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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한은희

7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결국 상원을 '공식적'으로 장악했다.

8일 오전 버지니아 상원선거 개표가 99.8% 완료된 가운데 0.3%의 표 차이로 민주당 후보에 뒤져 재검표 요청을 계획했던 조지 알렌 공화당 상원의원이 9일 오후 민주당 짐 웹 후보의 승리를 공식 인정했기 때문이다.

AP통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8일중에도 재검표 가능성 때문에 짐 웹의 승리를 확정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으나, 상원선거에서 재검표를 통해 당락이 뒤바뀐 예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짐 웹의 최종 승리가 선언될 것으로 예측했다.

알렌 "결과 승복, 모든 것에 때가 있어"

웹은 8일 개표가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조지 알렌을 7200여표 차이로 눌러 승리를 선언했으나, 조지 알렌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재검표를 요청할 뜻을 밝혔었다.

민주당은 8일 오전 버니니아만를 남겨두고 상원 의석에서 공화당에 50 대 49의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민주당은 버지니아의 승리로 51 대 49석으로 공화당에 2석 앞선 다수당이 되었다.

중간선거 최대 접전 지역인 버지니아 주의 두 후보.
중간선거 최대 접전 지역인 버지니아 주의 두 후보. ⓒ TV 광고와 홈페이지 캡처
이라크전과 공직자의 윤리가 주요 쟁점이 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은 물론 주지사까지 28대 22로 다수를 점하는 꿈같은 승리를 거둠으로써 2008년 대선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전문가들은 주지사가 자기 주에서 대선후보를 위해 거둘 수 있는 표의 효과를 2%로 보고 있다.

알렌은 9일 오후 성명을 통해 "정부의 주인(국민)들이 (패배 인정을) 요청해 왔고, 나는 이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경은 모든 것에 때가 있고 장소가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면서 "나는 오늘 집 웹과 그의 선거팀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선거의 승리를 축하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법에서는 선거에서 1% 미만의 표 차이가 날 경우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표 차이가 0.5% 이하인 경우 재검표에 드는 비용을 주정부가 부담하고, 0.5% 이상인 경우는 재검표를 요청한 후보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알렌은 "나는 계속해서 불필요하게 (정부의) 돈이 쓰여지고 (상대편에게) 개인적인 적대감을 유발할 정도의 좋은 목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패배를) 비통해 하기 보다는 새 상원의원이 버지니아인들을 위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봉사할 지에 초점을 맞추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짐 웹은 알렌이 공식적으로 패배를 인정하자 선거 참모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이번 선거는 여러면에서 잔인한 한 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다"며 선거의 후유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상원 민주당 대표로 유력시 되고 있는 네바다의 해리 레이드 의원은 <유에스에이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선거는 끝났다"면서 "열린 정부를 위한 시대, 초당적 협력을 위한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알렌의 실패요인 '인종차별적인 발언'

8월까지 웹을 여유있게 리드하고 있던 알렌이 막판에 웹에게 추격당해 결국 패배한 이유는, 공화당의 인기 하락과 더불어 그의 인종차별적인 발언 때문이었다. 알렌은 웹의 선거팀 중 인디언 자원봉사자를 가리켜 인종차별적인 '마카카 (Macaca)'라는 용어를 조롱조로 사용했다.

웹 측은 이에 대해 즉각 알렌의 언급이 인종차별적 발언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여기에다 비지니아 대학 풋볼 선수 시절 알렌의 옛 동료들까지 알렌이 흑인에 대해서도 모욕적인 용어를 사용했다고 언론에 제보했다. 이로써 알렌은 미국사회에서 정치인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알렌 측은 부랴부랴 '마카카'라는 언급은 인종차별을 의식한 발언은 아니었다며 웹 측이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반박했다.

알렌 측은 웹이 오래 전 해군시절 '여성은 군인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발언을 한 사실을 들어 웹을 성차별주의자라고 역공세를 펼쳤다. 알렌은 웹의 저작물 가운데 지저분한 성적인 묘사를 들어 웹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기까지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었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지난주 분석기사를 통해 워싱턴 정가에서는 알렌의 승리에 비관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차기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알렌의 낙마는 공인으로서의 정치인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쳐준 사례가 되었다.

웹의 성공요인 '반전 심리' 통했다

베트남전 참전군인이자 레이건 행정부에서 해군 간부를 지낸 웹은 이번 선거전에서 이라크전 옹호론자였던 알렌을 부시와 이라크전에 연결시켜 반전 표심을 얻는데도 성공했다.

한편 상원선거 막판의 또하나의 대 접전지였던 몬태나에서도 1%의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콘라드 번스 공화당 의원이 민주당의 존 테스터 후보에게 당선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이발소에서 콘라드의 전화를 받은 테스터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콘라드 의원이 매우 예우바르고 전문 정치인 답게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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