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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바쁜 와중에도 어머니에게 부탁드린 고들빼기김치를 가지러 갔습니다.

어머니가 계신 충주로 가는 길은 참으로 좋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충주. 내 좋아하는 어머니가 계신 곳. 창밖으론 초겨울의 정취가 도를 더하고 기분 좋은 내 마음을 닮은 듯 하늘에 구름도 높이 수를 놓고 있습니다.

먼저 주에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 저 고들빼기김치 좀 담아주세요?”

전화를 하는 제 옆에서 아내는 저에게 그런 것 까지 어머니에게 부탁드린다고 뭐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어머니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떨 때는 일부러 그러기도 합니다. 어머니가 나이가 드셨어도 무언가 아직은 자식들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 가끔씩 고들빼기김치도 부탁드리고 신 김치 빨아서 기름에 볶아먹는 볶음김치도 부탁드리고 제가 좋아하는 손이 많이 가는 파김치도 부탁드립니다. 아내는 뭐라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잘 먹습니다. 그러면서 시어머니와 남편의 대화를 즐기는 듯합니다.

충주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윗동네 할머니가 직접 캐오신걸로 했다며 당파도 썰어 넣은 고들빼기김치를 주십니다. 아마 양으로 보아 대여섯 단은 하신 듯 합니다. 벌써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엄니 이거 하시는데 얼마 들었어요?”
“애는……. 매달 용돈도 받으면서 이것도 못해주냐?” 하시면서

미숫가루와 호박과 고추무침 그리고 청국장도 같이 넣어주십니다.

▲ 고추무침 호박무침 속에도 어머니의 사랑이 있습니다.
ⓒ 조용민
아직도 어머니의 맘에는 제가 나이가 들었어도 막내는 막내인 듯한가 봅니다.
이리저리 많이 챙겨주시려고 합니다.

저는 어머니가 싸 주시는 것은 무엇이든 잘 받아 옵니다. 이리저리 많은 것을 챙겨주시는 어머니의 나눔의 마음을 닮으려고 말입니다. 그리 챙겨주시며 기분좋아하시는 어머님의 모습 속에서 행복의 냄새를 맡습니다.

많은 질곡의 삶을 사시면서 자식들을 위하여 한평생 헌신하신 어머니 그런 어머님이 해주신 고들빼기김치는 한동안 식탁위에서 행복을 주겠죠. 아이들에게 할머니가 해주신 맛난 김치라고 먹어보라 했더니 김치가 쓴맛이 난다고 합니다. 그 쓴맛이 어머니의 맛이며 그 맛이 사랑과 행복의 맛이라 는걸! 저는 알고 있답니다.

오늘 저녁에는 고들빼기김치와 함께 주신 청국장에 고추와 호박을 썰어 넣고 어머니의 사랑의 맛을 느끼고 싶습니다.

어머니….
엄마….
사랑합니다.
진실로 사랑합니다.

덧붙이는 글 | 겨울에 먹는 고들빼기김치 속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가난이 있습니다
어린시절 어머니는 산으로 들로 고들빼기를 캐셔서 김치를 담곤 하셨습니다
쓴맛을 뺀다고 고들빼기를 소금물에 담그어 놓던 그 기억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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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의 최신기사따뜻한 아내의 마음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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