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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아, 이건 니가 좋아하는 김이고, 이건 아침에 필요하면 먹어." 온갖 반찬과 깍두기, 김치, 깻잎반찬, 카레 등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내일(26일)부터 슬이가 엄마노릇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오늘(25일) 아내와 큰 딸은 서울에 갔다. 서울에 있는 특수 중학교에 시험을 치러 간 것이다. 처음으로 두 여자가 여행을 갔다. 아니, 이렇게 두 여자가 없는 집에 막내 놈이랑 둘이 있는 건 처음이다. 물론 두 여자의 여행도 걱정이다. 어디서 잠을 잘지, 무엇을 먹을지 온갖 걱정이 머릿속에 맴돈다.
물론 천성이 여린 막내랑 이틀을 산다는 것도 걱정이다. 평소 즐기던 게임을 하면 될지, 아니면 필요한 걸 모두 사주면 될지, 아침에 깨워서 어떻게 학교에 보낼지 등 온갖 걱정이 뇌리를 스쳤다.
물론 아내도 걱정이 태산이다. 국을 한 냄비 끓어두고, 온갖 반찬을 준비했다. 평소 모습이 아니다. 뭔가 벌어질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과연 둘이서 이틀을 견딜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린 이렇게 산다. 평소 엄마의 사랑을 많이 받은 녀석은 말을 잘 듣는다. 엄마가 곁에 없기에 어리광을 피울 때가 없어서인지 더 어른스럽다. 직접 아침을 준비한다. 물론 본인이 먹고 싶은 것으로만…. 이것만 해도 나는 만족한다.
"아빠는 가만히 있어. 내가 다 할 거야." 난리다. 엄마, 언니가 없으니 본인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역시 걱정이 앞선 것이 문제였다. 이렇게 잘 하는데.
인간은 상황에 맞추어 사는 유일한 동물일까? 걱정이 해결된 셈이다. 스스로 살아가려는 능력이 본능적으로 발휘된다. 큰 딸과 아내가 없는 오늘 이 저녁도 막내 녀석과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 이렇게 가족이 곁에 없으면 슬퍼지는 내 마음을 막내는 알까.
큰 딸의 시험 합격을 기대하며, 오늘 처음으로 막내 녀석과 외롭고 즐거운 밤을 맞이한다. 여러분, 가족 없으면 이렇게 슬퍼집니다. "있을 때 잘 혀, 그러니깐 잘 혀"라고 한 어느 드라마 대사가 생각난다. "있을 때 잘 혀, 그러니깐 잘 혀."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시골아이>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