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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편함을 겪으면서 나름의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기도 한다. 전에는 물건을 살 때 별 생각 없이 슈퍼 등에서 주는 비닐봉투에 넣어왔는데, 이젠 반드시 장바구니 등의 가방을 꼭 들고 간다. 만약 갖고 가지 않았을 때라도 비닐봉지에 넣지 않고 그냥 손에 들고 오고. 이러니 폐비닐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또 과일 등을 상자째 살 경우에도 늘 차에 실어 둔 아이스박스를 이용한다. 거기 옮겨 담아오니 스티로폼 상자가 늘어나지 않게 되고. 폐비닐이나 스티로폼이 분해되는데 백 년이 더 지나야 한다는 걸 생각지 않더라도 보관할 필요가 없으니 좋다.
음식 찌꺼기도 마찬가지다. 도시 살 때는 아파트 경비실 앞에 있는 음식물 수거통에 넣어뒀다. 그러면 차가 와서 싣고 가고, 다시 땅 속에 묻히고. 그나마 제대로 묻히면 다행이나 어쩌면 침출수란 이름으로 튀어나와 다시 환경오염이 될지 모른다.
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파리가 달라붙을 종류면 바로 밭에 갖다 묻고, 그렇지 않으면 땅 위에 며칠 놓아 둔 뒤 마르면 묻는다. 그러면 훌륭한 거름이 될 터. 채소 다듬고 남은 우거지나 남는 과일 껍질 등도 마찬가지다.
오늘 오전 볼일 있어 성당 갔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솔잎이 떨어져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대로 놔두면 보기도 싫고 비 오면 씻겨 바로 앞의 바다로 흘러갈 것이기에 잠시 생각하다가 차에 넣어 둔 플라스틱 대야를 꺼냈다.
담으니 가득 찼다. 놔뒀으면 쓰레기밖에 안 되었을 게 이제 우리 집에선 한 달 이상 불쏘시개 역할을 훌륭히 해낼 것이다. 하기사 불쏘시개로 갈비(솔잎 마른 걸 이 지방에서 일컫는 말)만한 게 또 있을까. 눈비가 와 땔감이 좀 젖더라도 갈비 때문에 불 붙이는데야 아무 걱정 없을 것이다.
이렇게 가만 생각해보니 도시에 살 때보다 버리는 게 훨씬 적어졌다. 처리하기 곤란한 것은 가능한 갖고 오지 않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갖고 온 것들은 재활용하거나 거름 등으로 만들어 쓸 궁리를 하게 되고….
확실히 전보다 환경 보전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것도 시골살이에서 얻는 수확이 아닐까. 이렇게 불편함을 벗어나는 지혜를 늘 마음에 두고 살면 이 겨울 그리 춥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