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경남 합천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 '일해(日海)'를 딴 공원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그동안 합천군이 벌인 몇몇 사업도 눈총을 받고 있다.
합천군은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매년 800여만원을 들여 전두환 생가를 보수·관리를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직 대통령의 예우가 박탈됐는데 생가에 군민의 세금을 들여 보수하는 게 맞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
게다가 합천군은 지난해 10월 7000만원을 들여 전 전 대통령의 고향 마을 안길 재포장공사를 완료했고, 2004년부터 총 62억원을 들여 '두사~기리마을 간 교량 가설 공사'도 벌였다.
일부에서는 이 두 사업도 전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다. 마을 안길 재포장 공사가 전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에 해준 것이고, 다리 공사도 전 전 대통령의 선영 방문을 돕기 위해 건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새천년생명의숲'을 '일해공원'으로 만들려고 하자 반대가 거세게 일어나는 가운데, 이들 사업들까지 이같은 오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업들에 대한 합천군청의 해명을 들어보았다.
[생가보수] 군청 소유 재산, 매년 800여만원 들여 보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가는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있다.
초가지붕으로 된 2채의 건물과 대문이 있으며, 담장도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놓았다. 마당에는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다. 합천군은 해마다 가을이 되면 새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보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집 앞에는 아무런 안내판이 없어 전 전 대통령의 생가였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만 안다.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박탈 당한 전 전 대통령의 생가를 국민의 세금을 들여 보수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일해공원' 명칭 논란이 불거진 지난 달 합천군의회 정기회 때 박현주 의원(민주노동당 소속)도 이를 문제삼기도 했다.
현행 규정에 의하면 전직 대통령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각종 예우나 연금 지급 등이 박탈된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광주유혈사건과 부정축재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형이 확정되어 규정에 따라 연금과 예우가 박탈되어 일체의 지원이 없으며, 경호·경비업무만 해주고 있다"면서 "자치단체에서 하는 생가 보수는 별도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합천군은 생가 보수를 하고 있는 이유가 "군유재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생가는 대통령 재직시인 1982~1983년 사이 경상남도에서 6100여만원을 들여 매입했으며, 1993년 군청 소유로 땅과 건물을 등기했던 것.
합천군청 관계자는 "행정재산이기에 관리하는 것이며, 매년 가을에 새로 이엉을 만들어 지붕을 덮는 작업 이외에 특별한 관리는 없다"고 말했다.
[진입로 재포장] 전두환 방문 직전 완공
합천군은 지난해 10월 7000여만원을 들여 율곡면 내천리 내천못재 진입로 재포장 공사를 벌였다. 이 곳은 전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로, 군청은 길이 1.4km와 너비 4m의 진입로와 마을안길을 재포장했다.
군청 측은 도로가 심한 균열과 침하로 차량과 농기계 운행에 애로가 많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군청 측은 군의회에 보고한 자료를 통해 '관광객과 지역주민 편의 제공'을 위해 재포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도로를 재포장했던 것도 전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군청은 당초 9월 20일부터 10월 27일까지 공사를 벌일 예정이었는데 지난해 10월 22일 전 전 대통령이 고향마을을 방문하고 선영에 성묘하기 직전 이 도로 재포장공사를 마무리지었던 것.
합천지역 한 인사는 "공사를 빨리 마무리하면 좋지만 공교롭게 전 전 대통령의 방문에 맞추기 위해 앞당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했던 것은 전 전 대통령의 생가를 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을 의식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합천군청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이라고 해서 재포장한 것은 아니며, 기존에 도로가 파손이 심해 농기계 운행을 위해 시급했다"면서 "관광객의 편의는 주말이면 오래된 내천못재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기에 노후된 도로의 재포장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교량 가설] 다리 건설되면 선영까지 거리 20분→5분
합천군은 율곡면 두사리와 기리 사이에 다리를 짓고 있다. 4개의 교각을 세워 길이 243m와 폭 7.5m의 다리를 놓고 길이 875m와 너비 7.5m의 접속도로를 건설한다. 이 다리 공사는 총 62억원을 들여 2004년부터 올해 말까지 건립될 예정이며, 지금은 교각만 세워진 상태.
합천군은 진주~고령간 국도4차선 확포장과 연계된 합천 동부지역의 연결도로를 위해 이 다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옥전고분군과 해인사·합천호를 연계한 관광벨트 조성을 위해서도 이 다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 일부에서는 이 다리가 전 전 대통령의 선영 방문을 이롭게 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선영은 율곡면 기리 지릿재에 있다. 고향마을인 내천리에서 선영을 가려면 황강을 건너야 하는데, 직선으로 가는 길을 없다. 고향마을에서 황강을 따라 합천읍 가까이 와서 경북 고령 방면으로 가다가 지릿재로 올라가야 한다. 승용차로 가더라도 20분은 넘는 거리다. 그런데 이 다리가 완공되어 이용할 경우 고향마을에서 선영까지는 5분 안에 갈 수 있다는 것.
지역 한 인사는 "아무리 군청에서 절차를 거쳐 짓는다 하더라도, 왜 하필 그 장소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면서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고향마을에서 선영까지 가는데 쉽도록 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합천군청 관계자는 "다리 건설은 투·융자 심사와 타당성 검토를 거쳐 시행하고 있다"면서 "전 전 대통령의 선영과 관련이 없고, 도로나 교량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것이며 주변 마을과 연결을 위해 짓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해공원] 이미 안내판엔 '새천년생명의 숲'인데 왜?
합천군은 밀레니엄 사업으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총 100억원을 들여 황강변에 새천년생명의숲을 조성했다. 이 곳에는 관리사무소와 산책로, 야외공연장, 어린이놀이터, 대종각 등이 들어서 있다.
또 여기에 '3·1운동기념탑'이 들어서 있으며, 최근에는 합천 출신의 문인 이주홍(향파)의 시비와 전신상이 들어섰다. 이 공원에는 2002년 일본에 있는 교포들의 모임인 경남도민회에서 1억2000여만원을 들여 기증한 나무가 심어져 있다. 공원 입구에는 '새천년생명의 숲'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합천군은 2004년 공원 명칭을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연말 4개 예비명칭(일해·죽죽·황강·군민공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마을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등 1364명 가운데,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591명이 응답했는데 그 중 51.1%가 '일해공원'을 지지했다. 합천군은 군정 조정위원회와 군의회 보고 과정을 거쳐 공원명칭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설문조사 전 한나라당 소속 심의조 합천군수가 읍·면장회의 때 '일해공원으로 해달라'는 협조요청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같은 사실은 합천군의회 임시회 때 군정질의를 통해 알려졌는데, 심 군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합천군이 '일해공원'을 추진하자 민주노동당 합천군위원회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지역에서는 "일해공원으로 하려면 차라리 합천군을 '일해군'으로 하라"는 등의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또 합천지역 한 인사는 "새천년생명의숲이라는 이름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데 굳이 말썽 많은 '일해공원'으로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공원 옆 주민들 중에는 일해공원으로 할 경우 시끄러워질 것이고, 그러면 아파트 값도 떨어진다며 반대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