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합천군이 '새천년 생명의 숲' 가꾸기 차원으로 합천읍에 조성한 공원의 명칭을 정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벌이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인 '일해(日海)'를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새 천년 생명의 숲' 공원은 합천군이 밀레니엄 기념사업으로 추진해 2004년 8월 준공했다. 당시 공원 이름을 확정짓지 못한 합천군은 최근 공원 명칭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합천군은 13일부터 22일까지 군·읍·면 유관기관단체와 이장, 각 마을의 새마을지도자 등 135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합천군은 각 읍면사무소에 설문조사에 응할 대상자의 추천을 의뢰했다.
합천군은 예비명칭으로 '일해공원'과 '황강(黃江)공원', '죽죽(竹竹)공원', '군민(郡民)공원'을 제시했으며, 이 가운데 하나를 선정할 예정이다.
합천군은 설문조사 자료를 통해 예비명칭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놓았다. '일해공원'에 대해 합천군은 "합천이 배출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로서, 군민의 자긍심 고취와 대외적 관심도 제고로 공원의 홍보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며 "국내외적으로 대통령이나 수상을 비롯한 고장의 인물에 대한 기념과 성역화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천군은 이 명칭을 할 경우 "지역의 편중성을 배제하므로 전국적이고 대중화된 공원으로서 이미지 부여가 가능하나, 생존 인물로서 역사적 가치성 부여 애로가 있다"고 덧붙여 놓았다. 하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은 전혀 설명해 놓지 않았다.
'황강공원'은 지역의 대표적 강인 황강으로 상징성이 강하고, '죽죽공원'은 합천이 배출한 신라 충신 죽죽장군을 상징하며, '군민공원'은 특정지역을 국한하지 않고 군민 전체의 공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합천군은 설명했다.
합천군수 "일해공원 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
그런데 심의조 합천군수는 최근 열린 읍·면장 회의 때 '일해공원'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열린 한 간담회에 참석했던 지역인사는 "지역이 좁아서 실명을 밝힐 수 없지만, 군수가 '일해공원'이 되어야 한다며 이장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으며,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인사가 반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가 들어가는 공원명칭에 반대하고, 예비명칭에 '일해공원'이 빠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하상범 합천군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만약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가 들어가는 명칭으로 결정된다면 합천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면서 "광주민중항쟁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는 만큼 광주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지역감정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공동대표는 "지금도 친일행위 등 역사를 올바르게 정립하지 못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5·18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전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공원명칭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공동대표는 "예비명칭에 '일해공원'을 포함시켰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로, 예비명칭에서 그 이름을 제외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새천년 생명의 숲' 명칭과 관련한 설문조사는 합천군 기획감사실에서 담당하고 있다. 군청 관계자는 "일해공원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며 예비명칭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군민 설문조사를 통해 명칭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강원도 인제군의 경우 '역대 대통령 관광 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1억원의 예산을 들어 미국 견학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거제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짓고 호남에서는 '김대중 컨벤션센터'도 생기지 않았느냐"면서 "그런 차원에서 합천 출신인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한 기념사업을 하면 관광자원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