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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핵 실험 예상 장소를 '구글 어스'를 이용해 보도한 뉴시스. 공중파 방송과 일간지를 비롯한 대부분 언론들이 구글 어스 신세를 졌다.
ⓒ Google
이번 북한 핵실험 직후 국내 언론들이 가장 많은 신세를 진 매체는 무엇일까? 로이터, CNN, 백악관을 제치고, '구글 어스'를 첫손가락으로 꼽겠다. 신문, 방송들은 구글 어스를 바탕으로 핵실험 예상 지역을 재구성해서 잘도 써먹었으니 말이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공식 입장을 내 놓지 못하고 있을 때, 작은 규모의 인터넷 매체조차 구글 어스로 예상 지역을 살펴 기사로 올렸다.

간단명료한 검색 서비스로 급성장한 구글이 2004년 10월 위성사진 서비스 업체인 '키홀'을 인수해서 구글 어스를 선보일 때만 해도 이 서비스가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처음엔 네티즌들의 지도 찾기 놀이 정도로 퍼져 나가더니, 급기야 여러 나라에서 주요 거점을 블라인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할 정도로 정치적인 영역까지 접근했다.

자체 인공위성을 보유하고 만족할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나라는 열 손가락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라도 구글 어스를 통해 클릭 몇 번에, 그것도 공짜로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본 시야를 얻을 수 있다.

단지 컴퓨터 하나를 가진 네티즌이 인터넷을 통해 우주 수준으로 감각을 확장시키고, 이런 경험들이 연대하면 강대국들이나 독점하던 권력에 조금이나마 도전할 수 있다.

구글 어스를 비롯해서 도서관 책들을 인터넷으로 옮기고 있는 구글 도서 검색 서비스, 동영상 UCC 사이트인 유튜브 닷컴 인수 등은 세상을 검색하려는 구글의 방향을 보여 준다.

당장 구글 어스만 해도 '내셔널 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채널'과 손잡고 위성사진에 부가 영상을 결합해서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대중화되고 있는 GPS 서비스와 연계하여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한 개인 이라도 인터넷을 통해 과거 몇몇 나라만 가질 수 있었던 우주 시야를 얻을 수 있다. 구글 어스로 내려다 본 에펠탑.
ⓒ Google
야후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것에 비해 구글은 밀려드는 자금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고, 두둑한 주머니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요즘 웹 2.0 기업의 목표는 구글에 인수되는 것'이라는 진심에 가까울 농담이 실리콘 밸리에 돌 정도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를 바탕으로 웹 기반으로 작동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을 내 놓고 있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영역마저 넘보고 있다.

기술력, 자금력과 함께 구글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밑천은 '네티즌들의 지지'다. 구글은 오픈 소스를 지지하는 입장에 있고, 사용자들의 참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는 일마다 네티즌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에 비해 구글이나 애플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때마다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는 호사를 누린다.

'사악해 지지 말자 (Don't be evil)'는 구글의 창업정신은 네티즌들의 환호를 받았다. 허세라거나 실용성이 없다는 비판도 듣긴 했지만, 구글은 시장에서 돈을 벌어 좋은 일을 하겠다는 구글 재단을 출범시켜 그 첫 사업으로 환경을 위한 대체 에너지 자동차 개발을 시작했다. 비판론자들의 의견처럼 실속 없는 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구글의 행보로 얻어지는 '사악하지 않은 구글'이라는 이미지는 회사 성장에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글 이미지의 힘, 구글 환상을 지적하기도 한다. 검색을 제외한 구글의 새로운 서비스들은 대부분 인수합병을 통해 얻어진 것이지만, 사람들은 이 모든 기술을 구글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환호한다. 지금까지는 무난하게 이뤄져 왔지만 인수합병의 한계가 다가오고 구글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아직까지는 주된 수익을 검색 분야에서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구글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1000만 달러를 들여 연구개발센터를 세울 것이라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구글이 아시아 시장에서 현지화에 실패하고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을 들어 '두고 볼 일이다'는 담담한 입장이지만, 검색 관련 인력들이 대거 이동할 것을 경계하는 움직임도 있다.

구글은 적극적인 스카우트를 하는 편이며, 대우도 업계 최고 수준을 보장하는 회사여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을 가진 국내 관련 업체들엔 아무래도 부담이 될 것 같다.

▲ 구글 어스는 다양하게 렌더링된 이미지로 서비스를 넓혀 가고 있다. 보다 큰 목표는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한다.
ⓒ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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