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잘린 나뭇가지를 치우는 큰아이의 모습입니다.
ⓒ 조용민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합니다. 아침에 충주에 계시는 매형님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처남 시간 나면 넘어와."

@BRI@매형님은 충주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고 계십니다. 매형님 과수원에 붙어있는 밭을 몇 년 전에 사서 저도 과수원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물론 저야 주말로나 농사를 지으러 다니는 얼치기이니 많은 부분을 매형님이 돌봐 주십니다.

오늘은 사과나무 가지치기(전지)를 하신다고 합니다. 전지 작업은 한해의 농사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나무의 수형이나 결실을 생각하고 나무의 수세를 보아가며 전지를 해야 합니다. 맨 처음 전지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저렇게 잘라내면 사과가 제대로 달릴까 하는 의구심도 가졌습니다. 초보자인 제가 보기에는 조금은 무지막지(?)하단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렇게 잘라내면 사과 달릴 것도 없겠네요?" 하니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과수원주인은 자기 밭 전지 작업을 안한다고 하잖아. 이것저것 생각하며 아까워 가지를 잘라 내지를 못하니 전지 작업을 망친다고 말이야"하며 웃으십니다.

매형님과 그리 대화를 나누며

"전지작업 할 때 저도 꼭 부르세요"하고 부탁 말씀을 드렸더니 오늘부터 전지작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조용히 잠들어 있는 과수원은 조용합니다.

"한해 농사하느라고 많이 힘드셨죠"하고 여쭈니 고생이야 많지만 그래도 논농사나 밭농사보다는 과수농사가 경제적인 면에서 낫다고 하십니다.

▲ 아침안개에 가지에 안개꽃(?)이 피였습니다.
ⓒ 조용민
톱과 전지가위를 들고 매형님을 따라다니며 전지 작업을 배웁니다. 전지 요령에 대하여 이리저리 말씀을 해주시지만 쏙쏙 머리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조그마한 수첩에 받아 적는 저를 보시곤 매형님은 말씀하십니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기도 아주 중요하거든 한번 직접해 봐."

사과나무에 톱을 갖다대는 저의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방학이라 집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갔더니 아이들도 전지한 가지를 옮기며 즐거워합니다. 아이들에게 땀의 소중함도 일깨워 줍니다.

▲ 과수원 바닥에 전지한 가지가 가득합니다.
ⓒ 조용민
사과나무 전지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우칩니다. 사과나무가 전지 작업을 통해 자신의 가지를 잘라내고 알맞고 맛있는 사과를 만들어 내듯 나의 인생에서도 과도한 욕심으로 나의 인생을 그르치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 많은 욕심이나 편견 등을 사과나무 전지를 하듯 잘라내야 하겠다고 말입니다.

이마에 땀을 훔치며 과수원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습니다.

덧붙이는 글 | 사과나무를 손질하면서 현실의 제자신을 비추어 봅니다. 고민하며 괴로워하는 많은 감정들을 사과나무를 전지하듯 마음 속에서 잘라내고 조금은 빈 가슴을 갖고 싶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이 녹아있는 좋은 인터넷신문입니다 특히 사는이야기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따뜻한 아내의 마음을 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