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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철회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결국 청와대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거둬들였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저녁 7시에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철회하기로 했다"면서 "노 대통령이 오늘 오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부터 지명철회 요청을 받고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노 대통령이 제안한 '정치협상회의'를 살려 국회를 정상화화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전효숙 후보자가 사퇴의사를 청와대에 밝혔다", "청와대가 후임 후보자를 찾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이날 오후까지도 청와대는 "국회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철회'가 이날 발표되긴 했지만, 이미 지난 25일 당정청 4인회동에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26일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하면서 "전 내정자 문제에 대해서도 협상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지명철회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전효숙 지명철회'는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정치협상회의'를 살리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공식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힌 뒤에도 윤태영 대변인은 "'어렵게 됐다'고 단정짓지 않겠다"면서 "모든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들어와서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자는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한나라당도 승부사 기질을 보여온 노 대통령이 한수 접은 점을 헤아려 정치협상회의를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전효숙 지명철회'와 상관없이 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해왔지만, 노 대통령의 전격적인 임명 철회 앞에 제1야당으로서 여론의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9월 6일 조순형 민주당 의원이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하기 때문에 재판관을 사퇴한 전효숙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재임명해서 절차를 밟는 것이 적법하다"며 절차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한나라당의 '무력행사'에 손을 든 청와대-열린우리당

▲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을 앞두고 지난 15일 오전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의장석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청와대가 임명동의안 보정, 국무총리·비서실장의 사과 등 한나라당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지만,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장 점거 등으로 인준안 처리를 막았다. 통합신당 논의와 부동산 파문 등으로 여력이 없었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결국 한나라당의 '무력행사'에 손을 들고 말았다.

결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헌재소장 탄생은 이렇게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정국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여권의 무력감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노웅래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우리는 사실상 한나라당의 부당한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며 "우리는 국민이 편하다면, 국민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또 국민이 우리당을 신뢰할 때까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무릎 꿇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부대표는 "국정혼란을 피하고 파행국회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결정"이라면서,한나라당에 대해 "국회 정상화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한나라당은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라면서 "이 문제는 정치협상회의와는 별개"라고 밝혔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앞으로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다른 인사문제를 푼다 해도 법안 등 그 다음의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될 문제"라고 말했다.

전효숙 "물리적 의사진행 방해, 헌재 권위 해치는 일"

▲ 청와대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철회하면서 사상 최초 여성 헌재소장 탄생은 무산됐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 파문’의 주인공으로 논란 가운데 있으면서도 끝까지 침묵을 지켰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가 청와대의 임명동의안 철회 직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전 내정자는 27일 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글에서 "헌재소장 임명동의 문제로 장기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도 임명동의안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우선 전 내정자는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던 중 대통령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겸 재판소장으로 임명받기 위하여 재판관직을 사직했다"며 "이는 헌법재판소의 독립과 안정을 위하여 가장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견해를 취하고 대법원장이 저의 후임재판관을 지명하는 절차상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임명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한나라당 등 야당의 주장을 전면 반박한 것이다.

이어 전 내정자는 임명동의안을 무산시킨 한나라당의 물리적 저지 행위를 놓고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전 내정자는 자신이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청문절차와 법사위 청문까지 모두 마쳤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편향된 법리만이 강조됐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침묵을 지킨 이유에 대해 그는 "평생 재판업무에만 종사해 온 후보자가 국회 밖에서 달리 의견을 표명하여 논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묵묵히 다음 절차 진행을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또 전 내정자는 "그러나 일부 국회의원들은 독자적인 법리만이 진리인양 강변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대로 보정해 진행한 절차까지도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며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온갖 인신공격으로 후보자를 폄하하고 사퇴를 집요하게 요구하다가 물리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그런 행위야말로 헌재와 재판관의 권위와 독립을 해하고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며 "절대로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국회의원들은 정쟁만 계속했다"

전 내정자는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다른 야당의 방관행위도 비판했다.

그는 "다른 국회의원들은 물리적인 의사진행 방해행위를 수수방관하면서 동의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정쟁만을 계속했다"며 "문제가 어렵다고 풀지 않고 출제철회를 바라며 임명동의안 처리를 장기간 미루어 두는 것 역시 국회가 헌법과 헌법재판소를 경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헌재소장 공백상태의 장기화를 우려해 스스로 후보자 신분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유가 어떠하든 더 이상 헌법재판소장의 공백상태가 지속되면 국민의 기본권보장과 헌법수호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며 "후보 수락의사를 철회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종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효숙 내정자가 청와대 기자들에게 보낸 글 전문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저에 관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 문제로 장기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저는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던 중 대통령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겸 재판소장으로 임명받기 위하여 재판관직을 사직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 3인씩 지명 또는 선출한 사람을 임명하게 되어 있고, 재판소장의 임기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는 현행 헌법의 다양한 해석 중 헌법재판소의 독립과 안정을 위하여 가장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견해를 취하고 대법원장이 저의 후임재판관을 지명하기 위한 절차상 필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후보자의 지명과정은 대통령과의 면담 등 통상의 인사절차를 따랐으며, 구체적인 절차진행을 위한 최종통보가 실무자와의 통화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후보자는 국회의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3일간의 혹독한 청문절차를 마쳤으나, 법적 견해를 달리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의 청문을 구하는 절차까지 보정하였습니다. 그동안 이러한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편향된 법리만이 강조되는 상황을 보면서도 평생 재판업무에만 종사해 온 후보자가 국회 밖에서 달리 의견을 표명하여 논쟁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묵묵히 국회의 다음 절차 진행을 기다려 왔습니다.

후보자의 자질에 관한 평가나 관련 헌법 및 법률 규정에 관한 견해는 국회의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국회는 표결절차를 통해 다수결의 법리에 의하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은 독자적인 법리만이 진리인양 강변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대로 보정하여 진행한 절차까지도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온갖 인신 공격으로 후보자를 폄하하며 사퇴를 집요하게 요구하다가 물리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였습니다. 그러한 행위야말로 헌법재판소 및 재판관의 권위와 독립을 해하고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므로 절대로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다른 국회의원들은 물리적인 의사진행 방해행위를 수수방관하면서 동의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정쟁만을 계속하고 있는 바, 문제가 어렵다고 풀지 않고 출제철회를 바라며 임명동의안 처리를 장기간 미루어 두는 것 역시 국회가 헌법과 헌법재판소를 경시하는 행위로서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어떠하든, 더 이상 헌법재판소장의 공백상태가 지속되면 국민의 기본권보장과 헌법수호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생기므로 제가 후보 수락의사를 철회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종결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저에게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과 격려에 감사하고 모진 질책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제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국민의 안녕과 국가의 발전을 항상 기원하겠습니다.

2006. 11. 28. 전 효 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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