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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 예정인 수도권 신도시 후보지로 인천 검단신도시가 유력하다고 알려진 가운데 25일 인천 서구 검단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시세판을 보고 있다.
정부가 발표 예정인 수도권 신도시 후보지로 인천 검단신도시가 유력하다고 알려진 가운데 25일 인천 서구 검단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시세판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강종구

때는 바야흐로 '가상'의 조선시대. 조선팔도에 부동산 불로소득 '잔치'가 벌어지고, 부동산 불로소득 잔치를 둘러싼 거대한 먹이사슬이 만들어진다. 자, 이제 그 부동산 불로소득의 먹이사슬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잔치를 벌이려면 잔치 할 땅이 필요하다. 정부 나라님들(푸른 기와에 사는 나라님들과 건교부 관가와 재경부 관가의 나라님들, 금배지 나라님들 등등 - 일명 당정청)은 잔치가 벌어질 땅을 물색하고 조정의 관료들에게 비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입단속을 시킨다. 하지만 힘 있고 눈치 빠른 정승-판서들과 별 몇 개짜리 병조판서들은 미리 빼돌린 정보로 안방마님을 시켜 잔치를 벌일 땅에 알을 박아 놓는다. 만일 나쁜 임금님이라면 자신도 직접 가세한다. 어떤 전 임금님의 대왕대비마마는 빨간 비단치마를 입고 한강 아래에 있는 말죽거리에 몸소 행차하셔서 '알박기'를 하신 적도 있단다.

잔치가 벌어지기도 전에, 돈 있고 힘 있는 나라님들의 알박기가 끝나고 나면 토공-주공 관가의 나라님들은 힘없고 무지해 보이는 만만한 천민들만이 사는 땅에 나라에서 만든 '토지수용법'이라는 것을 들이대고 엽전 몇푼 주면서 조상 때부터 이 땅에서 살아온 이들을 몰아낸다. 만약 안 나가고 버티면 철거용역 깡패머슴들을 불러서 두들겨 패주고 나가라고 협박한다. 땅을 가진 지주는 그나마 보상도 받고, 보상을 잘 받으면 그 돈으로 주변지역에 또 다시 땅이나 집을 살수도 있다.

하지만 보상금 엽전 몇푼 쥐어들고 어딜 가도 그 돈으로 초가집 하나 마련할 수 없는 불쌍한 '세입자' 천민들은 떠돌이 각설이가 되어 살거나 열 받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토공-주공의 나라님들은 토지수용해서 싸게 산 땅을 몇 배 불려서, 잔치자리에 아파트라는 기와집을 짓는 민간건설업자에게 비싸게 팔아먹거나 아니면 직접 아파트 기와집을 지어 이것도 높은 분양가로 비싸게 팔아먹는다.

그래도 잔치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돈 좀 있은 백성들은 잔치 벌일 땅을 미리 차지하느라 그야말로 잔치분위기는 무르익는다. 무조건 잔치자리를 하나 차지하기만 해도 '로또대박'을 맞는다는 소문이 조선팔도 전국 방방곡곡에 퍼진다. 잔치 소문을 들은 돈 있는 백성들은 잔치자리를 미리 차지하기 위해 분양권 '딱지'를 사려고 모델하우스 앞에 줄을 서고 '떴다방'도 등장한다. 미처 돈을 못 구한 백성들은 엽전을 싸게 빌려준다는 엽전보관소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잔치자리 청약에 들어간다. 한편에서는 기획으로 땅을 팔아먹는 협잡꾼 패거리들도 냄새를 맡고 '작전'을 벌이거나 분위기를 슬슬 띄운다. 기획부동산 협잡꾼 패거리들은 잔치 벌일 땅이라며 팔수도 없는 두메산골 땅을 속여서 팔아치우고, 패거리들의 달콤한 속삭임에 홀랑 넘어간 돈에 눈먼 순진한 백성은 평생 모은 엽전을 잃고 땅을 치면서 후회하지만 패거리들은 이미 먹고 튀어 버린다.

이제 잔치를 벌일 땅에서는 잔치자리가 슬슬 마련된다. 철거민들이 살던 초가집들을 밀어버리고 잔치자리가 말끔하게 준비된다. 잔치자리에 아파트 기와집과 평수가 넓은 중대형 정자를 짓는 건설업자들은 '선분양제'를 통해 백성들로부터 미리 받은 돈과 함께 엽전은행과도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켜서 돈 한 푼 없이도 건설을 한다. 은행은 혹시 건설업자가 잘못될 수도 있으니 건설업자에게 아주 높은 살인적인 이자를 받는다. 건설업자는 '그까이꺼 뭐' 땅값 건축비 몇 배 뻥튀기해서 잔치하면 얼마든지 남길 수 있으니 자신만만하다.

하지만 건설업자 혼자서 잔치음식을 모두 독식할 수는 없다. 여기저기서 정치엽전이 필요하다고 손 내미는 여야 '금배지' 나라님들에게도 부드럽게 기름칠을 해줘야 하고, 나라 일을 하는 공무원들에게도 필요하면 기름칠을 해둬야 한다. 잔치분위기 띄워주고 유리한 보도를 해주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 및 경제지, 부동산전문 매체 등등의 '찌라시' 먹물들에게도 아파트 기와집 광고를 주고 기자 먹물선비들에게는 접대도 좀 해준다.

공급확대론 외치는 어용학자와 찌라시 먹물들

기름칠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건설 산업에서 떡고물을 받아 먹고사는 여러 건설관련 연구기관들과 어용학자 선비들에게도 먹을 것을 좀 나눠줘야 한다. 어용학자 선비들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어용학자 선비들은 건설공급을 계속 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공급확대론'과 건설경기로 나라를 살려야 한다는 '건설경기부양론', 토지보유세 강화를 반대하면서 세금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식의 '세금폭탄론' 등의 이론을 제공한다. 그러면 '찌라시' 먹물들은 이들 어용학자 선비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기해서 앵무새처럼 외쳐댄다. 그러면 이들의 세뇌효과가 먹혀서 무지한 백성들은 이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토지보유세 강화를 반대하고, 건설공급을 계속 확대해야 집값이 내려간다고 믿는다. 자기 집하나 없는 전체 백성의 절반에 가까운 가난한 백성들마저도 토지보유세 강화에 반대한다.

이들 찌라시 먹물들은 그나마 조정에서 하는 보유세 강화나 양도소득세 강화와 같은 정책들을 반대하고 이것들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면서 "조정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다"라는 자신들의 소원을 담은 예언(?)을 해댄다. 어떤 말을 계속 들으면 사람들이 그 말을 믿고 기대하는 대로 행동을 하게 되어 결과도 실제로 그렇게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작동하게 된다. 이들 찌라시 먹물들이 조정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 집값이 오를 것이다라고 계속 잘못된 신호를 주면 백성들은 불안해서 그 주문(呪文)에 홀려 너도나도 집을 사게 되고, 그러면 실제로 집값이 오른다.

일부 백성단체가 집값을 잡을 수도 없는 '분양원가공개'와 '후분양제'를 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백성들에게 계속 말해 와서, 백성들은 이 말을 믿고 조정에 분양원가공개와 후분양제를 해달라고 탄원해 오씨 한양시장과 노씨 임금님은 이를 받아들이지만, 찌라시 먹물들은 분양원가공개하고 후분양제 하면 건설사들이 건설을 하지 않아 공급이 줄어들게 되어 집값이 또 다시 오를 것이라고 협박을 해댄다. 설상가상으로 한강 북쪽의 '고분양가' 사태를 본 백성들은 이제 집 사기는 다 틀린 것 같다는 불안감에 이제라도 집을 사야한다고 너도나도 집 사기에 나선다. 그리고 다가오는 명년에는 임금님도 바뀔 테니 그러면 조정의 부동산정책도 물 건너 갈 것이고, 한나라 당파가 득세할 것이라는 믿음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 거기에다 부동산으로 먹고사는 부동산정보업체들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한마디씩 거든다. 아파트 기와집을 여러 채 가진 한강 아래쪽의 부호양반들도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

찌라시 먹물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으니, 건설업자는 자신들의 광고모델료에 '기생'하는 예쁜 기생 여자연예인들을 내세워서 아파트 광고를 만들어 매일 내보내면, 많은 백성들은 예쁜 여자연예인 얼굴만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아파트 기와집을 덜컥 산다. 그런데 이쯤 되면 잔치가 벌어지는 곳뿐만 아니라 한양 시내 대부분의 집들도 덩달아 집값이 오르고, 신규 아파트 기와집 청약에 떨어진 백성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일부에서는 엽전은행들에게 대출받아 집산 가계대출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경고도 나오고, 부동산시장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돈다. 엽전을 발행하는 조정의 한국엽전은행은 금리를 올려 집값을 잡으라는 목소리가 커져도 경기침체에 금리를 올릴 수도 없고, 또 이웃나라 일본 왜놈들처럼 금리를 잘못 올렸다가 부동산시장이 붕괴하면 대출받아 집 산 백성들이 아파트에서 죽는다고 뛰어내리는 사태가 발생할까봐 두려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건교부 관가의 판서 감투를 쓴 '추 대감'은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계속 큰소리를 쳐왔다. 하지만 지난 한가위 이후에 집값이 계속 오르고 백성들이 너도나도 집 사기에 나서자, 당황한 추 대감은 지금 집사면 '막차'타고 '상투' 잡는다는 경고를 주고 백성들을 안심시키려 앞으로 집을 더 짓겠다는 신호를 주려고 하다가 그만 타오르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기름을 끼얹어 인천 검단고을에 부동산투기 산불을 지르고 분노한 백성들과 노씨 임금님, 찌라시 먹물들에게 미움을 받고 쫓겨나 귀향갈 판이 되었다.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일그러진 대한민국

추병직 건교부 장관.
추병직 건교부 장관.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금까지 현재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가상으로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정말' 집값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마도 어느 한 집단이나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단정 지어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집단이나 사람들 외에도 더 많은 집단과 사람들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둘러싼 먹이사슬에 얽혀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거대한 먹이사슬을 어떻게 하나씩 해체해 나가고 총체적인 난맥상으로 얽혀있는 부동산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어떤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는 잔치에 썩은 음식이 존재하는 한, 썩은 음식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수많은 파리들을 쫓아도 또 다시 파리는 꼬일 수밖에 없다. 가장 확실하고도 공평한 단 하나 해결책은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는 잔치의 음식을 모든 국민이 골고루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부동산 불로소득을 공적으로 환수하여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이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환수하는 대신 생산적인 노력소득에 대해서는 감세를 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도 한 방법일 것이고, '토지임대부 건물분양제' 방식이나 싱가포르처럼 '환매조건부 건물분양제' 방식도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 부동산 불로소득의 핵을 이루는 지대(地代)에 대해 과세하는 '지대조세제(토지가치세)'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이 외에도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모든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어느 방법이라도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부동산 불로소득의 환수를 통한 부동산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들이 역량을 한데 모으고,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먹이사슬 간에 서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협약의 도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고영근 기자는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에서 전임간사로, '토지정의시민연대'에서 정책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밝히기 위해 가상으로 구성해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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