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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남시의 '빅딜'을 '역발상'이라고 높게 평가한 <조선일보>의 17일자 보도.
경기도 하남시의 '빅딜'을 '역발상'이라고 높게 평가한 <조선일보>의 17일자 보도. ⓒ <조선일보> PDF

평가가 극과 극이다. <조선일보>는 '역발상 정책'이라고 호평한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논란' 거리라고 했다. 평가대상은 경기도 하남시의 '빅딜'.

하남시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광역화장장을 유치해 얻는 2천억원의 인센티브를 지하철 건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지하철 5호선을 강동구 상일동에서 하남시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돈. 건설비용은 4500억원, 경기도로부터 2천억원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해도 2500억원이 모자란다.

하남시는 부족한 돈을 충당하기 위해 서울시와 '빅딜'을 추진했다. 광역화장장에 서울시민을 위한 화장로를 추가 건설하는 대가로 서울시로부터 지하철 건설비용을 지원받는다는 구상이다.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발상을 한 것 자체가 관심사다.

지역개발, 그리고 님비

언론의 평가가 엇갈린 건 바로 이 발상이다.

<조선일보>가 '역발상 정책'이라고 호평한 근거는 이렇다. 하남시는 전체 면적의 92.8%가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 여지가 극히 적은 곳, 이 때문에 인구는 경기도 내 27개 시 중 24위, 재정자립도는 47%로 15위에 불과하다.

현실이 이렇다면 그린벨트가 지역개발을 막는 걸림돌이라고 한탄할 게 아니라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행법상 그린벨트 내에 건립이 가능한 혐오시설을 유치해 다른 도시에 제공하고 이익을 창출한다. 전형적인 '역발상 정책'이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 문제를 제기한 문학진 열린우리당 의원의 입을 빌렸다. "혐오시설과 지하철의 빅딜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주민 의사를 무시한 채 밀실에서 강행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문학진 의원의 지역구는 바로 하남시다.

어느 쪽 평가가 옳은지를 재긴 쉽지 않다. 양면성을 모두 갖고 있다.

<조선일보>의 '역발상' 호평이 간과하는 게 있다. 하남시의 '빅딜'이 하나의 모범으로 굳어지면 양극화가 초래될 수 있다. 가난한 지방자치단체는 돈많은 지방자치단체의 골칫거리를 떠안으면서 종속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문학진 의원의 주장에도 함정이 있다. "주민 의사를 무시했다"는 비판은 "하지 말자"는 주장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남시가 빅딜 품목으로 내놓으려는 것은 바로 혐오시설이다.

서울시민들, 언제까지 돈으로 떼울 건가

같은 사안을 놓고 <경향신문>(위)과 <한겨레>는 '논란'으로 보도했다.
같은 사안을 놓고 <경향신문>(위)과 <한겨레>는 '논란'으로 보도했다. ⓒ <경향신문> <한겨레> PDF
이렇게 보면 <조선일보>는 자유시장의 원리를 단선적으로 적용하고 있고, 문학진 의원은 님비현상을 은근히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내칠 수도 없다. "그럼 우리는 늘 가난하게 살아야 하느냐"는 항변에 직면할 수 있고, "그럼 주민 의사를 묻지 말라는 얘기냐"는 힐난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돌고 돈다. 이 자리에서 결론을 내릴 만큼 사안이 단순하지가 않다. 토론거리 하나를 챙긴 것으로 만족하자. 지역개발과 님비현상 극복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 하남시가 하나의 단서를 준 건 분명하다.

이 점만 따로 떼어내 짚자. 하남시가 '빅딜'에 성공한다 해도 광역화장장의 수명은 20년 정도다. 그 뒤에는 다시 제2, 제3의 화장장을 지어야 한다. 그 때는 어찌할 것인가?

문제의 근원은 서울시와 서울주민에 있다. SK그룹이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비로 4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했는데도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SK그룹은 이 돈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세워질 화장장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의 여러 구청은 납골당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기세에 눌려 경기도, 심지어 충청도의 납골당을 사들이거나 지었다.

전국의 화장률이 이미 50%를 넘어섰다. 화장은 이미 대세다. 돈으로 떼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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