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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방송계 지망생을 위한 특별 강연회'에 참석한 손석희 교수.
ⓒ 최훈길
<시사저널>이 매년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여론조사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문화정보학부)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로 뽑혔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지난 24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인은 권위적인 냄새가 나서 싫습니다"면서 "제가 한 것은 질문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신뢰받는 언론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송계 지망생을 위한 특별 강연회' 연사로 참석한 손 교수는 1시간 30여분 동안 1등 언론인의 모습이기에 앞서 1등 교수님의 모습으로 대학생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2000년에 성대 겸임교수로 있을 때 4학기 동안 5과목을 맡았습니다. 매번 다른 과목을 맡기시더라구요. 죽으라는 얘기였죠. 그런데 그때 똑같은 학생들이 (제 수업을 들으러) 계속 절 따라 다니는 겁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지금까지 연락 와서 밥 사 달라고까지 합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참 대단해요."

손 교수는 그 당시 성대에서 가르쳤던 학생들의 후배들을 만나서 반갑다는 말부터 꺼냈다. 앉을 자리가 모자라 서 있는 학생들에게 "왜들 이리 서 계시나요. 앉을 방법이 없나요? 없나 봅니다. 그럼 이쪽 앞으로 나오세요"라고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MBC <시선집중> 특유의 말투로 말하며 학생들을 챙겼다.

'방송계 입사 준비 취업 특강'이었지만, 손 교수는 "방송이라는 것이 수돗물과 같아서 틀면 나옵니다"며 "늘 틀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아실 겁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광고 고민부터 든다"

영향력 1등인 언론인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뭘까? 현재 MBC 라디오의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MBC TV <100분 토론>의 진행을 맡고 있는 손 교수는 광고 때문에 웃고 울고 있었다.

손 교수는 우선 학생들에게 엄숙주의, 도덕주의에 빠지지 않고도 광고주들이 광고를 못 넣어서 안달이 나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얘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느낌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이름을 대답했다.

이에 손 교수는 "왜 이렇게 TV만 생각하십니까, 손 아무개가 방송하는 <시선집중>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면서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현재 <시선 집중>에 나오는 광고는 경매까지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반면에, <100분 토론>의 광고 상황은 이와 정반대라고.

"<100분 토론> 광고 수주율이 2005년에는 70%까지 갔는데, 지난 8월에는 49%였습니다.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다음 개편에서는 <100분 토론>이 밤 12시 10분으로 5분 더 늦게 방송되기까지 합니다."

예전에 대장금과 패키지로 광고가 나갈 때는 시사프로그램 광고도 잘 나갔다고 한다. 방송 전에 7분 정도 광고가 나간 적도 있을 정도니까, 적어도 광고가 20개 이상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손 교수는 "큐 시트(Q sheet) 받을 때 광고가 하나도 없지 않을까 하는 고민부터 든다"고 말했다.

손 교수의 고민은 광고에 대한 압박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에만 그치지 않았다. 손 교수의 머릿속에는 공익성 있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가득했다.

"TV에서 시사프로그램이 가질 수 있는 포맷(format)이 뭘까 고민해야 합니다. <시선집중>은 다른 게 없습니다. 오로지 전 질문만 할 뿐입니다. (그래도) 질문만 함으로써 '라디오 저널리즘'을 만드는 게 가능했습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서 손석희가 나오는데, 내가 한 것은 질문밖에 없습니다."

사실 '질문'이라는 것은 새로운 그 무언가가 아니지 않은가. 손 교수는 "새로운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존재했던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디오'라는 올드 매체의 강점인 기동성,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독자와의 밀접한 거리를 잘 이용하는 것 역시 주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손 교수는 요즘 방송계의 위기 역시 분명히 풀릴 길이 있음을 강조했다.

"방송사 공중파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방송사가 없어질 수는 없습니다. 매체의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어디든 능력 발휘할 곳은 있습니다. 결국 다른 매체와의 융합을 통해 남는 것은 콘텐츠입니다."

약 1시간 동안의 강연 후 학생들과 질의 응답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늦깎이 공부하시면서 운 적도 있다고 들었다",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KBS의 반 토막도 안 된다"와 같은 약간은 불편한 질문에도 손 교수는 흔쾌히 화답했다.

오히려 "운 적 한 번밖에 없다",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반 토막이 아니다"라고 정공법으로 말하며 술술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에서 1등 언론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전 인간관계를 만들지 않습니다"

ⓒ 최훈길
다음은 손 교수와 학생들이 나눈 문답을 정리한 것이다.

- 늦깎이 공부하면서 울기도 하시고 힘든 일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20대 대학생들에게 후회 없는 열정을 유지하는 비결을 알려주십시오.
"저, 운 적은 한 번밖에 없습니다. 그 얘기가 인터넷에 한 번 떠버려서 제가 많이 운 것처럼 되어버렸네요. 사람이 살다 보면 여러 선택을 해야 합니다. 지금도 선택의 기로에 많이 서 있습니다. 그런데 최선을 다해서 선택을 하세요. 그리고 여러분이 선택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셔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정당한 방법으로 증명해 보이십시오."

- 손석희 교수님만의 장점이나 원칙을 말씀해주세요.
"이제 완전히 대놓고 자랑하라고 하시네요. 전 인간관계를 별로 만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친구가 없는 건 아닙니다. 사회적 관계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안면 사회에요. 그런데 평소에 잘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인터뷰하면서 비판적으로 말하기 어색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해야 일할 때 편해요. 그렇다고 여러분이 저처럼 사람 만나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이건 저만의 상황에서는 이렇다는 말입니다."

- 방송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장면을 말씀해주세요.
"2002 대선 때였죠. <100분 토론>이 대선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MBC 스페셜에서 노사모와 창사랑을 각각 30분씩 방송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에서는 편파방송이라며 MBC 방송출연을 거부했습니다. <2580>, < PD수첩 >, <시선집중>, <100분 토론>, 졸지에 제 프로그램 두 군데서 한나라당분들 섭외하기가 힘들더군요."

- 방송하시면서 경제, 정치 거물들도 많이 만나고 계십니다. 혹시 보복 같은 것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보복보다는 그런 분은 다음번에 제 프로그램에 출현을 안 하지요. 사실, 권력관계도 개념을 명확히 하면 됩니다. 상하개념으로 보면 주눅이 드는데, 우리 하고는 다른 장(場)으로 보면 됩니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과 좌담을 했을 때 그걸 느꼈습니다. 대통령을 만나기까지가 참 복잡해요.

예전에 디즈니랜드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디즈니랜드에 가면 미키마우스를 만나기 위해서 계속 찾아가야 해요. 맨 마지막에 문을 열면, 어둑어둑한 방안에 미키마우스가 의자에 앉아있어요. 아이들에게는 미키마우스가 신이에요, 신! 청와대 역시 그 정도의 권력을 보여줘요. 그런데 제가 그런 것에 주눅들 나이가 아닙니다."

-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KBS에 비해서 반 토막 정도로 낮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인터넷의 확장이 영향이 큽니다. KBS는 노년층의 채널 충성도가 높습니다. 그런데 MBC의 경우 젊은층이 인터넷으로 미리 뉴스를 보기 때문에 뉴스데스크를 그리 많이 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심층보도를 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MBC는 심층보도에 불안감이 있습니다. 2∼3분 정도의 뎁스 리포트(depth report)를 하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린다고 생각합니다. 또 취재시스템을 보면 MBC는 출입기자단이 있습니다. 각 부처 부장들은 기자들이 써온 것을 가능하면 모두 보도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식 뉴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 MBC는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선발하나요?
"상업적 마인드를 배제하고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여러분이 혁명가가 아니면 회사에 맞춰야 합니다. 그래도 전통적인 역할에 충실했으면 합니다. 마봉춘(MBC 나경은 아나운서의 애칭)도 제가 투입한 거에요. 그런데 설날 같은 특집 프로그램에서 일회용으로 (아나운서가) 망가지는 것은 안 됩니다. 방송 핵심은 이미지입니다. 출연자에게 이미지는 생명입니다. 이것이 아나운서 매니지먼트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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