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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대형마트로 인해 벌어지는 지역의 갈등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문제가 있는 곳에 해법도 있다고 하는데 대형마트로 인한 문제는 지역적 문제로 인식이 되어서인지 통쾌하게 문제를 분석할 전문가도 현재를 정확하게 진단한 자료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신문의 수많은 기사들을 실마리로 이래저래 한 달여간을 준비한 토론회. 사전 배포된 발제문에는 실리지 못했지만 사회적인 관심과 토론이 더 필요한 이야기들을 지면을 통해서라도 나누고자 한다. <필자 주>


▲ 대형마트, 지역을 반영하라 토론회장
ⓒ 함께하는시민행동

‘무조건’ 반대는 없었다. 시장까지 철시해가며 입점 반대 집회를 주도한 사람도, 생업을 뒷전으로 하고 안티이마트 하겠다고 나선 사람도 ‘상생’이 대안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형마트의 입점이 가져오는 재래시장과 중소상인들의 피해는 심각했다. 전주지역에서의 3000여개의 폐업과 전업, 태백지역은 대형마트의 한 개의 입점이 150~160여개의 가게가 문을 닫게 만든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형마트에 저항하거나 대항하는 운동이 입점 저지 운동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당사자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대형마트의 입점 저지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러면 같이 살아야 하는데 어쩌자는 거냐?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 남서울대학교 원종문 교수
ⓒ 함께하는시민행동
토론에 참여한 마케팅 전문가(동국대 경영학과 전승우 교수)와 유통전문가(남서울대학교 원종문 교수)의 이야기는 무엇보다 중소상공인들의 마인드 변화와 체질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내 편한 방식’이 아닌 ‘고객이 편한 방식’으로 장사의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드웨어를 바꾸는 방식(주차장을 넓히고 지붕을 씌우는) 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정비하고 개발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정부도 자신이 편한 방식이 아니라 중소상공인이 실제로 필요한 분야에 지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은 개선의 의지를 가진 개인 혹은 소수로 구성된 집단에도 지원이 되어야 한다. 형식적인 경영교육이 아닌 이론과 현장에 대한 연구를 병행한 전문가 집단이 점포경영이 아닌 시장경영의 시각으로 재교육하고 재정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행히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스스로가 그런 변화를 만들기 위해 자원할 생각이 있음을 비쳤다.

쇼핑가치가 다르다는 것은 기회일 수 있다

▲ 동국대학교 전승우교수
ⓒ 함께하는시민행동
한편 안양에서 민예총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문화광장으로서의 재래시장 만들기 운동도 의미있는 상생방안으로 전달되었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에 기대하는 쇼핑가치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편리’ ‘선택’ ‘서비스’등이 대형마트의 쇼핑가치라고 한다면 ‘정겨운 사람’ ‘훈훈한 정’ ‘흥겨운 잔치’가 재래시장의 쇼핑가치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런 가치들의 무슨 경쟁력이 있을까 싶지만 어디서나 모이기 좋아하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과 대형화 편리화되어 가는 현재의 삶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고려 해 볼만한 상생의 방법이다. 물론 이런 것들에 덧붙여 상품들에 대한 믿음, 기대가치에의 부응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국적 연대망 필요

안양지역의 한 대형마트가 들어선 자리는 예전에 수 십년된 가로수가 서 있던 자리다. 우리의 현실에서 그 자리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것에 대한 반대의 이유로 가로수는 게임이 되지 않았다.

@BRI@영국에서 지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테스코(Tesco)에 대항하는 다양한 운동사례들을 검토하다보면 테스코에 반대하는 지역주민의 이유가 참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이유중에서도 조금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대형마트가 들어설 입지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공동체 차원에서 입지를 어떻게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대형마트의 입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는 과정과 동시에 진행이 된다.

이 싸움에서 이겨야 대형마트는 그 입지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지역민들이 레크레이션 공간, 야생동물의 서식처, 고고학적 가치, 보존의 필요성, 버스정류장 등등의 입지적합성에 대한 대안들이 논의된다. 그래서 번번히 테스코는 퇴짜를 맞고 있다. 아마 안양지역의 가로수는 영국에서는 대형마트의 입점을 막아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은 흔히 다윗과 골리앗으로 비유된다. 특히 자본의 규모와 경영의 노하우 면에서 이 비유는 적절하다. 그러면 대형마트는 여전히 우월적 지위에서 재래시장의 선전을 구경만 하면 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대형마트와 지역사회의 상생 사례는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본적으로 힘의 차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형마트에 대항할 전국적 연대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월마트와 테스코에 대항하기 위한 네트워크가 움직이고 있다.

태백에 안티이마트 운동본부와 이마트에 노조를 만들다 해고된 한 여성노동자의 연대가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 네트워크를 가져갈지 지켜보아야 한다. 대형마트로 관심의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라 기업감시운동과 환경운동을 하는 단체들도 있다.

대형마트는 지역사회의 자산보호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라

대형마트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한 지역사회에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그것이 재래시장의 보호를 위한 것이든, 지역의 문화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든, 지역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것이든, 지역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든 대형마트는 경청하고 대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는 것은 자신들이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선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지역적 논의가 필요하다. 재래시장의 변해가는 모습과 더불어 대형마트의 지역사회 정책이 만들어지고 대형마트 스스로가 지역의 자산을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의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로부터의 끊임없는 시달림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토론에 참여한 한 참여자는 ‘왜 대형마트가 장수할 마케팅 전략을 제공하지 못해 안달인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형마트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은 대형마트가 지역에서 돈 잘 벌고 장수할 마케팅 전략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는 것이 그 참여자의 주장이다.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형마트의 영향이 비단 지역사회에 한정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이 되면 대형마트 자체가 대안의 삶을 방해하는 주적이 될 지도 모른다. 일면 타당한 문제제기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것은 대형마트가 지역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선은 지금 벌어지는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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