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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8월 23일 엄마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갑니다.

안타깝게도 모유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분유를 먹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기 분유를 타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아기 재우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젖을 먹다 스르르 눈이 감기는 아기를 가슴 위에 올려놓고 토닥토닥 두드려 줄 때는 정말 행복합니다. 그럴 때 진하게 '내가 엄마구나'를 느끼기도 하구요.

▲ 씻은 후 방실방실
ⓒ 김은숙
결혼하면 철든다더니 저는 아기를 낳고서야 철이 드나 봅니다.

아기 돌보는 일이 생활의 중심이 된 지금 부모님도 나를 이런 마음으로 키우셨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부모님께 지은 죄(?)들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어쩌면 부모님은 전혀 기억도 못하실 일들인데 스스로 부끄럽기만 합니다.

▲ 밥을 푸시는 어머니
ⓒ 김은숙
중학생이 되어 버스 통학을 할 때, 증평에 장이 서는 날이면 버스는 마치 콩나물시루 같습니다. 난 버스 안에서 버스를 타는 엄마를 보았습니다. 지금 같은 마음으로는 반갑게 엄마에게 달려갔을 겁니다. 그러나 그때는 무슨 마음인지 엄마를 아는 척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까만 얼굴이 창피했던 것인지, 사춘기의 마음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일은 두고두고 죄송하고 부끄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 2005년 겨울, 퉁구미를 만드시는 아버지
ⓒ 김은숙
어린 시절, 나무로 난방을 하던 때라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몸을 씻는 것 뿐 아니라 발을 깨끗이 닦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아버지는 가끔 대야에 물을 담아 오셔서 방에서 발을 닦곤 하셨습니다. 뜨거운 물에 발을 불린 뒤 닦으시는데 그것은 밖에서 하는 것보다 방에서 하는 것이 편하고 좋습니다. 발을 다 닦으시고 아버지는 그 물을 저한테 버리라고 하셨습니다. 버릇없는 막내딸인 저는 발은 아버지가 닦고 물은 왜 내가 버리냐고 툴툴거렸습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툴툴거렸을까요. 저 같아도 깨끗이 씻은 발로 다시 신발을 신기는 싫을 겁니다.

얼마 전 엄마와 통화하다가 지금까지 마음에 담고 있던 죄송한 일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바로 위 두 가지 일이지요. 그런데 엄마는 오히려 그런 말 해줘서 고맙다고 하십니다.

이제 서른의 중반입니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서야, 아이 엄마가 되고서야 늙어가는 부모님이 눈에 밟힙니다. 나이 서른다섯이 되어서야 부모님께 마음으로 다가섭니다.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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