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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e

아이폰이 발표된 지 겨우 하루가 지난 지금 상당수 애플 마니아들은 스티브 잡스가 싱귤러와 손을 잡기로 한 결정에 의아스러워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디자인의 일관성을 중시하는 애플의 경영전략과 단말기 제조업체를 통제하기를 원하는 이동통신사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

실제로 애플은 싱귤러와 손잡고 아이튠즈 서비스를 결합한 모토로라의 '록커'라는 MP3폰을 출시한 바 있지만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3사 모두 쓴맛을 본 바 있다. 무엇보다 아이팟과 달리 100곡 이상을 저장할 수 없었고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시 애플답지 않게 매우 조악했기 때문.

이런 이유로 월가의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애플이 자사의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체를 설립해 단말기에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제품 디자인을 관철하거나, 아니면 단말기만을 출시하고 서비스 사업자는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채택하리라는 예측이 파다했다.

아이폰의 베일이 벗겨진 지금 애플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결국 싱귤러와 제휴를 선택했는데 <뉴욕타임즈>의 데이빗 포그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 올라 눈길을 끈다.

싱귤러 측은 '록커' 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애플의 디자인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이폰 성공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싱귤러는 휴대폰 메뉴의 디자인에 있어 이동통신사의 입김이 철저하게 관철되는 업계의 관행을 깨고 음성과 '엣지' 서비스 버튼을 갖는 선에서 만족했다.

아이폰이 폰이라기보다는 휴대용 컴퓨터에 가까우며 싱귤러가 '엣지' 서비스의 사실상 경쟁자인 무선 랜을 수용한 것 등이 바로 이런 증거다. 애플 측은 아이폰의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심지어 싱귤러의 엔지니어들에게 위장된 아이콘을 주고 작업을 하게 하기도 했다는 것이 포그 기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싱귤러 자체가 최근 가입자 수가 정체를 보이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이 이동통신업체로서는 거의 굴욕에 가까운 애플의 요구를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싱귤러는 아이폰의 독점 공급업체로 선정됨에 따라 향후 가입자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국내의 이동통신업체와도 이런 우월적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을까?

SK텔레콤 측은 애플의 아이폰 국내 출시 계획이 구체화된 것이 없어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면서도 "아이폰이 일단 정보통신부의 국내통신표준인 WIPI를 만족시키는 것이 첫 관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애플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미국과 같은 열광적인 지지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장애물이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아이폰'이 음성통화보다 무선인터넷에 더 무게를 둔 스마트폰인 만큼 세계 최고의 무선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한 한국 업체와 짝을 짓는 것도 좋은 방안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국내의 '와이브로'나 HSDPA 같은 서비스와 결합한다면 아이폰은 미국보다 오히려 한국에서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애플과 싱귤러의 제휴에서 보듯 애플은 단말기 제조업체로서 어느 곳에서든 디자인 주도권을 내놓을 생각이 없음이 분명해 보인다. 국내의 어느 업체가 과연 기꺼이 콧대를 꺾고 애플과 제휴 파트너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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