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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평화포럼은 1일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위한 진보, 보수 공동협력 모색 세미나를 열었다. 진보측은 권진과 교수(성공회대), 보수측은 서경석 목사(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가 각각 발제에 나섰다.
열린평화포럼은 1일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위한 진보, 보수 공동협력 모색 세미나를 열었다. 진보측은 권진과 교수(성공회대), 보수측은 서경석 목사(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가 각각 발제에 나섰다. ⓒ 박지훈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왔다."

열린평화포럼이 1일 개최한 '한반도 평화 위한 진·보수 공동협력 모색 세미나'에서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 서경석 목사는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이날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개최된 토론회는 강정구(동국대), 노정선(연세대), 김민웅 교수(성공회대), 홍근수 목사(평통사 공동대표) 등이 참석해 보이지 않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서 목사는 토론회에 앞서 강 교수와 홍 목사의 참석을 보고 부담을 느낀 듯 주최 측에 "제대로 된 토론이 안될 것 같다"고 말해 20여 분간 토론회가 지연되기도 했다.

서 목사는 "오늘 이 자리가 굉장히 거북한 자리"라고 부담감을 내비치며 "믿는 대로 소신껏 말하겠다"며 자리에 앉았다.

토론회에는 보수 측 발제자로 서 목사가, 진보 측 발제자로 권진관 교수(성공회)가 나섰으며 양측은 대북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서 목사는 ▲북핵 선폐기 ▲압박과 포용 병행을, 권 교수는 ▲북 체제 인정 ▲남북공동번영 모색 등을 주장했다.

첫 발제에 나선 권 교수의 핵심은 북한 실체를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북의 독자적 생존과 번영을 인정해야 하며 남측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그는 "그들이 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형편을 살피고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해 "인권을 빙자해 북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발언이나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며 "우리가 한 수 가르친다거나 뜯어고칠 수 있다는 오만은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권 교수는 "남북이 인권문제에 대한 생각의 차이로 다툴 수도 있지만 남북공동번영의 기조는 변함이 없어야 하는데도 남한 보수세력은 도발적 언사로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시청 등지에서 호전적 언어를 사용하며 반북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신중치 못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수구 보수세력들이 권력강화와 쟁취를 위해 대북 압박정책을 쓰지만 이는 민족을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보수가 강조하는 선진화는 북한을 제외하고는 이룰 수 없다"며 "대북 포용정책은 선진화를 위한 필수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대북 정책에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며 "진보와 보수가 어떤 대북정책이 적절한지 밝혀내는 일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권진관 "북한체제 인정해야" VS 서경석 "북한 붕괴되길"

이에 서경석 목사는 "권 교수의 남북공동번영은 북핵 폐기가 먼저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전제를 달았다.

서 목사는 "서울조선족 교회 아줌마들한테 햇볕정책으로 북핵을 폐기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200명 모두 고개를 저었다"며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 압박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북한 붕괴를 공개적으로 획책하는 것은 옳지 않다. 포용과 교류도 하되 무조건적인 퍼주기가 아닌 채찍도 써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이런 정책을 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목사는 특히 북 인권에 대해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한반도 내 전쟁이 발생치 않는데 우선 순위를 두고 인권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목사는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북한 인권을 유보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3∼4년 전만 해도 북 인권보다 평화가 중요하다 생각했지만 탈북 난민 62명이 강제 송환돼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식인으로서 이런 현실 앞에 침묵 지키면 안 된다고 생각해 탈북자 지원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를 우선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얼마나 허구성이 심각한지 깨닫게 됐다"며 "평화 우선 주장은 북 인권 침묵 대가로 김정일에게 생명과 재산 보장받는 것이다. 이는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같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목사는 보수세력의 시청 앞 시위와 관련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인이기에 공적 자리에서는 말을 삼가지만 사석에서는 하루빨리 북한이 붕괴되길 원한다. 이 세상에 지옥이 있다면 북한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보수세력들의 전략적 사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김정일 정권이 악독하더라도 대화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목사가 전투적 반공세력과 손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민웅 교수가 북한의 핵폐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서 목사는 "김일성 유훈이 비핵화다 했지만 난 안 믿는다"고 잘라 말했다.

강정구 교수가 반박에 나섰다. 강 교수는 "한반도 문제를 검토할 때 경험적 사실에 비춰 미국 영향력과 북한의 변수가 얼마나 큰지 접근해야지 지금 같은 비과학적 접근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강 교수는 "보수는 안보불안이라 떠드는데 전쟁 조성하는 게 안보불안이다. 남한과 미국은 군사훈련으로 북한을 위협한다. 남측 군사훈련은 침략 급이며 작계 5026-5030 등의 작전계획은 방어개념이 아닌 침략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왜 친남·친북 개념만 있고 친한반도 개념을 도입하지 못하냐"며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목사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강 교수에 이어 박정선 숭실대 교수가 나섰다. 박 교수는 "서 목사가 탈북자와 교제하다 보니 탈북자 눈높이에 제한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탈북자 눈높이에만 맞춰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그 외의 것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한국 기독교는 반공주의 최전선에 서 있다"며 "시청 앞 광장에 모인 것을 보면 서 목사가 전투적 반공세력과 손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서 목사는 이에 "탈북자만 만난다면 그들 시각에 갇히지만 나는 북한을 방문했던 경험과 탈북자들의 생생한 얘길 포함해 내 판단을 형성한다"며 "진보진영도 탈북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전시작통권 단독행사·한미연합사 해체 반대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는 꼴통 보수들과 같이 움직이고 사진 찍을려니 쪽팔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 목사는 "이런 말하면 보수 쪽에서는 나를 위장보수라고 하더라"며 "나는 압박과 포용 정책을 같이 쓸 것을 주장하는데 현 정부는 포용만 쓰니까 보수하고 손을 잡고 싸우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보그룹이 핵 노예로 살겠다는 입장이 아니라면 희망이 생긴다"며 "압박정책도 병행한다는데 동의한다면 같은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 목사는 "미국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 미국을 활용하며 공동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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