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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 대통령과 CNBC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구글러 인 치프'라는 제목을 단 월 스트리트 저널.
ⓒ 월 스트리트 저널
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을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에 "프로그램 이름은 잊었지만, 지도를 끌어내는 건데 재미있다. 그걸로 가보고 싶은 목장을 보는 걸 좋아한다"고 답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 인터뷰를 전하면서 미국 대통령을 '최고 사령관(Commander in Chief)'이라 부르는 것에 빗대어 부시 대통령을 '최고 구글 사용자(Googler in Chief)'라 불렀다.

우리나라에선 그 영향력이 미약하지만 '인터넷을 하는가' 묻지 않고 '구글을 사용하는가'를 묻는 것처럼 구글은 인터넷 문화의 최전선이다. 비록 이름은 까먹었지만 부시 대통령도 재미있게 사용한다는 구글의 서비스는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인공위성 영상을 제공하는 '구글 어스'다. 구글이 위성사진 서비스 업체 키홀을 인수해서 '구글 어스'를 선보인 것이 2004년 10월이니 불과 2년이 흘렀을 뿐이지만 구글 어스는 수많은 네티즌들을 사로잡더니 백악관 최고 사령관까지 '구글러'(구글 사용자)로 만들어 버렸다.

사실 인공위성으로 내려다본다는 것이 주는 실질적인 효능은 없다. 물론 구글 어스는 여행 계획을 세운다거나 최단 경로를 찾는다거나 하는 실용성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미국이 아닌 곳에서는 그리 쓸모가 없고 이미 갖춰진 정보라면 기존의 지도 서비스나 검색 서비스들이 더 낫다. 구글 어스에 입문한 네티즌들은 주로 자기가 사는 동네나 다니는 학교나 직장부터 찾아보곤 하는데 이것 역시 우주에서 내려다본다고 해서 어떤 실용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도 느꼈듯이 구글 어스는 재미있다. 내가 아는 곳, 모르는 곳을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확실히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이다. 처음 구글 어스를 작동시키면 우주에서 지구가 나타난다. 다시 지구에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살펴 보다 보면 몸은 좁은 방에 갇혀 있지만 정신은 지구 차원으로 넓어지는 기분마저 든다. 신문에 난 기사를 그저 읽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을 바로 우주에서 내려다 볼 때 지식이 3차원으로 확장되는 재미가 있다.

▲ 새로운 '재미'로 네티즌들을 '구글러'로 포섭하고 있는 '구글 어스'.
ⓒ Google
구글 어스가 빠른 속도로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인공위성이라는 돈과 권력이 필요한 하드웨어를 갖거나 그것도 아니면 출중한 해킹 실력이라도 있어야 가능하던 재미를 누구나 클릭 몇 번이면 즐길 수 있도록 풀어 놓았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소수 과학자들이나 권력자들이나 갖던 정보를 이제는 아무나 공짜로 즐기게 된 것이다. 여러분도 지금 몇 분만 투자한다면 어지간한 나라 권력자보다 더 많은 위성사진을 얻을 수 있다.

'재미'는 인터넷 문화를 이끌어온 중요한 원동력이다. 초기 인터넷 문화를 이끌었고 일부는 주류 사회에 안착해서 IT 업계를 이끌고 있는 해커들도 인터넷이란 놀이터에서 재미를 찾았던 것이다. 구글은 인터넷에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문턱을 크게 낮춰놓았지만 구글을 따르는 대중들은 스스로를 '구글러'라 부르며 과거 해커와 대중의 차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일반 인터넷 사용자 보다는 남다른 재미를 즐기고 있다고 자부한다.

구글은 미국 검색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대중적인 서비스지만 구글러들은 자신들을 앞서가는 소수라 여긴다. 이런 차이는 문제를 낳는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 IT 전문가들은 이것이 바로 구글의 성공 비결이라고 지적한다. 구글을 사용한다는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접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구글 사용자들을 이끌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현실 시장을 장악했을 때 사이버 정신세계는 오픈 소스 진영이 지배했던 것에 비한다면 구글은 현실 시장과 사이버 정신세계를 고루 지배하는 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결국 구글은 네티즌들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에 불과한 것인가? 이런 단편적인 비판만으론 구글의 괴력을 설명하기 어렵다. 구글이 단지 인심이 좋아서 위성사진을 거저 나눠주는 것은 아니다. 위치기반서비스(Location Based Service)는 다가올 유비쿼터스 시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 구글은 구글 어스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가는 것이 목표라고 공언하면서 여러 실용적인 서비스와 연결시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구글이 무서운 것은, 또는 구글러들이 구글에 열광하는 것은 구글 어스의 상업화와 함께 '구글 문'이나 '구글 마스'같은 서비스가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달과 화성의 표면을 살펴 볼 수 있는 이들 서비스를 통해 구글의 재미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 차원으로 확장된다. 구글은 이미 '구글 쥬피터'를 비롯해서 태양계 행성 도메인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미 패러다임'으로 승부하는 구글이라면 '구글 갤럭시'도 곧 나오지 않을까?

▲ '구글 어스'에 이어 선보인 '구글 문'(위), '구글 마스'(아래).
ⓒ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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