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임금 호칭 논란을 빚은 <주몽>
최근 임금 호칭 논란을 빚은 <주몽> ⓒ MBC
흔히 우리는 고구려의 정복군주였던 광개토왕을 어찌 단순히 왕으로 부를 수 있겠는가 하여 '광개토대왕'으로 부르지만 그 역시 '광개토태왕'으로 불러야 옳은 것이다. 이는 광개토태왕비의 묘호인 '국광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태왕이란 '왕중의 왕'이란 뜻으로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천하관을 가지고 동아시아의 패권을 다투었던 고구려의 자주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그럼 고구려와 동시대에 삼국의 패권을 다투었던 백제는 어떠할까? 백제의 무령왕릉 지석을 보면 무령왕의 죽음을 나타내는 말로 '붕어(崩御)' 란 표현이 등장한다. 이 표현은 황제에게 쓰는 표현이고 그것으로 보아 백제 역시 중국의 황제의 지위와 동등한 위치에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백제의 칠지도에 관한 기록 중 성엄이 하사한 것이란 부분이 있는데 '성엄'이란 지방제후의 왕이란 뜻으로 이는 '건길지'와 더불어 백제만의 황제를 표현하는 호칭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외에도 '흠정만주원류고'라는 청나라 때 편찬된 사서에는 백제를 중국 동부 지역을 지배한 황제국으로 기술했다. 조선과 그리 좋은 관계가 아니었던 청나라였으므로 백제를 미화시켜 저술할리는 만무함에도 이런 기록이 있다는 것은 당시 백제의 자주성을 명백히 보여주는 예이다.

'태왕'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대조영>
'태왕'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대조영> ⓒ KBS
삼국의 또 한 나라인 신라 역시 황제국에서 볼 수 있는 '태자', '도독' 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황제국이었음을 알 수 있고 삼국을 재통일한 고려 역시 칭제건원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중국과 대등한 지위를 표방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라나 고려는 황제에 해당하는 독자적인 호칭에 대한 기록은 없어 아쉬움을 남겨준다.

사극의 시청자들의 눈높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고 따라서 사극의 제작자들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중 매체의 영향력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니므로 왜곡된 역사의 내용으로 사극을 제작한다면 많은 이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역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주성을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그런 역사를 그리는 사극에서 올바른 임금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그러한 조상들의 노력에 보답하는 길일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소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기사를 직접 써 보고 싶은 마음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스포츠,연예,사회 등 각종 분야에 대한 것을 써 보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