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고성 오광대놀이
ⓒ MCT
탈춤은 80년대 민중문화운동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화형식이었다. 탈판이 벌어진 이후에는 여지없이 크건 작건 시위 한 판이 벌어졌고, 탈춤반 학생들은 재빨리 몸을 숨겨야 했다. 무지렁이 천민이 양반을 풍자하고, 속 시원하게 골탕도 먹이는 내용의 탈춤은 당시 거의 유일한 카타르시스였다.

춤 이전에 저항이었고 분노였던 탈춤은 이후 마당극으로 발전했다. 탈춤은 오래된 민중 문화답게 억압의 80년대를 끊어내는 데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문화운동의 중심도 탈춤에서 풍물패, 노래패로 옮겨갔다. 그러면서 대학가에서 탈춤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70년대 초부터 탈춤마을을 찾아 탈춤을 전수받던 대학생들의 모습은 이제 드물게나 찾아볼 상황이다.

요즘 탈춤을 보면서 의기를 불태울 젊은이는 없을 것이다. 운동에 복무했던 탈춤은 이제 그 기능을 접고 순수한 문화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민중문화운동보다 이전인 64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놀이의 모습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탈춤은 아주 다양하다. 가장 오래된 탈춤으로 신라 때부터 전해지는 처용무를 들 수 있다. 탈춤은 주로 경상도 지역과 중부 일원 지역에서 주로 전승되고 있다. 명칭도 다양해서 경남지방에서는 오광대 혹은 야류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그 밖에 산대놀이(중부), 탈춤, 별신굿 등 지역에 따라 변화를 보이고 있다.

▲ 고성오광대 놀이 제1과장인 문둥춤과 탈을 벗고 추는 모습
ⓒ 김기
지역에 따라 명칭과 탈의 생김새 등 차이를 많이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영남지방의 탈놀음은 '덧베기'에 기본을 두고 있다. 영남인의 심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베김사위는 마치 개구리가 웅크렸다 뛰어 오르는 것 같이 긴장과 이완의 절묘한 배치로 호쾌한 맛을 준다. 게다가 어설프게라도 흉내 내는 게 어렵지 않아 풍물장단에 맞춰 집단적으로 놀기에 그만한 춤이 없는 것이다.

영남 오광대놀이 마을 중에서 고성은 작고도 특별한 곳이다. 지금까지 탈놀이의 역사를 현지의 구전에서 찾고 있지만, 고성의 경우 100여 년 전 오홍묵이라는 원님이 쓴 '고성총쇄록'에 놀이의 실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또한 그 기록의 끝에 "오래된 관습"이라 이야기된 대목을 소급해서 찾으면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도 놀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아주 작은 읍의 폐쇄적인 분위기에서 도움 받아 지금도 손실되지 않는 옛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현재 고성 탈꾼의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옛 농촌 사회가 선영의 산소 언저리를 떠나지 않고 살아왔듯 스승의 문하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 100년 전과 다를 바 없이 한 계보를 이루며 탈놀이를 거행하고 있다.

그들이 먼 연행길을 떠나 서울로 총출동한다. 88세의 고성오광대놀이 인간문화재 이윤순옹을 비롯해서 전수조교, 이수자 등 30여명이 다음달 5일 7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큰 놀이판을 벌인다. 이번 공연은 예술전문기획사 MCT가 제작하고 장승헌 기획, 진옥섭 연출로 만들어진다. 음악은 남해안별신굿보존회가 맡는다.

고성오광대 놀이는 1과장 <문둥이 과장>, 2과장 <양반 과장>, 3과장 <비비(영노) 과장>, 제4과장 <승무 과장>, 5과장 <제밀주 과장> 등 총 다섯 과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공연은 탈장승고사, 문둥광대춤, 양반춤, 말뚝이춤, 승무, 덧배기춤, 제밀주과장, 상여놀이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공연에서 주목할 점은, 이 모든 과장을 원형대로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탈을 벗고 무용형식으로 공연한다는 것이다. 탈놀이가 재담과 노래, 춤으로 구성된 총체적 공연물임에도 과거의 탈놀이가 대본을 중심으로 한 연극성 위주로 부각되었던 것의 반전으로 볼 수 있다.

탈을 벗고 명무전처럼 공연하여 그간 탈에 집중되던 시선을 춤에 집중시켜 극보다는 춤에 치중했던 고성인들의 춤태를 맛보는 자리가 만들게 될 것이다. 단체명의에 가려진 다양한 춤을 레퍼토리화하여 전통예술의 새로운 표정을 찾아내는 MCT는 2001년 가을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초청으로 뉴욕,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 미국을 순회하며 이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공연문의 :  055-674-2582 고성오광대 / 02-2263-4680 공연기획MCT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