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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굣길에 닭갈비사리를 먹고 있는 초등학생
ⓒ 이덕원
얼마 전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옆에서 후루룩거리며 '뭔가'를 맛있게 먹는 한 어린아이를 봤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일회용 공기그릇'에 담긴 군것질거리를 젓가락으로 열심히 먹고 있었는데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친구, 그거 뭐니?"
"'닭갈비사리'요."
"그거 어디서 산 거야?"
"학교 앞에서 팔아요."
"학교 앞? 분식점?"
"네."
"맛있어?"
"네."


황당하게도 아이가 먹고 있는 음식은 분명 '닭갈비사리'였다. 초등학교 앞에서 군것질거리로 닭갈비사리를 판다? 아무리 닭갈비로 유명한 춘천이지만, 그래도 닭갈비사리를 군것질거리로 삼는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먹기 바쁜데 꼬치꼬치 캐물으니 아이가 퍽 귀찮아하는 것 같아 돌아서는데,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수십 명의 초등학생들이 셋 중 하나 꼴로 조금 전 본 그 아이처럼 닭갈비사리를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닭갈비사리는 대개의 경우 닭갈비를 먹은 뒤, 우동면발에 닭갈비양념과 김 따위를 넣고 요리하는 '국수'다. 그런데 이 닭갈비사리를 군것질거리로 따로 판다니, 더욱이 초등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먹는다니 의아할 따름이었다.

▲ 춘천의 한 초등학교 앞 분식점
ⓒ 이덕원
군것질거리 닭갈비사리, '있다 혹은 없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아이의 체육복을 보고 알았다) 앞 분식점으로 향했다. 분식점 안에 들어서자마자 닭갈비사리를 찾았다. 그곳엔 정말 닭갈비사리가 있었다.

분식점 주인 이정숙(43)씨는 2년 전 새로운 메뉴를 찾다 처음 닭갈비사리를 팔게 되었다고 한다. 이씨는 "처음에는 이게 팔릴까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고 밝히고 "막상 (닭갈비사리 판매를) 시작하니 의외로 아이들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 닭갈비사리를 만들고 있는 이정숙(43)씨.
ⓒ 이덕원
이씨는 닭갈비사리를 하루 100그릇 넘게 파는데, 이는 분식점의 보배라 할 수 있는 떡볶이 판매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닭갈비사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씨는 "(닭갈비사리는) 찬바람이 불 때 많이 팔린다"고 말하고 "요즘에는 (닭갈비사리가) 하루 50~60그릇 팔린다"고 덧붙였다.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궁금했던 닭갈비사리 양념에 대해 묻자, 이씨는 의외로 "기존 닭갈비사리와 다르지 않다"고 밝히고 "처음 닭갈비집에서 배운 대로 직접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저렴한 가격(600원)에 양도 많고 맛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진단하고 "어른들도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생들도 많이 사 가는데, 처음에는 의아해 하다가도 한 번 먹으면 맛있다며 또 오더란다.

필자가 먹어봐도 정말 닭갈비음식점에서 파는 닭갈비사리와 맛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값이 싸고 양도 푸짐해 하굣길 출출한 아이들의 군것질거리로 적합해 보였다. 하굣길 닭갈비사리를 먹고 있는 몇몇 초등학생들은 닭갈비사리에 대한 질문에 "맛있다"고 답했다.

▲ 일회용 공기그릇에 닭갈비사리를 담고, 나무젓가락을 꽂아서 준다.
ⓒ 이덕원
'발상의 전환'이 만든 군것질거리

이씨가 닭갈비사리를 팔기 시작한 뒤, 춘천 어디에선가 닭갈비사리를 먼저 팔았다고 누군가 이야기하더란다. 하지만 모두 원조라고 하는데 누가 진짜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군것질거리' 닭갈비사리는 '닭갈비와 함께 먹는다', '음식점이나 집에서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닭갈비사리만 먹는다', '닭갈비사리도 테이크아웃해서 먹는다'고 발상을 전환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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