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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을 앞두고 15일 오전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의장석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기춘 의원이 의장석에 앉아 있는 가운데 다른 의원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민들은 부동산문제 때문에 아우성인데 국회는 또 다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막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석 단상점거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측은 인준안 처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표결처리를 다짐하고 있다. 본회의장에서의 여야간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효숙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여야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인물에 대한 찬반을 넘어 인준안 처리 자체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인준안의 절차적 문제는 일단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야당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새로운 임명절차를 밟았고, 사과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절차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던 한나라당은 정작 절차적 문제가 해소되자, 전 후보자가 헌재소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자진사퇴나 지명철회를 요구하며 본희의에서의 표결처리를 몸으로 막고 나선 것이다.

▲ 15일 오전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여 농성의 정당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절차 때문에 안 된다더니, 이제 인물 때문에 안 된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태도는 합리성이 결여된 정치적 행동이다. 자신들이 특정 인물에 대해 반대의사를 가졌다고 해서, 국회 처리 자체를 무한정 가로막고 있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전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표결을 통해 반대의사를 밝히면 되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오면 인준안이 가결되는 것이고, 반대표가 더 많이 나오면 부결되는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각 정당들은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의회주의의 기본이다.

더욱이 상황은 가결과 부결 어느 한 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어있지 않다. 캐스팅 보우트 역할을 하게 될 민주당은 표결참여를 통한 반대입장이고, 민주노동당의 입장정리 또한 변수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표결에 참여하고 민주당이 반대투표를 할 경우 결과는 상당히 근소한 차이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열린우리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정치적 위험부담을 안게되는 인준안 표결이다.

자신들이 반대하는 인물이라고 해서 표결 자체를 막는 것은 합리적인 자세가 되지 못한다. 정치란 것이 무엇인가. 여야가 대립되는 사안이 있으면 한발씩 양보하며 해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정치이다.

청와대 측이 뒤로 물러섰으면 한나라당도 한발 뒤로 물러서 진작에 매듭지었어야 할 문제였다. 헌재소장의 공백사태를 두달이 넘도록 끌고가면서 자기 입장만 고집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정치를 포기한 것으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인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전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가결시키든 부결시키든, 그것은 전적으로 국회의 권한이다. 한나라당은 반대할 권리가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장의 공백사태를 매듭짓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역시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의장석으로 올라가는 통로를 막기 위해 김정훈 의원이 의자를 나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금 서 있어야 할 곳은 단상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이렇게까지 각박하게 정국을 몰아갈 이유가 있을까. 한나라당은 당 지지율에서 여당을 월등하게 앞지르고 있고. 차기 주자들의 지지율도 월등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만 간다면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이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시중의 여론이다.

그렇게 독주하고 있는 한나라당이라면 좀더 여유를 가지고 정국을 끌고가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집권야당'이라는 말에 실려있는 책임의 무게를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하지 못하고 무조건적인 실력저지에 나선 한나라당의 모습은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격에 대한 의심을 품게 만든다. '소탐대실'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한나라당도 이제는 정국에 대한 책임을 의식하기를 주문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금 서 있어야할 곳은 국회의장석 단상이 아니라, 집값폭등으로 절망하고 있는 국민들의 곁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여, 점거농성을 풀고 인준안 표결에 참여하는 결단을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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