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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증권사의 적립식 펀드 통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김연기

[사례1] 평촌에 사는 박씨는 얼마 전 담보대출 6천만원을 받아 집을 장만했다. 조금이라도 싼 이자에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마침 은행직원이 이율을 0.1% 내려줄테니 펀드에 가입하라고 했다. 그것도 한 번만 내고 내기 싫으면 안 내도 된다고 하면서 그냥 하나 하라고 했다.

무슨 펀드인지, 운용사가 어디인지, 나에게 필요한지 아닌지 상관없이 금리를 깎아준다는 말에 월 10만원짜리 적립식 펀드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다. 서로 대가성 흥정에 상품에 대한 질문도 대답도 없이 펀드판매와 펀드구매 계약이 체결돼 버렸다.

금리 깎아줄 테니 펀드 가입해다오?

은행은 이익집단이다.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연 박씨는 0.1%의 할인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보았을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땐 금액면에서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다.

@BRI@첫째, '꺾기'를 당했다.

0,1%의 금리는 말하기에 따라 펀드에 가입하지 않아도 할인받을 수 있다. 여기에 프로모션을 통해 펀드 구매를 강요받았고 한번 불입하고 더 내지 않아도 되는 가치성 없는 펀드를 권유받은 것이다. 결국 끼워팔기식 관행이 투자형 상품의 리스크를 고객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둘째, 고객 대우를 받지 못했다.

고객을 상품을 팔 대상으로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한번이니까'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수수료만 챙기고 고객의 소중한 10만원은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인 것이다. 0.1%의 우대금리 조건에 결국 소중한 10만원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공공기관의 불완전 판매를 정당화시켰다.

고객의 바람을 인심 쓰는 양 하며 요구조건을 은연 중에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은행의 브랜드 파워, 고객에게 강압적인 분위기가 이렇게 고객만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펀드 권유자는 소득수준, 자금성격, 투자목표, 투자기간, 투자성향, 투자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또 펀드 구매인은 투자설명서와 상품 안내지를 전달받고 충분히 읽어본 후 궁금한 사항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판매 직원의 불충분한 설명은 펀드의 불완전 판매로 이어져 결국 고객들만 고스란히 손해를 보게 한다. 하지만 불충분한 설명에도, 몰라도 묻지 않고 대강 질문하고 가입하는 투자자의 이런 소극적 태도는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은행이 비록 이익집단이라 해도 아직까지 서민들이 믿고 찾는 '금융기관'이다. 서민에게 무조건 금융상품을 팔아서 수수료를 챙기기보다는 제대로 된 금융상담 후 가장 적절한 상품을 찾아주는 진정한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최소한의 직업적 양심일 것이다.

[사례2] 김아무개씨는 저축을 하고 싶어 평소에 자주 가는 은행을 찾았다. 은행원이 적금식으로 하면서 연간 30% 이상의 수익을 내 적금이자 4%보다 훨씬 낫다면서 펀드를 권했다.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장기 투자이니까 안전하다고 해서 흐뭇한 마음으로 월 50만원짜리 펀드에 가입했다. 남편에게 ○○은행에 펀드 저축하고 왔다고 하니 ○○은행에서 펀드를 운용하느냐며 제대로 알고 가입했느냐는 질책어린 질문만 돌아왔다.

▲ 펀드 구매인은 투자설명서와 상품 안내지를 전달받고 충분히 읽어본 후 궁금한 사항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자료사진).
ⓒ 각 기관 보도자료
펀드가 적금이나 다름없다고?

흔히 적립식 펀드를 적금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직원조차도 고객에게 쉽게 이해시키고 가입을 권유하기 위해 마치 적금처럼 설명하니 그도 그럴 법하다. 하지만 펀드와 적금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은행의 예금이나 적금은 기본적으로 돈을 넣기 전에 얼마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지가 정해지지만 펀드는 그 운용실적에 따라 이익이 나면 이익을, 손실이 나면 손실을 돌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원금을 보장해 줄 수도 없고 확정적인 금리를 보장해 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예금자 보호도 안 된다.

금융회사는 펀드상품을 팔 때 원금 손실의 위험성이 있으며 그 책임이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알려주어야 한다. 또 어디에 투자되는지 추천해주는 이유가 뭔지 어디에서 어떻게 운용하는지 등 투자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판매실적만을 위해 펀드상품의 과거 수익률만 들먹이며 판매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불완전 판매의 폐단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수익률은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

현재 총 펀드 계좌는 1229만개. '1인 1펀드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제활동인구(2425만명) 두 명 가운데 1명은 가입한 셈이다. 그런데 이들은 누구를 통해서 펀드를 알고 무엇을 기대하며 가입을 했을까? 스스로 알고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돈이 되는 파랑새'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금융기관의 판매전략에 장단을 맞춰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투자자는 한결같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매력있는 펀드를 선택하고 싶어한다. 일반 투자자 처지에서는 펀드의 투명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그런 것들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은 투자자들이 그 판단을 금융기관의 판매인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분명한 건 판매인이 보여주는 수익률은 영원하지도 않고 시장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 수익률을 담보해 줄 수 없다는 얘기다.

'많이 아는 것이 병'이란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허리띠 졸라매도 살아가기가 빡빡한 현실에서 소중한 자산을 제대로 키워나가고자 한다면 투자자의 알고자 하는 노력은 기본요건이다.

가입하고자 하는 펀드의 유형 및 특성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하여 각종 매체를 활용하고 증권사, 은행 등 금융기관 방문 시에는 필요한 자료를 당당하게 요구하고 충분한 상담을 거친 후 냉철하게 판단하고 선택하여야 한다.

펀드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많은 금융기관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판매를 자행하고 있다. 판매에만 급급해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각성도 절실히 요구되지만 소리 없이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금융소비자들이 금융기관을 제대로 이용하고 꼼꼼히 따져가며 당당하게 주권을 찾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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