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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날리아에 관한 모든 내부 정보를 담고 있는 서류.
애날리아에 관한 모든 내부 정보를 담고 있는 서류. ⓒ 한나영
한양 신(申)씨에 고요할 정(靜 placid), 아름다울 림(琳 beautiful) '신정림'을 한국 이름으로 가졌던 애날리아. 그녀에게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외부 정보와 양부모가 보관하고 있는 내부 정보 두 개가 공존한다.

- 외부 정보
이름 : 신정림(申靜琳)
성별 : 여
생년월일 : 1987년 5월 4일
태어난 곳 : 울산


- 내부 정보
이름 : 신정림(申靜琳)
성별 : 여
생년월일 : 1987년 5월 4일 (추정)
태어난 곳 : 모름.
부모의 이름·나이·주소·종교·직업·사망 여부·혼인 상태: 모름
형제: 모름
출생일: 모름


1987년 6월 25일 자정, 울산시 신정동에서 한 아기가 발견되었다. 발견될 당시, 아기는 모직 담요에 쌓여있었다. 아기는 마산에 있는 애리 아동 상담소(임시 아동 보호 센터)로 이송되었다.

피부병과 감기·설사를 앓던 아기는 1987년 12월 22일까지 그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상담소에서는 아기의 부모나 친척을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찾지 못했다. 결국 아기의 장래를 위해서는 안정된 가정에서 양육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상담소장은 1987년 12월 22일 '동방아동복지회' 울산 지소에 아기의 입양을 의뢰했고, 아기에게는 입양 가능한 아기라는 증명서가 발급되었다.


애날리아는 어떻게 양육되었는가

"나는 1987년 울산에서 태어나 서울의 한 고아원으로 보내졌고, 입양되기 전까지 위탁모에게 맡겨졌다. (애날리아가 학교에서 만든 'This is my life project'에서)
"나는 1987년 울산에서 태어나 서울의 한 고아원으로 보내졌고, 입양되기 전까지 위탁모에게 맡겨졌다. (애날리아가 학교에서 만든 'This is my life project'에서) ⓒ 한나영
버려진 아기였던 애날리아에게는 어떻게 지어졌는지 모를 '신정림'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다. 그리고 태어난 날짜도 추정되어 생일도 '만들어'졌다.

애날리아는 그렇게 발견된 뒤에 어떻게 양육되었는가. 그녀의 양부모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에는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까지의 양육 상황이 잘 나와 있다.

- 우유 먹기: 정림은 160cc (호프+아기밀+분유) 정량을 3시간 마다 먹는데, 양 손으로 우유병을 쥐고 누워서 먹는다. 먹는 동안에 떨어뜨리기도 해서 위탁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 먹고 난 뒤에는 병을 한쪽으로 던져놓는다. 오렌지와 쿠키를 먹은 다음 뱉지 않고 트림을 한다. 소화는 좋은 편.

- 잠자기: 자기 전에 보챈다. 아기를 안고 등을 두드려주면 잠이 든다. 밤 11시나, 12시부터 오전 7시까지 잠을 자는데 새벽 4시에 우유를 준다. 낮잠은 30분씩 자주 자는데 배를 깔고 잔다. 졸립거나 배가 고프면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 배변과 목욕 습관: 하루에 한 차례씩 변을 본다. 배변 상태는 좋은 편. 목욕을 시키는 동안 약간 운다.

- 말하기와 반응 보이기: 정림은 '엄마(Eomma)'라고 더듬더듬 말을 하고 잘 웃는다.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다른 사람 무릎 위에 앉으면 다리에 힘을 줘 잠시 서 있기도 한다. 굴러가기도 하고 혼자서 앉아있기도 하고 장난감을 한 손에서 다른 손으로 옮기기도 한다. 큐브를 양 손에 쥐기도 하고 손으로 발가락을 잡고 놀기도 한다.

혼자 있게 되면 잘 운다.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빼앗으면 화를 낸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지 아닌지를 안다. '잼잼(Jaem Jaem-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과 '도리도리(Dori Dori- 고개를 양쪽으로 돌리는 것)'를 한다."


'엄마'라고 말하면서 잘 웃었던 정림

'엄마, 잼잼, 도리도리' 등 친숙한 우리말이 보인다.
'엄마, 잼잼, 도리도리' 등 친숙한 우리말이 보인다. ⓒ 한나영
애날리아는 여느 아기와 같은 양육 과정을 거쳤다. 영어로 쓰인 이 문서에는 애날리아가 찾고 싶어하는 위탁모에 대한 정보도 상세히 나와 있다.

애날리아 위탁모 송화자씨 (당시 45세)
애날리아 위탁모 송화자씨 (당시 45세) ⓒ 한나영
"정림은 울산에서 서울로 보내져 '동방 아기의 집'에 맡겨졌다. 그 뒤 1987년 12월 29일, 위탁모인 송화자씨 가정으로 보내졌다. 송씨는 남편과 아들(16세), 두 딸(18세, 14세)을 둔 45세 여성으로 온화하고 깔끔하며 정이 많은 부인으로 정림을 정성껏 돌봤다.
"

다음은 정림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평가다.

정림은 8개월로 추정되는 한국 여자아이로 몸집이 좀 작은 편이다. 잘 웃고 두상이 약간 기형적이긴 하지만 괜찮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수두를 앓았다. 수두 흔적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치료가 되었다.

크게 아픈 건 아니지만 감기 기운이 있다. 다리 힘이 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연령에 따른 전반적인 발육 상태는 정상이다. 신체 발육은 다소 부진하지만 위탁모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점차 좋아지고 있다. (1988년 1월 4일)


애날리아의 발육 상태는 정상일까. 양부모가 보관한 문서에는 가톨릭대학 성모병원의 내과 의사가 진단한 생후 8개월 아기의 신체발육 상태가 나와 있다.

키: 67.5㎝ 몸무게: 6.3㎏ 머리 둘레: 39.5㎝ 가슴둘레: 41㎝ (한국 소아발육 표준치= 키 70.5㎝, 몸무게 8.48㎏ 머리둘레 43.8㎝ 가슴둘레: 43.7㎝)

피부: 얼굴에 수두 상처가 있음.

부진한 발육상태와 부실한 예방접종을 보여주는 <보건수첩>.
부진한 발육상태와 부실한 예방접종을 보여주는 <보건수첩>. ⓒ 한나영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애날리아는 발육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애날리아가 보관하고 있는 <보건수첩>을 보면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까지의 발육상태가 나와 있는데, 하루가 다르게 몸이 불고 키가 크는 보통의 아기들에 비해 애날리아의 발육상태가 많이 더딘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누구나 예외없이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 기록도 수첩에 나와 있는데 부실하기 짝이 없다. 돌을 앞둔 아기, 정림은 DPT와 소아마비 1차 접종만 맞고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되어 있다. 애날리아는 건강한 아이였을까.

'주의력 결핍 장애' 를 가진 애날리아

애날리아의 귀여운 아기 시절.
애날리아의 귀여운 아기 시절. ⓒ 한나영
애날리아가 자원봉사하고 있는 '트라이드 앤 트루'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키도 작고 몸도 약해 보이는 애날리아에게 건강은 괜찮으냐고 물었다.

"저는 ADD를 앓고 있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학교도 힘들게 다녔어요. 지금도 약을 먹고 있고요."

애날리아로부터 처음 들은 'ADD'란 병이 무슨 병인지 몰라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ADD는 'Attention Deficit Disorder'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주의력 결핍 장애'로 알려진 병이었다.

'주의력 결핍 장애 (ADD)' 로 지금도 약을 먹고 있다.
'주의력 결핍 장애 (ADD)' 로 지금도 약을 먹고 있다. ⓒ 한나영
"ADD 증상이 있으면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공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저는 특별반에서 수업을 받았어요."

운전을 하는 애날리아는 모르는 곳을 찾아갈 때 방향 감각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했다.

나중에 양어머니인 데브라로부터 애날리아의 ADD 증상과 관련된 내용을 전화로 듣기도 했다.

"애날리아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그런 증상이 있는지조차 몰랐어요. 어렸으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여러 면에서 좀 늦더라고요. 걷는 것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결국 병원을 찾게 되었어요.

의사의 진단으로 'ADD' 판정을 받았어요. 그 때문에 애날리아는 학교 다닐 때 힘들었어요. '특별반'이 아닌 '정규반'에 들어갔던 것도 초등학교 4·5학년이 되어서지요. 애날리아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고 공부를 했어요.

지금도 애날리아는 계속 약을 먹고 있어요. ADD는 유전적인 요인이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는데 애날리아의 경우에는 출산 이후 아무런 자극 없이 8개월 동안 있었던 것도 영향이 있을 거에요."


돌도 안 되어 부모와 조국을 떠나 먼 낯선 땅으로 입양되어 온 애날리아. 그는 이곳에서 어떻게 양육되었을까.

1988년, 다른 두 아기와 함께 미국에 오다. 미국에 온 이틀 뒤 (5월 4일), 첫 생일을 맞다. (애날리아의 '라이프 프로젝트'에서)
1988년, 다른 두 아기와 함께 미국에 오다. 미국에 온 이틀 뒤 (5월 4일), 첫 생일을 맞다. (애날리아의 '라이프 프로젝트'에서)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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