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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씻은 후 방실방실
씻은 후 방실방실 ⓒ 김은숙
결혼하면 철든다더니 저는 아기를 낳고서야 철이 드나 봅니다.

아기 돌보는 일이 생활의 중심이 된 지금 부모님도 나를 이런 마음으로 키우셨겠지 하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부모님께 지은 죄(?)들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어쩌면 부모님은 전혀 기억도 못하실 일들인데 스스로 부끄럽기만 합니다.

밥을 푸시는 어머니
밥을 푸시는 어머니 ⓒ 김은숙
중학생이 되어 버스 통학을 할 때, 증평에 장이 서는 날이면 버스는 마치 콩나물시루 같습니다. 난 버스 안에서 버스를 타는 엄마를 보았습니다. 지금 같은 마음으로는 반갑게 엄마에게 달려갔을 겁니다. 그러나 그때는 무슨 마음인지 엄마를 아는 척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까만 얼굴이 창피했던 것인지, 사춘기의 마음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일은 두고두고 죄송하고 부끄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2005년 겨울, 퉁구미를 만드시는 아버지
2005년 겨울, 퉁구미를 만드시는 아버지 ⓒ 김은숙
어린 시절, 나무로 난방을 하던 때라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몸을 씻는 것 뿐 아니라 발을 깨끗이 닦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아버지는 가끔 대야에 물을 담아 오셔서 방에서 발을 닦곤 하셨습니다. 뜨거운 물에 발을 불린 뒤 닦으시는데 그것은 밖에서 하는 것보다 방에서 하는 것이 편하고 좋습니다. 발을 다 닦으시고 아버지는 그 물을 저한테 버리라고 하셨습니다. 버릇없는 막내딸인 저는 발은 아버지가 닦고 물은 왜 내가 버리냐고 툴툴거렸습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툴툴거렸을까요. 저 같아도 깨끗이 씻은 발로 다시 신발을 신기는 싫을 겁니다.

얼마 전 엄마와 통화하다가 지금까지 마음에 담고 있던 죄송한 일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바로 위 두 가지 일이지요. 그런데 엄마는 오히려 그런 말 해줘서 고맙다고 하십니다.

이제 서른의 중반입니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서야, 아이 엄마가 되고서야 늙어가는 부모님이 눈에 밟힙니다. 나이 서른다섯이 되어서야 부모님께 마음으로 다가섭니다.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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