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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자와라를 테러리스트TV로 조롱하고 있는 미국의 폭스뉴스. 화면 중앙 하단에 'TERROR TV'라는 글자가 선명하며 화면 위로 '알 카에다의 새로운 채널'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알 자와라를 테러리스트TV로 조롱하고 있는 미국의 폭스뉴스. 화면 중앙 하단에 'TERROR TV'라는 글자가 선명하며 화면 위로 '알 카에다의 새로운 채널'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지난해 말 이라크에서 개국해 이집트 인공위성을 통해 송출하고 있는 한 TV채널로 인해 아랍과 미국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최고 가치로 내건 미국이 이집트를 향해 방송 송출금지를 종용하고 이집트 무바라크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일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러개 채널 중 하나를 빌려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BRI@문제의 TV는 아랍어로 'First Channel'을 뜻하는 <알 자와라>로 작년말 처형된 사담 후세인의 정치적 배경인 바트당원들이 주축이 되어 개국했다. 이 방송을 송촐하는 나일샛은 304개의 채널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집트 정부가 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인공위성 채널 회사이다.

알 자와라가 지난 몇개월 동안 내보낸 방송에는 이라크내 미군 병사들의 살해 직전 혹은 살해 당하는 모습이 있는가 하면 미군 공격을 위해 미사일과 자살 공격을 준비하는 수니파들의 모습들도 눈에 띈다.

크리스마스 1주전 송출된 영어방송 중 하나는 내레이터가 자신을 부시 대통령이라고 소개한뒤 널부러져 있는 미군 병사의 시신을 가리키며 "비참한 쓰레기들(Miserable Nobodies)"로 표현하는 모습도 담고 있다.

알 자와라의 이런 보도는 초당적인 이라크 스터디그룹 보고서로 점화되어 지난해말 중간선거 결과로 한층 탄력을 받고 있는 이라크 철수 여론 와중에 부시 행정부에게 분명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주적'은 미국과 이란

알 자와라의 가시청권
알 자와라의 가시청권
알 자와라의 주적은 ▲사담을 무너뜨린 미국 ▲이에 부역하는 이라크 시아파 ▲이를 지원해주는 시아파의 나라 이란 등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아라비아반도의 국가들과 북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부분 수니파 일색이니 알 자와라와 관련한 패싸움에서는 미국이 왕따를 당할 차례가 아닌가 싶다.

알 자와라의 공동 주적인 이란과 이라크 시아파 모두 미국과는 결코 맞물릴 수 없는 원수지간이다 보니 미국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아랍에는 사우디와 이란의 두 정점을 중심으로 다시 헤쳐모이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집트는 수니파 블록을 미군 점령군 블록보다 단연 선호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협정 덕분에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무상원조와 독재정권 연장을 보장받았으니 사담 뒤치닥거리나 하려거든 매년 10억불 이상 원조받는 것 도로 내놓으라는 우스갯 소리가 미국에서 나오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럽다.

왕정으로 대변되는 사우디를 비롯한 아라비아반도 왕정국가들과 이집트, 리비아로 대변되는 독재국가들이 그동안 자국내 시아파들의 부활이니 세확장이니 하는 것으로부터 일정 부분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도 알고보면 사담 후세인과 같은 걸출한 '총알받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상호간에 100만명의 희생자를 내면서까지 이란으로부터 아랍을 지켜주었던 사담의 시대가 막을 내렸으니 아랍이 헤쳐모이지 않을 수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꿈쩍않는 이집트, 곤혹스런 미국

시아파에 의해 살해된 이라크 수니파 무슬림의 주검 사진을 받아 보도한 <걸프뉴스> 홈페이지.
시아파에 의해 살해된 이라크 수니파 무슬림의 주검 사진을 받아 보도한 <걸프뉴스> 홈페이지.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이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게 미국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나일샛에 대한 알 자와라 채널 봉쇄를 요청해줄 것으로 미국측은 기대하고 있었으나 그의 지난달 이집트 방문은 성사되지 않았고 이후의 일정은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집트 정보부 장관은 최근 알 자와라 채널을 모니터하기 위한 팀을 정보부 산하에 신설하였으나 이 역시 범아랍 미디어 방송 관련 일상적인 점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내 수니 동지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이집트의 노력, 즉 미국에 대한 저항이 말 뿐인 잔치로 끝날 것을 우려해 알 자와라는 최근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럽 위성채널을 통해 송출될 경우 이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역시 상당 부분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하에 최근 유럽 소재 복수의 위성 송출 회사와 협의중에 있어 조만간 그 가시적 결과가 윤곽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이집트는 수니 무슬림 형제들에게 명분이 설 뿐 아니라 미국의 압력으로부터도 해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유럽에서 송출이 개시되면 미국의 안방도 알 자와라의 가시권하에 들어가게 되니 미국으로서는 더욱 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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