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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방에서 자니 참 좋다는 김 할아버지.
따뜻한 방에서 자니 참 좋다는 김 할아버지. ⓒ 송영한
경기도 구리시 왕숙천 제방에 외롭게 움막을 치고 살아오던 김조열 할아버지(79세, 오마이뉴스 2004년 10월 27일 보도)가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5년 움막생활을 청산하고 보금자리를 틀었다.

구리시 수택동에서 30여년을 살아온 김 할아버지는 인근 지역 개발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고 5년 전부터 왕숙천 제방에 움막을 치고 살아왔다.

한 점 혈육도 없는 김 할아버지는 시에서 주민등록이 강제 말소됐다가 복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동안 시와 복지관의 이주 제의를 여러 차례 완강하게 거부해온 김 할아버지는 올 겨울을 앞두고 갑자기 태도를 바꿔 경기도 남양주시 지금동으로 이사했다.

할아버지가 이같이 마음을 바꾼 데는 천사 같은 한 독지가의 사랑의 손길 때문.

앞서 시와 복지관에서는 겨울을 앞두고 다시 이주를 종용했지만, 월 15만원 상당의 월세를 걱정한 할아버지는 '올 겨울도 방죽에서 나겠다'며 요지부동이었다. 이에 시와 복지관은 구리소식지 등에 할아버지의 거주 자금 모금을 호소하는 기사를 싣고 후원자를 물색했다.

이때 천사처럼 나타난 사람이 두레지역복지센터의 한 개인자원봉사자 홍모씨. 이 봉사자는 김 할아버지의 딱한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가 걱정하는 월세를 해결해 주겠다고 선뜻 나섰다.

그리고 직접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남양주시 지금동의 한 방을 알아보고 할아버지의 승낙까지 받아냈다. 홍씨는 추위가 닥치기 전에, 또 할아버지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이사를 해야 한다며 거주자금이 아직 모이기도 전에 자신이 500만원의 보증금을 우선 지급해 이달 중순에 이사를 마쳤다.

양아들을 자처하는 C모씨와 함께 살고 있는 김 할아버지는 "따뜻한 방에서 자니 참 좋다"며 밝은 모습으로 기자를 맞았다. "다시 움막생활로 돌아가고 싶냐"는 기자의 농담에 김 할아버지는 "하루를 살다 죽어도 따뜻한 방에서 살다가고 싶다, 고마운 천사가 한 일을 꼭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돌 같은 할아버지의 마음을 녹여낸 홍씨는 남양주시 금곡동에 사는 주부이다. 구리두레교회에도 다니는 홍씨는 통화에서 "갈매동에서 한 장애인을 돌보다가 할아버지 소식을 들었다"고 말하고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을 불기 없는 움막에서 지내게 한다면 그 사회는 너무나도 무책임한 사회"라고 전했다. 홍씨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자신을 내세우기를 꺼렸다.

구리시의 한 사회복지사는 "시와 복지관이 수년을 매달려 왔지만 해결하지 못한 일을 따뜻한 손길로 해결했다"고 말하고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지만 더불어 살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웃이 있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말끔하게 정리한 움막 터(왼쪽). 오른쪽은 할아버지가 5년 동안 살아온 움막.
말끔하게 정리한 움막 터(왼쪽). 오른쪽은 할아버지가 5년 동안 살아온 움막. ⓒ 송영한

덧붙이는 글 | 거주자금 성금 문의:구리사회복지관 031)556-8100 / 담당 : 윤성훈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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