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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남YMCA 안창도 사무총장.
ⓒ 이승균
80년대는 민주화운동, 90년대는 시민사회 운동가로 활동했던 안창도(52)씨.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그는 경기도 하남에 YMCA를 창설하고,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는 등 기독교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러나 안 사무총장이 하남에 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사 놓은 한 조합 아파트 분양권은 뜻밖에도 그를 대한민국 부동산 광풍의 한가운데로 몰아넣었다. 그가 대명종합건설이 짓는 하남대명강변타운의 분양권을 산 것은 2003년 11월. 그 후로 3년이 지난 현재 안 사무총장은 이 아파트 조합원을 대표하는 조합장으로 변신했다.

그가 하남 YMCA 사무총장이면서 아파트 조합장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중 신분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기독교 시민운동가로서의 삶과 아파트 조합장의 역할과는 어떤 연관성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파트 조합장이 된 YMCA 사무총장

안 사무총장이 매입한 하남대명강변타운은 이른바 문제 많은 조합아파트의 전형이었다. 2000년에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아파트 분양을 시작했지만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준공절차를 마치지 못해 1360명의 조합원들이 여태 입주를 못하고 있다.

6년 동안 일부 조합간부들이 비리 사실로 실형을 선고 받은데다 건설사와 조합원들 사이에 여러 차례 마찰이 빚어져 번번이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무렵, 마침내 안 사무총장이 그동안 참았던 분노를 억누를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한다.

"건설사에서 추가부담금이라는 걸 내라고 하더군요. 층별로 다르긴 하지만 평균 5000만 원 정도입니다. 맨 윗층 다락방이 제공되는 세대의 경우는 8700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답니다. 원래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1억 5000만원이거든요. 분양가의 3분의 1이나 되는 돈을 또 내라는 겁니다. 그때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안 사무총장은 건설사 및 일부 조합간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입주자협의회를 찾았다. 입주자협의회는 기존 조합이 실제 조합원들의 이득을 대변하기보다는 건설사와 시행 대행사의 유익을 위해 활동한다는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전체 조합원들의 대표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당시 조합장은 시행대행사의 간부였다.

▲ 하남 대명강변타운 조합원들은 최근 아파트 단지 내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과다한 추가부담금을 요구하는 대명종합건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 하남대명강변타운주택조합
추가부담금 650억 원 내라?

이 단체 회원들로부터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을 듣고 난 이후 안 사무총장 특유의 운동가적 기질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2006년 1월 입주자협의회 대표로 선출된 안 사무총장은 추가 부담금의 부당성 및 시공 대행사의 간부인 당시 조합장이 진정으로 조합원의 이득을 대변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여타 조합원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안 사무총장은 다수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어 마침내 조합원 총회에서 새롭게 조합장에 선출됐다. 그리고 추가부담금의 정확한 내역을 파악하기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세대 당 평균 5000만 원인 추가부담금의 총액은 650억원. 이렇게 막대한 돈을 꼼짝없이 건설사에 납부해야만 되는 것인지 안 사무총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내야 할 돈이라면 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나마 싼 가격에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희망을 갖고 있던 서민들에게 갑자기 5000만원을 내라고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대명종합건설 측은 '추가부담금이 합법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비용'이라고 맞섰지만, 양측의 충돌은 쉽게 끝나지 않고 있다. 8월이나 9월로 예정됐던 입주 시기도 훌쩍 넘어선 가운데 양측의 팽팽한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조합원들의 상당수가 추가부담금을 납부하지 않고 투쟁에 돌입하자 건설사 측에서는 준공검사를 늦추면서 입주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건설사는 용역까지 동원해 조합원의 아파트 출입까지 막아설 정도로 강경 일변도다. 뜨거운 여름 햇살 속에서 시작된 투쟁은 이제 추운 겨울 문턱을 밟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풀었던 1300여 명의 조합원들은 이제나 저제나 입주할 날만을 고대하고 있지만 추가부담금 650억 원을 해결하기 전에는 그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멀쩡한 자기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조합원들은 온 나라에 가득한 부동산 광풍에 미쳐버린 대한민국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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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글 쓰는 일로 먹고 산 적이 있고, 돈 벌어보려고 자영업자로 산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소소한 일상을 글로 표현하고 그걸 나누면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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