장해온 권 교수는 "닫힌 구조에서 열린 구조로 바꾸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당선 소감에서도 밝혔다.

한국언론학회는 언론현업과 학계 간 친목과 협력을 도모해 한국 언론의 위상을 정립하고 언론인의 자질과 전문성을 함양하며 산학협동을 통해 올바른 언론문화 창달과 언론의 공익적 과업을 완수하는 데 공헌할 목적으로 1959년 6월 30일 설립됐다.

그동안 국내 언론 및 커뮤니케이션 연구, 교육, 조사분석을 통해 국내외 관련학과와 학술교류하는 데 힘써 왔으나, 지방대 재직교수가 회장으로 당선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기대하는 바가 더욱 크다.

2007년 10월부터 한국언론학회를 이끌어 갈 권혁남 교수는 전주고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언론학 석사・박사에 이어 미국 인디애나, 플로리다 주립대 방문교수, 언론중재위원, 한국언론학회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회장,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한국언론과 선거보도>, <미디어와 유권자>, <언론사의 인적구성과 직업환경>, <대중매체와 사회>, <미디어 선거의 이론과 실제> 등이 있다.

다음은 권혁남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권혁남 전북대 교수
권혁남 전북대 교수 ⓒ 박주현
- 선거과정에서 '초코파이의 정'과 같은 학회를 이끌 것이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학회 회원들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직 회원으로 대접을 받는 것은 선거가 있는 가을철 학회 때뿐이고, 내는 회비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푸념이 쌓여있다. 회원 모두 학술토론을 통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현실을 논하는 학회를 만들고 싶다. 회원 모두 학회에서 초코파이와 같은 달콤한 정을 느끼도록 해나갈 것이다.”

- 비판적 기능과 학문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학회로서 기능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뉴미디어 산업이 발전하면서 학회의 비판적 기능 상실을 우려하는 회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학회 내에서 소위 '잘나가는 전공'과 '별 볼일 없는 전공'의 학문적 편식을 걱정하는 회원들도 많다. 그러나 학회는 학회다워야 한다. 정치권과 산업계에 할 말은 하는 비판적 기능을 회복하고자 한다."

- 닫힌 학회에서 열린 학회로 이끌어 갈이라고 줄곧 강조해 왔는데.
"언론학은 말의 공유를 배우고 공부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때론 우리의 공간이 닫혀 답답할 때가 많았다. 50년 가까운 역사 속에서 지역에서 언론학회 회장이 한 번도 나오지 못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부족하지만 이제라도 서울과 지역, 전임과 비전임, 원로와 신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차별과 갈등해소에 주력해 나갈 계획이다."

- 미디어 선거이론에 관한 많은 학문적 연구와 실제를 바탕으로 주요선거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직접 후보가 되어 선거를 치르면서 어떤 차이를 느꼈는가.
"모든 선거과정에서 그러하듯이 실천가능한 공약제시가 중요한 것이란 걸 새삼 느꼈다. 책임질 수 없는 공약보다는 책임 있게 실천할 수 있는 공약을 만드는 데 열과 성을 다했다. 비록 지혜와 학식이 부족하지만 모든 회원이 가족처럼 함께하는 학회를 만들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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