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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부산교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수열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저희 교대생들은 요즈음 학사일정을 거부하고 소위 데모라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면 책걸상들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차곡차곡 복도에 포개어져 있고, 교실은 투쟁의 열기로 가득한 자보들이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BRI@그렇습니다. 저희 예비교사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길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교실을 박차고 나온 것이 한편으론 씁쓸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꼭 말씀드려야 할 그 무언가가 저희에겐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기에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면으로나마 이렇게 교육부와 언론,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경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뛰는 집값에 감당하기 힘든 교육비로 아이들 낳기가 두려운 상황입니다. 그 여파로 교육계에서도 학생수가 감소하여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에 앞으로 6년 동안 신규 초등교원을 뽑지 말아야 한다는 김이경 교육개발원 연구원의 정책 자료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저출산이니 선생님도 적게 뽑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견 이 논리는 지극히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습니다. 바로 그 전제가 되는 우리의 초등교육 현실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빠져있다는 점이지요.

그 자료에서는 현재의 선생님이 감당하는 학급당 학생 수라던가 업무부담에 대한 문제를 언급은 하지만 실제로는 현행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식으로 하여 예측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의 교육환경이 이대로 유지해도 좋을 만큼 만족할만한 수준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34.7명으로 OECD 국가의 21.6명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학급당 학생수'라는 개념이 잘 이해가 안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교생실습 나갔던 얘기를 잠시 드리면요. 저희 교생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있을 때는 아이들이 참 좋아하고 재밌게 놀기도 하고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교생 선생님들이 가버리고 나면 담임선생님이 무서워서 교생 선생님을 더 반긴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그 많은 아이들을 감당하며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무섭게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상호존중과 신뢰에 기초한 자유와 관용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입니다. 공부방 분위기를 풍기는 선진국의 교실에서라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과 감정을 교류하며 선생님의 도움을 얻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자기 나름의 꿈을 키워갈 수 있겠지요.

하지만 서른 명이 넘는 상황에 빡빡한 수업시수, 기타 잡무까지 고려하면 이름 외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이들 각자의 관심과 생각에 귀 기울이는 것이 우리 선생님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선생님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관리와 통제 위주의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러한 속에서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기란 극히 힘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발표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구요. 세계경제포럼의 조사 결과 한국의 교육경쟁력이 아프리카의 우간다와 같은 세계 60위에 그쳤다는 점도 이러한 열악한 교육여건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전에 초등학교 여건개선 서명운동 나가서 아기를 업고 계신 학부모님께 "저희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게 아니고 후진적인 교육 시스템 자체를 업그레이드시켜서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아 굳이 학원에 안 보내도 되도록 정말 제대로 가르쳐 보고 싶어서 나왔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에 공감하여 서명해주신 학부모님의 고마움과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에 어찌나 눈시울이 뜨거워지던지요.

이번 투쟁을 계기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새삼 깨닫게 해 준 점, 교육부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모쪼록 이 소중한 공교육이 더는 외면당하지 않도록 훌륭한 선생님을 많이 확보하여 그들이 정말 신명나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지금의 후진적인 교육여건을 개선해 주시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합니다.

핀란드에는 사설학원, 과외교육 없다
핀란드의 교육 경쟁력 비결

핀란드에서는 학교수업 외에 사설학원이나 과외 교육은 받지 않는다. 또한 한국 학생들과 달리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럼에도 핀란드는 OECD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1위, 세계경제포럼의 교육 경쟁력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국가 경쟁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받는 핀란드. 그 경쟁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교사의 질을 높이는 교사교육, 교육과정의 융통성과 교사 자율권, 낮은 학급당 학생수, 지방자치 단체의 실질적 독립성, GDP의 약 7%에 이르는 공교육 예산에서 그 열쇠를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교사의 질과 교사교육이 언급된다. 모든 교사들은 교육학 석사학위 또는 교과교육학 석사학위를 가져야 한다. 교사들은 자기 연찬에 관심을 가지고 개별 학생들이 그들의 학습 과제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음으로, 학교 교육과정의 융통성이 핀란드 교육의 질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교육청에서는 국가 교육과정에 기초하여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학교는 교육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 상당한 자유를 가지며,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이와 같은 융통성은 학교가 즐거운 직장 환경이 될 수 있도록 하며, 교사에게는 자유와 책임감을 심어주고, 학생들에게는 개개인의 선택의 기회를 증진시켜 준다.

낮은 학급당 학생 수 또한 교육 경쟁력의 핵심요소이다. 사회적 측면에서 소인수 학습은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를 서로 가깝게 만든다. 학습 측면에서 소인수 학급은 교사로 하여금 학생 하나하나를 돌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주며, 특히 일부 과목에서 취약점을 보인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상당한 독립성 또한 핀란드 교육의 질에 기여한다. 자치단체의 장들은 대학 교육을 제외한 모든 교육에 대한 책임을 진다. 지방자치단체는 상당한 자율성과 세금을 징수할 권리를 갖고 교육 재정의 43%를 책임져야 한다.

정부가 57%의 교육재정을 부담하고 있지만, 지역 관청에서는 이 재정을 할당하는 데 있어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핀란드는 국가 예산의 약 14%를 교육부가 관할하고 있는 분야에 할당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의 약 7%를 공교육비로 지출한다. 공교육에 대한 투자는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모든 학교에서의 무상교육으로 이어져,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출신, 성장, 경제적 배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핀란드의 우수한 교육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람들을 위한 기본 바탕이 되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의 경제적 지위가 교육의 방해물이 되어 성공이 그 사람의 성취동기나 의욕에 달려 있지 못하는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나라와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 이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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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열 기자는 '포항 지진 - 그것이 알고 싶다' 블로그(http://blog.naver.com/bluebirdinme) 운영자로 평범한 삶을 꿈꾸는 포항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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