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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는 저 기찻길 같이 영원히 같이 달려야 하는 존재이다
ⓒ 조용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가 바로 결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결혼에 있어 100점짜리 남편, 100점짜리 아내가 존재할까요? 현재 나의 부부생활은 점수로 따진다면 몇 점이나 될까요? 결혼생활의 안전도를 따진다면 과연 안전할까요?

이혼율이 세계 3위라는 기사를 보며, 이혼이 너무도 급증하는 세태에서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서 부부와 가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BRI@지난 월요일(8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충주 과수원에 간 날입니다. 아내는 직장관계로 저와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만 과수원에 들려 사과나무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저녁에 일을 끝내고, 매형과 술을 한잔 마셔서 누님 집에서 하루를 잤습니다.

새벽에 청주로 넘어오는 길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이 아빠가 당신을 찾는데 어디쯤 오고 계세요?"
"왜 무슨 일인데 아침부터 찾는데?"
"병원에 좀 같이 가달라고 하는데 어쩌죠? ○○이가 울면서 내려왔어요."

자초지종을 알 수 없으니 얼른 아내에게 119에 신고를 해주든지 하라며 전화를 끊습니다.

○○이 아빠는 저의 고등학교 후배입니다. 운전을 생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고 있으니 오고 가며 만납니다.

○○이 엄마도 아내와 잘 어울리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엄마의 모습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 부부 사이의 관계는 알 수 없지만 아내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듯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심하게 오지는 않았지만 ○○이 아빠가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 한번 쓰러진 모양입니다. 그러니 자연히 하던 운전 일을 할 수 없으니 경제적인 면이 삐걱거렸습니다. ○○이 엄마가 돈을 번다고 밖으로 활동을 하는데, 시간이 늦고 술 냄새가 난다는 등 부부간에 서로 불신으로 싸움이 잦았습니다. 그러니 가끔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풀이 많이 죽어 있었습니다.

그러더니만 결국은 이혼을 했다고 합니다. ○○이 엄마는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집을 나갔습니다. 그 뒤로 한동안 실의에 빠져있던 후배는 조금씩 운전일도 하며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잘 지내는 듯하더니 몇 일전에 보니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과음을 했습니다.

"형님! 괴로워요…. 술 한 잔같이 하실래요?"

술이 만취가 된 상태에서 또 술을 마시자며 저의 집으로 왔습니다. 술 대신 음료수를 건네주니 계속 술을 마시자는 억지를 부립니다. 겨우겨우 달래서 집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혼자 살며 두 아이를 키우자니 많은 마음에 아픔이 있나 봅니다. 아이들의 조금은 빗나간 행동으로 학교에도 몇 번 가고 한 모양입니다.

집안에 모습도 엉망입니다. 이곳저곳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옷가지들 하며, 한쪽에 밀쳐진 밥상하며,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참으로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술을 그리 절제하지 못하고 마시더니. 그날 또 머리에 이상이 왔나 봅니다. 집으로 돌아와 전화를 하니 병원에 입원해 있더군요.

○○이와 함께 병원을 찾으니 "죄송합니다! 형님" 하며 고개를 숙입니다. 그리 심한 편은 아니니 얼마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나는 "아이들은 걱정마라! 한 번씩 올라가서 볼 테니" 하며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아내에게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한 번씩 들려 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자주 올라가 볼게요"하는 아내가 답합니다. 그런 아내의 아이들을 걱정하는 모습에서 사랑을 봅니다.

어른들이야 어른들의 욕심과 생각으로 이혼을 하겠지만 남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난감합니다. 그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기에 그리 조금은 추운 인생을 느껴야 할까? 그러한 아이들의 가슴엔 이 유년의 기억이 어떠한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오늘은 퇴근길에 붕어빵을 조금은 넉넉하게 사야 할 거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사이트 시골기차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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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의 최신기사따뜻한 아내의 마음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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