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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E 7.0의 전체 화면. 전 버전보다 인터페이스면에서는 강화 되었지만 한글 도메인 사용은 하지 못한다.
ⓒ 이재승
▲ 주소창에 '한글을살리자'를 치니 미리 설정해놓은 검색사이트 검색창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아쉽다.
ⓒ 이재승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 133Mhz 펜티엄급 컴퓨터 30대로 이루어진 컴퓨터실이 생기면서 컴퓨터를 처음 접했다. 당시 컴퓨터 강습반에서 처음 PC통신을 하던 때가 생각난다. 나우누리, 유니텔, 천리안, 하이텔과 같은 PC통신의 파란 스크린에 'go XXXX'를 치며 통신을 하던 때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그러나 여러 명령어를 입력해야 다른 곳에 접속할 수 있고, 영문자나 숫자로 이루어진 명령문이나 사이트 이름은 기억하기 어려워 대중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컴퓨터와 인터넷은 기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다수에게 생활 일부가 되었다. 그 중 가장 편리했던 것은 '한글 도메인'이다. 그동안 숫자로 이뤄진 복잡한 IP를 영문 DNS(Domain Name Server)로 표현하던 것을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기억하기 어려운 영문 대신 인터넷 주소창에 '세종문화회관'이라고 치면 바로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재미있는 한글 도메인도 생겨났다. 그중 가장 기억나는 것이 청와대 사이트의 '맞습니다맞고요'란 한글 도메인이다. 이처럼 한글 도메인은 그 편리했고, 한글을 이용한 다양한 주소도 만들 수 있었다. 아무튼, 한글 도메인은 초보자나 인터넷에 친숙하지 않았던 이들이 인터넷이라는 바다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 이런 한글 도메인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최신 버전에서 한글 도메인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브라우저 'IE 6.0(인터넷 익스플로러6) 버전'까지는 한글 도메인이 지원되었지만, 'IE 7.0(인터넷 익스플로러7) 버전'부터 검색 기능을 강화한다는 구실로 한글 도메인 사용을 막아버렸다. 한글 키워드를 입력하면 이를 인터넷주소체계가 아닌 검색어로 인식해 미리 설정한 사이트의 검색결과로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이제까지 등록된 한글 도메인이 75만개라고 한다. 이 도메인들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사실도 안타깝지만, 그동안 인터넷 친숙도와 한글 사용에 일부 이바지한 기술이 사라진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무심코 지나가는 한글날이나 영어 열풍 속에서 한글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때 인터넷 브라우저에까지 한글 도메인을 사용할 수 없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다행인 것은 이 물건이 컴퓨터 소프트웨어라는 점이다. 간단한 패치(오류 해결이나 제품 개선을 위한 버전)를 통해 다시 한글 사용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또 인터넷 익스플로러 대신 다른 인터넷 브라우저를 사용한다면 한글 도메인은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의 언어, 한글을 인터넷에서도 좀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도 자사의 이익만을 따를 게 아니라 사용자의 입장까지 배려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에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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