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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5일 신임 국무부 부장관에 존 니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을 지명했다. 니그로폰테 지명자는 상원의 인준을 거쳐 부장관에 최종적으로 임명된다.
이번 인사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니그로폰테 신임 부장관이 북핵 정책의 주 책임자가 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또 <연합뉴스> 등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도 니그로폰테 신임 부장관이 북미 핵문제를 맡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BRI@그러나 이러한 관측에는 몇 가지 난점이 있다.
첫째, 니그로폰테 신임 부장관이 핵문제를 다루게 되면 크리스토퍼 힐 북핵전담대사와의 사이에서 권한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핵문제와 관련하여 니그로폰테가 크리스토퍼 힐 대사보다 역량이 출중하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니그로폰테를 '핵문제 구원투수'로 투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둘째, 니그로폰테는 이라크 전문가이지 한반도 전문가가 아니다. 니그로폰테가 1970년대말 리처드 홀브루크 동아태 차관보 시절에 한국문제를 담당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는 베트남, 온두라스, 에콰도르, 이라크 등 전쟁발발 지역에서 주로 활약한 인물이기 때문에 핵문제의 최적임자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니그로폰테가 핵문제의 주 책임자가 될 것이라는 한국·미국 일부 언론의 분석은 현재로서는 타당성을 갖기 힘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 문제에 대해 일본 언론은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니그로폰테가 대통령의 지명을 받기 전인 지난 4일부터 일본 언론에서는 이 문제에 관심을 보여 왔다. 일본 언론에서는 자세한 논평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볼 때 이번 인사를 '대(對)이라크 총력체제 구축용(用)'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주요 언론이 내놓은 논평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월 6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정책 재검토에 때맞춘 이번 대형 인사쇄신은 외교·안보팀을 일신하고 (라이스 장관을 중심으로 한) 구심력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1월 6일자 <도쿄신문> : "이라크 경험자를 주요 외교 포스트에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체제를 수립했다."
1월 6일자 <아사히신문> : "이번 인사는 (이라크정책을 진두지휘하는) 라이스 장관을 지탱하기 위한 것이다."
1월 4일자 <산케이신문> : "이라크 정책의 재검토에 발맞추어 라이스 장관을 보좌할 이라크 경험자를 부장관에 기용한 것이다."
이와 같이 일본 언론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문제에 전력을 기울이기 위하여 니그로폰테를 부장관에 기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 핵문제용(用)이라는 <워싱턴 포스트> 등의 시각과는 전혀 다른 시각이다.
그리고 지금의 동북아 정세로 볼 때에도, 일본 언론의 관측이 보다 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발표된 북한의 공동 신년사설을 보아도 그 점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신년사설에서 북한은 2007년에 경제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경제력을 좀 더 보완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미관계에서 보다 더 나은 입지를 차지한 다음에 ▲대미 대결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여 주겠다는 것이 신년사설에서 드러난 북한 지도부의 금년 설계다.
북한 지도부의 의도는 "올해에 특별한 변수가 돌출하지 않는 한 전혀 뜻밖의 대미(對美) 카드를 사용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정리될 수 있다.
이라크정책에 발목이 잡혀 있는 미국으로서는 위와 같이 북한이 대미 대결보다는 경제에 주력하는 사이에 이라크문제를 어떻게든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공동 신년사설과 미국의 이번 인사는 그 점에서 접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핵문제에서는 가급적 돌발변수를 억제하고 각자의 '취약 과목'(북한은 경제문제, 미국은 이라크문제)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자는 것이 양국 지도부의 새해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올해의 세계정세가 양국 지도부의 의중대로 흘러갈 것인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두 나라는 일단 그러한 새해 설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점들을 볼 때에, 부시 대통령이 니그로폰테를 국무부 부장관에 기용하는 것은 미국이 2007년에 북미 핵문제보다는 이라크문제에 훨씬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것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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