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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재단이사회가 지난 9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손봉호 총장에 대한 해임안을 처리했다. 손 총장은 해임 결정이 부당하다며 교육부에 소청 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2004년 9월 손봉호 총장은 부임한 이후 2년 동안 동덕여대는 학내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동덕여대 갈등의 핵심에 서 있는 손봉호 전 총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오마이뉴스>는 손봉호 전 총장의 해임을 결정한 이사회쪽 입장도 인터뷰를 통해 기사화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 손봉호 전 동덕여대 총장.
ⓒ 오마이뉴스 조경국
지난 9일 동덕여대 재단이사회가 학내 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봉호 당시 총장을 해임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학내에선 교수 파벌을 만들고 구성원들을 분열시킨 손 전 총장의 해임은 당연하다는 쪽과 임기가 보장된 총장을 이사회가 일방 해임한 것은 불법이라는 쪽이 극단으로 맞서 있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찬반 양쪽으로 갈려 연일 기자회견과 성명전을 펼치며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논쟁의 당사자인 손봉호 전 동덕여대 총장을 16일 <오마이뉴스>가 단독 인터뷰했다. 이사회 해임 의결 이후 학교 출근을 중단하고 있는 손 전 총장은 언론과의 접촉이 자칫 자신의 구명운동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손 전 총장은 최근의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학교 상황을 모르고 있으니까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사회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을 때 심정이 어땠냐고 묻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예상은 했지만 조금은 충격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도덕적으로 큰 흠이 없이 합리적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원칙을 지켜주면 학내 갈등이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뒤돌아보면 지난 2년은 엄청나게 힘든 시기였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다수의 이사들이 해임안에 찬성한 것과 관련 "이사들은 학교가 조용하기를 바라는데 총장이 관리를 잘못하여 학교가 시끄럽게 됐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사회 권고 사항을 내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전 총장은 그러면서 총학생회 선거 부정 논란과 관련해서는 "총학생회를 인정할 수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신의 해임을 사형선고에 비유했다. 그는 "교육부가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며 "1심에서 사형선고 받았다고 해서 그냥 사형당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어떻게든 어필을 한번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손 전 총장은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가 교원 지위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고등교육법과 동덕여대 인사 규정을 들어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구성원들이 원하면 공개토론회나 중간평가를 통해 신임 여부를 물을 수 있다"고 밝히고 "교육부의 소청심사 결과 이사회 결정이 적법한 것으로 나오면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고 동덕여대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16일 오후 서울 대학로 흥사단 회의실에서 진행된 손 전 총장과의 일문일답내용이다.

"1심에서 사형선고 받았다고..."

ⓒ 오마이뉴스 조경국
- 이번 해임 사태의 파장이 크다. 이사회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고 심정이 어땠나.
"기분이 좋았을 리가 있겠나.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사회의 해임 결정 소식에 조금은 충격이었다."

- 경위야 어찌 되었건 학내 구성원들의 합의로 총장에 추대됐다. 평소 도덕과 원칙을 강조해 왔는데, 재임 기간 줄곧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인간적인 고뇌는 없었나.
"고뇌가 컸다. 일생 동안 책임 있는 자리에 앉아 보지 않았고 교회와 학교를 오가며 시민운동만 했다. 그러다 동덕여대에 와보니까 아주 복잡하더라. 어떤 면에서는 아주 충격적이고 엄청나게 힘든 2년이었다. 시민운동은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영역이라 훨씬 쉬웠다."

- 민주화 과정에서 구성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얽혀 크고 작은 갈등이 지속된 것이 동덕여대의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총장 수락을 하면서 이런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나.
"그때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당시 학교 관계자로부터 상황이 좀 복잡하다는 것만 들어 알고 있었다. 총장에 취임할 때쯤이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줄 알고 왔다."

- 학내 갈등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복잡하다.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도가 아닌 것과 쉽게 타협을 못하고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내 소신이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다. 구성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작용했고, 이사회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학내 상황에 대한 해석의 차이, 관점의 차이가 핵심이다."

- 12일 기자회견에서, 징계 절차를 문제 삼아 재단이사회의 해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총장 임면권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 아닌가.
"맞는 말이다. 그래서 9일 이후 학교에 나가지 않고 있다. 이사회가 해임 결정을 내렸으니까 교육부 판단이 나올 때까지 충분히 이사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 그럼에도 이사회의 해임 결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해임에 찬성한 이사들 가운데는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도 있다. 이들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보는 것인가.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앞으로 교육부가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 1심에서 사형선고 받았다고 해서 그냥 사형당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어떻게든 어필을 한번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위 교수들이 사학법과 동덕여대 인사규정을 보니까 총장을 해임하려면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써 있더라고 알려줬다. 교육부 관계자한테도 같은 대답을 들었다. 만약 교육부가 내가 신청한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법률을 전공한 이사들은 난처해질 것이다. 총장을 다시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여러 교수들이 학교를 위해서는 일단 학교로 들어와야 한다고 해서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총학생회를 인정할 수 없었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 총장 해임을 한두 명의 이사가 주도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지난 9일 임시이사회에서는 재적이사 9명 가운데 7명이 해임안에 찬성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학교가 조용하기를 바라는데 총장이 학교 관리를 잘못하여 시끄럽게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유일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학기 때 이사회에서 몇가지 수습책을 권고했는데 내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해임한 것이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교의 장기적인 안정, 원칙, 교육적인 소신을 감안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사회는 총학을 인정하라고 했다. 총학을 인정하는 것은 지금까지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또 보직교수를 해임하라고 권고했다. 그런데 그 보직교수들은 도덕적으로 잘못이 없고 법을 어기거나 횡령을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상당히 헌신적으로 학교를 위해서 일했다. 해임은 그 사람들에게 벌주는 것인데 벌을 주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하나."

-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교원의 징계사건을 심의·의결할 때만 징계위원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2003년 서울대에서 정년퇴임한 손 총장의 경우 교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를 반박할 근거가 있나.
"사실 이런 것을 이번 사건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교수들이 가져온 고등교육법에 보니까 교원의 범위를 총장, 부총장, 교수 등으로 정의하고 있더라. 그리고 동덕여대 인사 규정에도 교원에 대해 총장, 부총장, 교수 등으로 써 있더라. 어느 쪽의 해석이 옳은지는 교육부가 판단할 것이다."

- 해임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교육부에 청구했는데 승산이 있다고 보나.
"승산을 바라보고 청구한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소청심사 결과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이다. 그렇지만 학교를 위해서는 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법 규정에 총장이 교원의 범위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 소청심사 결과 이사회의 총장 해임이 적법한 것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겠나.
"승복하고 물러나겠다. 더이상 버티고 싶은 생각이 없다. 여태까지 법을 존중하자, 질서를 지키자, 이렇게 주장해 놓고 자기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억지다.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할 것이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 그럼에도 학교당국에서는 소청심사와 별도로 총장 해임 취소 소송 등 후속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리는데.
"학교가 한다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소송 안한다. 마치 총장 자리에 대단히 연연해 하는 사람처럼 비치는 것은 딱 질색이다. 학교에 대한 책임의식과 사명감 때문에 교육부에 소청심사청구서는 냈지만 구차하게 소송까지 해가면서 자리 지킬 생각은 전혀 없다."

- 지난해 11월 실시된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부정 논란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유권자인 학생 단위가 아닌 총장이 나서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것이 교육적으로 옳은 것인가.
"그렇다. 학생회 선거는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관건이다. 학교는 학생회를 상대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그 대상이 합법적인 단체라야 한다. 교비로 학생 활동비까지 도와주고 있는데 합법적인 단체가 아니라면 총장은 임의단체에게 돈을 주어 배임이 된다. 더구나 동덕여대는 학칙에 학생회가 명기되어 있다. 학칙에 명기가 되어 있으면 최종 책임은 총장이 지게 되는 것이다. (손 총장은 총학생회 부정 선거에 대해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12일 기자회견에서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언급을 꺼렸다)

- 2005년 신임교수와의 간담회에서 "동덕여대는 서울대가 아니다. 학자가 아니라 기능인을 길러내는 학교다"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하여 논란이 되었다. 어떤 의도로 한 말인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바보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신임교수들이 갓 박사학위를 하고 와서 논문 수준의 강의를 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가 매우 낮았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야 되는데, 그것은 학생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강의를 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거기에 서울대니 기능인이라는 말이 왜 나오나. 동덕여대는 연구중심 대학이 아닌 교육중심 대학이라는 것을 말했을 뿐이다."

- 지난번 통화에서 구성원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신임 여부를 묻기 위해 공개토론회나 중간평가를 실시할 의향은 없나.
"공개토론회는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중간평가는 객관성이 보장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이사회와 나와의 갈등이니까 중간평가를 하게 되면 이사회하고 같이 했으면 좋겠다. 어느 쪽이든 과반수의 찬성(인정)을 얻지 못하면 물러나는 조건이면 된다. 물론 교수와 학생 등 전체 구성원의 의사를 물어서 결정해야 된다."

- 마지막으로 손봉호식 '도덕과 원칙'은 어떤 것인가.
"거짓말 안하고 모든 일에 공정하자는 것이다. 사람이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잘못하거나 편파적인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의도적인 실수와 불공정성이 잦아지면 공동체가 살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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