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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해 많이 한산해진 박물관 내부
예전에 비해 많이 한산해진 박물관 내부 ⓒ 김선호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에서 용산으로 이전한지 두 해가 지났다. 2005년 10월에 개장했으니 햇수로는 3년이 되어간다. 이전한 첫해, 새롭게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을 남다른 감회를 안고 찾았던 지난 겨울이 생각난다. 경복궁에 있을 때에 비해 규모와 시설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화려해 졌다는 입소문에 잔뜩 기대와 관심을 부풀리던 차였다.

마침 새로 이전한 박물관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무료개방이 끝난 시기였다. 무료개방시기에 몰려든 사람들의 행렬을 언론의 보도를 통해 접하면서 저러다간 박물관이 아닌 사람들만 보고 오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 끝에 무료개방이 끝나고 일주일 후에 박물관을 찾았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줄은 여전했다. 그것은 주차를 하기 위해 박물관 건물 앞으로 진입했을 때부터 그랬다. 주차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의 행렬로 인해 박물관 앞 도로가 이미 주차장화' 되어 있었다.

마냥 기다리기에 시간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아 인근의 지하철 역으로 이동주차하고 버스를 타고 박물관에 도착했다. 박물관 진입이 생각보다 수월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표소 앞에 끝도 모를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날도 그날따라 얼마나 춥던지. 불평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매표하려는 사람은 이렇게 많은데 매표는 고작 두 사람이 해결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금영수증까지 발행을 하다 보니 매표소에 늘어선 줄은 좀체 줄줄 몰랐다.

@BRI@매표직원을 임시적으로 늘리는 임기응변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추운 날 꼼짝못하고 줄을 서 있으려니 시간은 또 왜 그리도 늦게 가던지. 줄은 그곳에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또 하나의 긴 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생긴 긴 줄이 매표소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매끈하게 계단식으로 포장해 놓은 박물관 마당 돌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던 건 다만 날씨가 찬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지금 생각해도 끔찍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나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으면서 가장 우려 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번엔 줄서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방에서 올라온 관계로(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그리 용의 치 않다) 비교적 늦은 오전이었는데도 주차하는 차량들이 그리 길지 않아서 일단 안심이 되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주차를 하고 부리나케 뛰었다. 매표소에서 긴 시간 추위를 참고 기다렸던 악몽의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표소 앞에는 의아할 정도로 사람들이 없었다. 입장하는 줄도 한산하기까지 했다. 복잡함을 피하고는 싶었지만 그렇게 한산할 정도의 썰렁함도 의하하기는 마찬가지.

가만 생각하면 지난해 매표를 하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뿌듯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긍지가 남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건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많았다.

미래를 책임질 꿈나무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남긴 유물들을 보여줌으로서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려는 거창한 의도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나 역시도 일부러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 손을 잡고 박물관 나들이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가 없지 않아서였다. 바뀐 박물관에 대한 궁금증과 아이들 방학숙제를 하기 위한 표면상의 이유도 없지 않았지만.

그러나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커진 박물관의 규모와 전시해 놓은 엄청난 양의 유물들을 한번의 걸음으로 다 소화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상설 전시관과 기획전시관을 포함해서 1,2,3층으로 구분해 놓은 전시관만 해도 6개였으니 층별, 혹은 전시관별로 구분을 한다고 해도 최소한 3회의 방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두 번째로 찾은 박물관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그건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는지, 박물관 내부에 복원된 경천사지 10층 석탑을 힐끗 보고 지나친다. 처음 실내에 세워진 굉장한 높이의 탑을 본 순간 탄성을 내지른 아이들이었다.

박물관 로비에 설치된 경천사지 10층석탑
박물관 로비에 설치된 경천사지 10층석탑 ⓒ 김선호

석기시대에 쓰인  맷돌의 원조(?)
석기시대에 쓰인 맷돌의 원조(?) ⓒ 김선호
잘은 모르겠지만 복원된 경천사지 10층 석탑은 내부에 있기엔 지나치게 높은 게 아닌가 싶다. 10탑의 규모라면 밖에 서 있어야 그 위용이 살아날 것 같은 생각이다.

박물관을 여러 번 방문을 한다고 해도 반드시 한번은 보고 지나가야 할 것 같은 고고관이 첫번째 관람코스였다. 역사의 시작과 그 진원지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고대인들의 모습이 역시 낯설지 않아 좋은 반면, 첫번째의 설레임이나 신기함이 많이 줄었다. 두번째이기에 그럴 것이다.

교과서에 실린 사진을 통해서 한번쯤 보았던 유물들을 만나면 반가워하는 기색이거나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선 관심을 보이는 것은 첫 번째 방문보다 그 횟수가 늘었다. 세번째 방문이 기대되는 이유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유물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고 역사와 문화에 대한 느낌이 다를 것이다.

이번에도 박물관의 전시물을 다 둘러보지 못했다. 1층 전시관중 고고관을 너무 자세히 보느라 역사관을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2층의 기증관을 제외하고 미술관을 대충 둘러보고 나왔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정말로 보아야 할 것들 놓친 미술품도 많다.

박물관을 찾았을 때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들을 보아야 한다는 욕심은 금물이다. 그걸 알고 가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은 일이기도 한데 다행히 박물관은 365일 항상 열려 있다(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휴관). 다음번에도 방학을 이용해서 아이들과 함께 한 나들이로나 가능하겠지만 일년에 한번이든 두 번이든 박물관을 찾을 여유를 챙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박물관을 찾는 이유가 아이들 방학숙제를 해결하는 용도면 어떤가. 다음 번 박물관을 찾았을 땐 박물관을 찾아온 관람객들로 긴 줄이 늘어선 국립중앙박물관 매표소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진흥왕 순수비
진흥왕 순수비 ⓒ 김선호

석기시대에도 예술가는 있었다.
석기시대에도 예술가는 있었다. ⓒ 김선호

섬세한 금속세공을 거친 고려시대의 '잔과 잔받침'
섬세한 금속세공을 거친 고려시대의 '잔과 잔받침' ⓒ 김선호

고려청자가 빚어낸 '칠보무늬향로'
고려청자가 빚어낸 '칠보무늬향로' ⓒ 김선호

단아한 조선시대 도자기, 백자
단아한 조선시대 도자기, 백자 ⓒ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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